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의 취지에 맞게 돌아갈 필요 있어
우리대학 학생사회 고유의 선후배 친목문화인 ‘공양의 날’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공양의 날은 2002학년도부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분반 행사이다. 공양의 날의 배경은 분반 별로 새내기 새로배움터(이하 새터)에서 신입생들을 인솔하는 인솔자를 포함한 분반 선배들이 신입생들과 함께 개인적인 친목을 위해 외식을 하는 것에서 비롯한다. 이에 보답하는 뜻으로 주로 4월 초에 신입생들이 선배들에게 한 끼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 공양의 날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선후배 만남의 장을 갖자는 처음의 취지는 퇴색되고 어느새 신입생에게 부담으로 자리 잡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조사 결과 12학번 학부생들은 작년 공양의 날을 위해 분반 별로 1인당 7만 원에서 10만 원을 걷었고, 15개의 분반 중 5개 분반이 시내 모 뷔페를 이용하는 등 대부분 호화로운 식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입생 시절을 겪었던 선배들은 금액이 모두 공양의 날에 쓰이는 것이 아니고 분반비 및 기타비용으로도 활용되며, 한 끼 식사 금액으로는 부담되겠지만 한 달 동안 신입생이라 내지 않았던 선배들과의 외식비용, MT(membership training) 비용 등을 합쳐서 생각하면 그렇게 부당한 금액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공양의 날을 위해 경비를 지불하는 신입생 중에는 선배들에게 연락할 용기 혹은 시간이 없어 선배들과 식사할 기회가 적었음에도 공양의 날이라는 관습적인 분반 전체행사에 따라 큰 금액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지나치게 비싼 금액의 외식비를 충당하느라 오히려 필요한 다른 부분의 지출을 줄여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한편 선배 학부생들에게도 선후배 외식문화는 적지 않은 부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솔자 경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신입생이 입학한 학기 초에 후배와 함께하는 외식비용이 한 달 평균 50만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터는 학교 공식행사인 만큼 강연과 전체 프로그램 비용은 학교에서 지원하지만 새터 준비위원회와 인솔자의 경우 학생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별다른 지원은 없다. 또한 2학년 인솔자의 경우 최소 15만 원에서 20만 원에 이르는 학과학생회비도 지출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인솔자를 지원하는 학생들 사이에는 암묵적으로 신학기 초의 과도한 식사비용 지출을 위해 미리 대비를 해야 하는 것으로 통한다.
우리대학 선후배 친선 문화 중 특이한 점은 새터 중 신입생들의 식사비용은 원칙적으로 신입생 부담이지만 재학생들이 신입생들을 위해 후식을 사주는 것에서 시작하여 아예 일주일 치 식사비를 걷어서 내는 것이 대물림되어 관례로 전해진다는 것이다. 카이스트의 경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의 지도 선배(프락터)는 학교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받으며 한 학기 최대 7~80만 원까지 신입생과의 대화에 들어가는 식비가 지원되는데 비해 우리대학 인솔자 선배들은 자원하여 신입생과의 교류에 수십만 원을 들인다.
공양의 날 역시 마찬가지로 신입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문화이며 처음 정착될 당시인 2004학년도의 경우에는 1인당 2만 원을 걷어서 간단하게 야식을 함께 먹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약소하게 딸기파티로 대체하는 분반도 있었다. 지금도 선후배가 함께 김밥을 싸고 신입생이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등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공양의 날을 지내는 분반이 있다. 앞으로 다가올 2013년도 공양의 날에는 선후배 외식문화에서 학생의 본질을 지키고 선후배 관계도 돈독해지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 향방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