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동산]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하는
[노벨동산]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하는
  • 장태현 / 화학 교수
  • 승인 2007.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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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년이 되기를 기대하며

지난 해 우리 대학의 법인, 총장, 교수들 사이에 심각한 의견 충돌이 있었다. 결국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지만, 개교 20주년 행사를 멍들게 했으며, POSTECH에 대한 우리의 자부심에도 지우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이 일의 표면적인 발단은 법인의 교원임면권 환수 결정과 이 결정에 찬성한 총장에 대한 교수들의 반발이었다. 그러나 그 내면을 살펴보면, 대학 운영에 대한 법인과 교수들의 생각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여러 해에 걸쳐 얽히고설킨 일이지만, 결국 이 갈등은 국내 최고를 넘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는 우리들의 조바심과, 국내 경쟁대학들의 발 빠른 발전을 보며 느끼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 같다.
현재 우리 대학 신입생들의 수능 성적은 최상위권이며, 대학원생 당 연구실적은 국내 최고임은 물론 국제적 수준이다. 산업체에서는 이들을 최우선 순위로 유치하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 대학의 직원들은 타 대학에 비해 월등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대학의 교육과 연구활동을 지원해 왔으며, 교수들은 교육 및 연구에서 국내 최고의 성과를 올려 왔다. 우리의 재단은 국내에서 최고의 전입금을 지원해 왔으며, 사학법 개정의 빌미를 제공한 사학재단 비리와도 거리가 멀다. 그러나 우리 대학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갈 길은 아직도 멀어 보인다. 법인은 국제적인 경쟁을 하기 위한 충분한 여건을 대학에 마련하고 있는가? 대학 구성원들은 국내 최고의 법인 지원에 걸맞는 저마다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으며, 나아가 국제적인 경쟁을 할 채비가 되어 있는가? 개교 20주년을 맞아 내건 슬로건대로 2020년까지 세계 20위권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현재의 부족함을 자각하고, 스스로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서로의 시각이 다를 수 있는 구성 요소 사이의 갈등은 있을 수 있으며, 건설적인 방향으로 해소된다면 그것이 다름아닌 발전일 것이다.

설립이사장도 말씀하신 바와 같이, 대학 운영에 있어 법인과 대학 구성원 사이에 서로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하지만 법인과 대학 구성원들이 직접 효과적인 대화를 할 수도 없거니와, 직접 운영을 논의할 상대방도 아닐 것이다. 법인과 대학 구성원 사이의 의사소통 채널은 법인 이사이자 대학 구성원의 리더인 총장의 역할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초대 총장 이후 우리 대학의 총장 선임은 순탄하지만 않았다. 특히 지난번에는 총장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지 않은 총장이 선임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근 1년간의 총장 공백기를 가졌다. 이런 와중에 법인은 본부 보직자 선임권을 환수했으며, 이번에는 교원임면권마저 환수하였다.
총장에게 위임되었던 권한 환수에 대한 일련의 정관 변경이 법적인 하자가 없는 법인의 권한 행사라고 할지라도 설립이사장과 초대 총장 사이의 신뢰에 기초한 대학 운영의 전폭적인 위임 상황에 익숙한 대학 구성원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변화들이다. 이번 교원임면권 환수 결정이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총장의 전횡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 법인의 입장이라고 전해 들었다. 그러나 몇 해 전 법인과 사소한 이견을 보인 총장대행을 해임하고, 총장추천위원회의 추천과 관계없이 총장을 임명하는 등, 정관에 명시된 권한을 거침없이 행사하는 것을 보아온 우리에게 이러한 해명은 궁색하게 들릴 뿐이다. 이러한 일들을 종합해 볼 때, 대학 구성원들은 대학의 자율적인 운영이 계속되기를 원하지만, 법인은 대학의 자체 운영능력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대학을 사심없이 지원해 온 우리 법인의 역사와 짧은 시간 내에 국내 정상에 올라선 우리 대학의 위상을 생각할 때, 이번 정관 변경이 교원인사에 대한 법인의 전횡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우리 대학이 국내 정상의 위치를 확고히 하면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려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발전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과 성숙함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우리 대학은 이제 20세 성년에 접어들었지만, 스스로 발전과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기에는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아 보인다. 대학을 성숙하게 하기 위해서 법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는 능력있는 총장을 선임하여, 뜻한 바대로 대학을 이끌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닐까? 총장은 대학 구성원의 리더로서 법인과 구성원 사이의 의견을 조율하여 대학의 발전을 견인해야 하며, 이는 법인의 뒷받침과 함께 대학 구성원의 신망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과연 법인은 이러한 총장을 원하고 있는가? 아니면 법인의 지시를 충직하게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총장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작금의 사태를 보면 법인은 후자를 선호하는 것이 분명한 것 같아 안타깝다.
이렇듯 법인이 대학 운영에 대해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설치하여 총장의 권한을 제약하겠다고 나서게 되기까지는 법인과 대학 구성원 모두 나름대로 원인 제공을 하였겠지만, 서로를 탓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대학의 모든 구성 요소가 자기 맡은 바 소임에 전념할 수 있게 되어야 국제적인 경쟁도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혹시나 하는 우려에서 만드는 제약들은 현상 유지에는 설령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무한경쟁 시대에서 현상 유지는 퇴보와 다름없다는 인식을 법인과 대학 구성원이 공유할 수 있게 되기를 무엇보다 바란다.

어수선했던 2006학년도를 마무리하면서, 지난 몇 해 사이에 일어난 우울한 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어둡다. 그러나 이 모두를 우리 대학이 커가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으로 생각하고 미래를 기약해 보고 싶다. 2007학년도는 우리 대학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사학법 개정에 따른 여러 가지 일이 산적해 있고, 무엇보다 새로운 총장도 맞아야 한다. 부디 금년에는 구성원들의 신망을 받을 수 있으며, 법인에서도 대학의 운영 파트너로 신뢰할 수 있는 훌륭한 총장이 선임되어, POSTECH이 세계로 도약하는 원년이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