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오름돌] 우리를 바라보는 그들의 자세
[78오름돌] 우리를 바라보는 그들의 자세
  • 하헌진 기자
  • 승인 2011.10.12 2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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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30일,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장 박주영 선수는 ‘축구의 종가’라 불리는 잉글랜드의 프로축구 1부 리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의 명문클럽 아스날(Arsenal FC)에 새로운 둥지를 텄다.

 필자를 포함해 우리나라 축구팬들은 박주영 선수의 이적에 대해 큰 흥분을 느끼며, 이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빅클럽에서 큰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지성 선수의 뒤를 잇기를 바랐다. 하지만 EPL이 개막하자, 박주영 선수는 선발 출전은 물론이거니와 후보 선수로조차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자 언론에서는 ‘박주영 위기설(說)’을 연신 내보내며, 실력부족으로 인해 감독의 눈에 들지 못한 박주영의 자질을 비판하는, 이른바 ‘박주영 흔들기’에 집중하는 형국이다.

 정말 박주영 선수가 ‘위기’에 봉착한 것일까. 필자의 생각은 ‘아니오’이다. 그는 박지성 선수의 뒤를 이어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장을 맡을 정도로 이미 검증된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전 소속팀에서 보여준 활약은 충분히 더 큰 무대에서도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주기에 충분했다. 단지 박주영 선수가 EPL무대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새로운 무대에 완벽히 ‘적응’하기에 아직은 이르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며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자신의 기회에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이러한 그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무턱대고 지금 당장 선발 출전하지 못한다며, 또 후보명단에조차 들지 못한다며 비판한다면 이것은 과연 옳은 비판인가. 현재보다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박주영 선수를 지켜보아야 하지 않을까. 숲을 보지 못한 채 나무만 보기 급급한 언론에 가끔씩 화가 나기도 한다.

 사실, 우리대학 학생들의 상황이 박주영 선수의 상황과 흡사하다. 우리대학 학생들은 국내 최고수준의 대학인 우리대학에 각자 나름대로의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입학하였고,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훗날 최고가 되길 바라며 큰 기대를 걸었을 것이다. 하지만 학기가 시작되고 이전과는 다른 대학환경과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만족할만한 성적을 얻지 못하자, 지지하던 주위 사람들은 우리들의 인생에 마치 큰 ‘위기’라도 닥친 듯 부담과 압박을 연신 주고 있다.

 물론 이것이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건 기대가 컸고, 또 학생들이 더욱 잘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지만, 정녕 이것이 우리대학 학생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올바른 자세인지는 의문이 든다. 이 칼럼을 읽는 당신이 혹 우리대학 학생들을 응원하는 주위 사람들이라면, 학생들이 앞으로 마주할 무대에서 큰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조금만 더 지켜보고 묵묵히 응원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