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3년을 묻다
앞으로의 3년을 묻다
  • 주태하 / 화학과교수, 교수평의회 의장
  • 승인 2012.09.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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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년을 맞이하는 총장에게 바람

지난해 9월 1일, 제5대 백성기 전 총장에 이어 김용민 총장이 우리대학에 총장으로 부임했다. 김 총장은 외부에서 영입된 첫 총장으로서 교내외 구성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부임했다. 김 총장은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매디슨에서 전자공학으로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그는 미국 워싱턴대에서 20년 이상 재직하면서 생명공학과 학과장과 의학생물학협회(EMBS, Engineering in Medicine and Biology Society)의 회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전기전자공학협회(IEEE, 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와 미국의학생물공학협회(AIMBE, American Institute for Medical and Biological Engineering)의 펠로우로 선임되기도 했다. 또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김 총장은 그의 이러한 국내외 경험을 토대로 개교 25주년을 갓 지난 우리대학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총장에 부임했다. 이러한 목표 하에 그는 총장으로 부임한 이래로, 내부 소통 확대ㆍ투명성 및 공정성 제고ㆍ수월성 강조ㆍ효율적인 대학 자원 활용 등 연구중심대학의 기치와 건학 이념에 입각한 정책을 펼쳤다. 이러한 총장의 정책은 소수정예ㆍ연구중심을 표방하는 우리대학이 갖추어야 할 ‘선택과 집중’ 측면을 강조하고 있으며, 대학 운영 및 연구에서 수월성ㆍ탁월성ㆍ공정성ㆍ투명성을 갖추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방적인 대학 운영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으며, 이메일 발송이나 각종 회의의 참석 및 참관 대상 확대와 같은 표면적인 소통보다는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더불어 총장추천위원회 추천 명단에 없던 김용민 총장이 총장에 선출된 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총장 선출 근거 자체를 공론화하기도 한다. 또한 최근 발생한 청소 용역 업체 선정 문제에서 볼 수 있듯이, 총장의 정책방향과 철학이 과연 공정한 것인가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카이스트는 우리대학보다 먼저 외부에서 총장을 영입하면서 대학 운영 전반의 개혁 드라이브를 추진한 바 있다. 김용민 총장이 부임하기 전에, 우리대학은 왜 카이스트와 같이 빠르게 변화하지 않는가에 대한 문제 지적도 있었던 사실을 보면, 지금의 변화에 대한 대학 구성원들의 반응이 대학 내부인으로서 단순한 저항의 표출인지 아니면, 카이스트에서 드러났던 문제점이 그대로 우리대학에 나타나면서 그들의 문제를 답습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포항공대신문은 교수ㆍ직원ㆍ학생 등 대학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김 총장의 앞으로 3년 동안의 목표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1주년을 우리대학에는 신임총장 취임 후 지난 1년간 보이지 않게 나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학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중국, 베트남 등 해외사무소를 폐쇄하고, 오버헤드와 연구소 정책 변화, 과다한 대학원 과정 폐지, 학과 중심의 정책을 운영하는 등 긍정적인 발전과 변화가 있었다. 정책의 결정에 있어서 시간을 가지고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며 변화를 추구하는 노력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하겠다. 한편 복지혜택의 축소 및 사용료 징수, 공간사용료 징수(준비중) 등에서 구성원들은 학교 예산이 점점 어려워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얼마 전 실시된 교수평의회 설문조사에서 교수들로부터 주로 비판적인 다양하고 많은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총장의 기본 정책 중 하나는 ‘열림’ 문화로 교무회의에도 학생과 직원 대표가 참여하고, 앞으로는 학과 교수회의에도 학생 및 직원 대표가 참가하는 것을 강제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교수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은 소통의 부재이다. 총장은 부임 전에도 교수, 직원, 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의견을 들었으며, 부임 후에도 항상 듣겠다고 하였으나 막상 정책의 결정에서 교수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의견을 ‘듣는다’는 것은 들은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한국의 대학문화와 현실에 맞는 정책을 펼쳐야한다. 미국의 제도가 물론 좋은 점이 많이 있지만 총장은 미국의 제도가 가장 좋은 제도이며 국내의 제도는 타파하여야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아닐까. 세상 어디나 인간 사는 법은 비슷하고 보편적 진리는 존재하지만 세세한 차이가 있으며 이 세세한 차이가 커다란 이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인다. 물론 우리는 세계의 유명 대학과 경쟁하고 있으며, 이에 걸맞은 규칙과 문화를 정착하고 교육과 연구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뛰어난 교수, 학생, 직원의 확보 등에서 우리가 MIT나 CALTECH 등과 경쟁하는 것은 아니며 그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해야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실제 경쟁 대상은 서울대, KAIST 등이다. 교수와 직원의 경우 연ㆍ고대까지 넓힐 수 있겠다. 총장이 미국의 대학을 언급하며 실행한(할) 정책들은 이 점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포스텍이 국내의 우수 대학과 인재 유치에서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모든 정책은 그야말로 껍데기뿐이다. 수도권에 있지 않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경쟁력에 많은 불리함을 갖는 우리 대학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주거 환경 및 교육여건 등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우수한 교수와 직원을 위한 당연한 정책이다. 내부 구성원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장기적으로 우수한 학생이나 교수의 유치가 어려워지게 됨은 자명하다.
포스텍의 가장 큰 자산 중 하나는 기금이다. 우리학교의 기금은 미국의 기준으로도 50위 정도에 해당하는 상당한 수준이다. 그러나 기금의 운용에 있어서는 많은 교수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거의 낙제점이다. 법인이 기금의 운용에 관하여 학교 구성원에게 설명 또는 이해시키려는 노력도 거의 전무하다. 대학 기금의 최적 운영을 위해 하루 속히 전문적인 기금 운용 체제를 도입하고, 기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포스코 주식을 적절한 시기에 일부 매각 등 재분배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위기관리를 하여야한다. 총장과 보직자들은 이러한 사항이 재단의 고유 업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기회가 되는 대로 교수들의 관심과 의견을 모아 재단을 설득하여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기금운용 방안을 속히 마련하여야 한다. 또한 많은 교수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미국 저명 사립대학교 총장의 가장 큰 임무는 기부금 모금활동이다. 현 총장 체제는 재원의 배분에만 너무 힘을 쏟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재원의 효율적인 배분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재원의 확보가 더욱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물론 총장 취임 후 직속 발전기금팀을 설치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재원 확보에도 조만간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라며 한국 대학의 풍토와 문화를 존중하는 소통의 총장으로 거듭 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