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은 인간의 본능이다. 인간은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얻기 위해 음식을 먹도록 진화했다. 나 역시 몸을 위해 밥을 먹는다. 하지만 아무리 밥을 잘 챙겨 먹는다고 한들, 여전히 허기짐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내 마음이 고픈 순간이다. 몸에 음식이 필요하듯 마음과 정서에도 채워줘야 하는 양분이 있다. 나는 그것을 낭만이라 부른다. 낭만은 내 정신의 양식이 되어 내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많은 사람은 낭만을 특별하고 거창한 것으로 여긴다. 멋진 여행이나 영화 같은 순간을 먼저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낭만은 그런 것과는 조금 다르다. 나에게 낭만은 마음의 여유를 놓치지 않는 일이다. 바쁜 학기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지금의 나를 차분히 들여다보게 하는 순간들이다. 그런 순간들이 쌓일 때, 비로소 내 삶이 메마르지 않고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음악 △산책 △책 읽기에서 그런 여유를 찾는다. 요즘 나는 재즈에 푹 빠져있다. 재즈의 즉흥적인 선율과 세련된 분위기에 스며들다 보면, 어느새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든다. 감사하게도 재즈 밴드의 일원으로 함께하며 그런 순간들을 가까이에서 누리고 있다. 또 가끔은 휴대폰 화면에서 눈을 떼고 천천히 걷는다. 우리대학은 아름다운 풍경들이 참 많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귀여운 새들의 노래처럼, 무심코 지나치기엔 아까운 장면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멍하니 그런 순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책도 그렇다. 학업에 치이다 보면 책 한 권 펼칠 여유조차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일부러 책을 집어 든다. 단편소설이든 시집이든, 무엇이든 좋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책의 세계에 깊이 스며든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 순간만큼은 내 세계를 온전히 마주하는 기분이 든다.
이것이 내가 낭만을 찾는 방식이다. 물론 사람마다 낭만의 모습은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운동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친구와의 대화나 맛있는 한 끼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방식이 아니다. 그 순간만큼은 온전한 나로 존재하는 것, 그것이면 된다. 내 삶의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충분하다.
학업과 여러 활동에 치여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분명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삶의 주도권을 뺏긴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낭만을 권하고 싶다. 어쩌면 낭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잠시 멈춰 둘러볼 때 비로소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해 보자. 당신의 낭만은 어디에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