교육정책의 차별화 시도… 대학 구성원 내부 공감대 형성 아쉬워
교육정책의 차별화 시도… 대학 구성원 내부 공감대 형성 아쉬워
  • 유온유 기자
  • 승인 2013.10.1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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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 산학장학생제도 변경(안)

산학대여(장학)금이란 대학(원)생이 기업으로부터 장학 혜택을 받는 대신 졸업 이후 해당 기업에 입사하는 조건으로 지원받는 장학금이다. 대여금은 기업에 귀속하는 대신 미리 수혜한다는 의미로, 일반적으로 대여장학금 수혜 기간의 평균 2배를 의무 복무기간으로 정하고 있다.
2012년 5월 신 산학협력체제 추진의 일환으로 학생 의무복무를 전제로 한 R&D 산학협력을 지양하는 정책이 교무위원회의를 통해 의결됐다. 대여장학금 수혜 학생이 취업 안도감에 따라 창의적 기회에 소극적일 수 있고, 본인의 무한한 가치를 졸업 2~3년 전 성급하게 결정할 수 있으며, 대학인재상인 글로벌리더 양성에 제한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 등이 학생 성장의 장애요인으로 꼽힌 결과이다. 이후 원래 2013년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본 정책은 그동안 대학 내부 구성원 및 기업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거쳐 오는 2014년 3월부터 시행하기로 재조정되었다.
따라서 2014년도 이후 입학하는 대학원 신입생은 기업 의무 복무 조건부 산학대여장학금 수혜가 금지된다. 다만 학생이 졸업 이전 기업을 선택할 시 해당 기업으로부터 지원받는 signing bonus는 박사는 졸업 1년 전, 석사는 6개월 전에 한해 허용하고, 기업의 무조건적 기부에 따른 펠로우십 형태의 장학정책을 확대하는 것이 변경안의 주요 골자이다. 단, 현재 재학 중인 대학원생 및 전문대학원(철강, 엔지니어링) 신입생은 본 변경안에 해당되지 않는다.
본 변경안을 기획한 연구기획팀과 대학원업무팀 측은 “개교 이래 우리대학이 길러내려는 인재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가 있다면 개선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도입된 정책이며 눈앞의 작은 경제적 이익을 좇아 자신의 잠재력을 살리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부모의 입장으로 도입한 정책이니 공감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신 산학정책의 일환으로 본 변경안이 처음 교무위원회의에 상정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1년여가 넘는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주로 해당 학생들과 대표기구에 국한하여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을 했고 기업과의 긴밀한 협약에 수일을 소요하느라 전체 학생사회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연구기획팀 측에서는 우리대학이 진정 발전하기 위해 기업에 인재가 유출되는 현 제도를 개선하고 KAIST, 서울대와 같은 경쟁 대학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라도, 우리대학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한 본 변경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학생의 선택권이 축소된다는 여론은 오해에서 비롯되었으며, 기업에 갈 수 있되 signing bonus라는 다른 종류의 산학장학금으로 장학 수혜 기회도 보장하면서 졸업 후 진로 결정 시기를 늦춘 것이니 더 나은 정책이라는 것이다. 또한 본 변경안이 2014학년 3월 이후 시행되는 것으로 책정된 것도 학생사회 측의 의견을 최대한 고려하여 수정된 것이므로 더 이상의 조율은 정책이 시행된 다음 대학원업무팀에서 2014년도 3월 입학예정자들에게 학사안내와 함께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수진 내부에서는 본 변경안에 대한 찬반이 갈린다. 최영주(수학) 교수평의회 의장은 “새로운 제도의 시행에 있어 충분한 의견 수렴이 없었다”라며 “학생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인 만큼 의견수렴이 전제되어야 하고 긍정적 측면도 있는데 문제점이 있으면 논의를 거쳐 개선해야지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고 나가는 것은 안 된다”며 적극적인 반대의지를 밝혔다. 또한 ‘산학장학제도의 금지’는 위반 시 대학에서 어떠한 조치를 할 수도 없는, 행정적으로도 실행이 불가한 제도로 오히려 음성 수혜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에 대해 박종문(첨단원자력) 연구처장은 “현재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학과는 대체로 산학대여장학생이 많은 전자, 기계 등인데 극히 일부의 교수님들을 제외하고는 산학대여장학생을 담보로 연구비를 끌어오기보다는 교수들의 연구능력으로 연구비를 받아오기 때문에 산학대여장학제도가 없어진다 해도 연구비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며 “산학대여장학제도를 금지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는, 산학대여제도를 이용해 대기업 취직과 학적세탁을 목적으로 대학원에 입학하는 경우도 방지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으므로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산학장학제도를 금지한다는 정책 하나만으로도 기업을 압박할 수 있다. 우리대학 학생들은 대여장학생으로 기업에 진출할 진로가 막힌다면 기업 측에서 무조건적인 장학금을 줘서라도 데려가려할 만큼 높은 진가를 지니고 있다”라며 단기적으로는 2014학년도 입학생들이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능동적 연구 풍토 조성과 양성적 연구재원 마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변경안 적용 대상인 2014학년도 대학원 지원자들이 이미 입학전형을 밟고 있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보가 미리 공지되지 않아 학생사회 측의 뒤늦은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또한 일방향적인 교육정책으로 인해 학생 개인의 기본적 선택권을 침해당할 수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포항공대신문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7%(264명)가 정책 관련 정보를 접할 기회가 부족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창구가 부족하다고 답해 의사소통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학생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단체는 대학원총학생회가 77%(210명)로 가장 많아 대학원총학생회 역할의 부재가 드러났다. 변경안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기업을 통해 기술의 실용화에 기여하는 연구자도 글로벌 리더인데, 이러한 가능성의 폭이 좁아지게 된다”, “서울대, KAIST 등 경쟁 대학과의 비교우위에서 밀려 우수한 학생 유치에 큰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학원생의 기본적 생활비 수급이 우려된다” 등의 이유를 들어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이남우(기계 통합) 대학원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의 역할은 대학의 정책을 존중하면서 학생 의견을 모아 보완하는 것”이라며 “대학마다 고유의 인재상 및 교육방침에 따른 목적이 있으므로, 대학의 정책이 입안될 때에는 대학원생에게 최대한 불편함이 없게끔 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예비 합격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요구를 들어주는 것보다는 이들에게 선택권을 주도록 정책의 공개시점을 앞당기는 것이 지금 대학원총학생회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정책이 확정 공표된 후 제기될 수 있는 지원자들의 불만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대학은 취업을 위한 직업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본 변경안이 우리대학이 가야할 방향과 일치한다는 데 모두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충분한 설득이 있으면 인재의 풀이 줄어들거나 대학원생의 경제적 문제와 같은 우려 정도는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대학 측에서 합리적인 근거로 내세우는 정책에 대해 학생의견을 수렴하여 그 정책을 뒤집는 것보다는 중간과정에 학생대표로서 총학생회가 의견을 표명하여 변경된 안을 지지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편이 효율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본 변경안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김용민 총장은 지난 14일 오후 7시 대학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간담회를 대학본부 3층 대회의실에서 가졌다. 약 50여 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 총장은 “우리대학의 건학이념에 맞는 교육을 위해 마련한 본 정책이 진정한 글로벌 리더를 지향하는 학생들에게 최고의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학생들의 이해를 당부했다. 그러나 참석한 학생들은 signing bonus 등 정책 도입에 대한 실질적인 보완책이 아직 현실적으로 마련되지 않았고, 학생들에 대한 직접적인 공지가 늦어 아쉬웠다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