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장기화, 한국 경제는 왜 흔들리는가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 한국 경제는 왜 흔들리는가
  • 최진현 기자, 조아훈 기자
  • 승인 2026.04.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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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의 경제적 중요성을 나타내는 인포그래픽
▲호르무즈 해협의 경제적 중요성을 나타내는 인포그래픽

 

지난 2월 28일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봉쇄됨에 따라 국내 실물 경제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물류망이 차단되며 촉발된 국제 유가 급등이 수출과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연쇄적인 부담을 지우는 형국이다. 석유화학 제품 가격 인상 우려에 따라 종량제 봉투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는 등 체감 물가를 둘러싼 불안 심리도 확산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의 절대다수를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실물 지표의 충격으로 가시화됐다는 분석이다.

 

거시 지표를 덮친 유가 충격과 가시화된 인플레이션

전쟁 장기화 우려는 즉각적인 시장 지표 하락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23일 코스피 지수가 6.49% 급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제 유가의 변동성 증가로 원유 사용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성장 △물가 △환율 등 전 범위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전략 비축유 2,246만 배럴을 긴급 방출하기로 했으나, 이는 국내 일일 소비량 기준 7~8일 치에 불과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원유 수급 차질이 길어지면 생산 비용 상승이 전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비용 인상형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할 우려가 크다.

 

무너진 원가 방어선, 산업계를 덮친 ‘원가 셧다운’

이런 원유 공급 차질은 플라스틱 등 생활 밀접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공급망을 타격했다. 한국의 중동산 나프타 의존도는 약 25%에 달한다. 3월 하순 기준 글로벌 나프타 거래 가격은 한 달 새 34.7% 폭등하며 화학 업계의 원가 방어선을 무너뜨렸다. 정부는 대응책으로 나프타 수출 금지 조치를 내세웠지만, 주요 화학 기업들이 나프타 제조를 위한 핵심 설비의 ‘불가항력적 가동 중단’을 검토하는 등 산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 등 다른 첨단 원자재의 수입망도 마비되며 산업계 전반의 연쇄 셧다운 리스크가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경제가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에 민감하게 흔들리는 이유

그렇다면 중동 지역의 정치적 분쟁이 국내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을 연구하는 우리대학 정진호(인문) 교수는 △에너지 수입 구조 △경제 구조 △물류 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먼저 우리나라는 높은 중동 지역 원유 의존도를 지닌다. 유럽 등의 타 국가는 다양한 원유 공급원을 확보해 충격을 완화한 반면, 우리나라는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컸다. 또한 국내 경제는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산업을 위시한 제조업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해당 산업들은 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아 유가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으며, 특히 정유 및 석유화학 산업은 원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구조기 때문에 유가에 극도로 민감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에너지 수입 경로를 해상 운송에 의존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이 더 컸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위기를 넘기기 위한 정부의 대응과 해결책

우리나라 정부 역시 현 상황에 발맞춰 위기를 타개하고자 하고 있다. 비축유 방출에 더해 원유 확보를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지난 15일에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4개의 산유국을 순방해 올해 말까지 원유 2억 7천만 배럴 및 나프타 210만 톤을 추가로 도입하는 결과를 이끌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원유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 8일부터 차량 5부제를 시행했다. 해당 조치들은 단기적인 충격 완화에 필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원유 추가 확보와 비축유 방출 조치는 공급 불안을 완화하고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에 기여할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다만 이런 확보 물량이나 차량 5부제로 절감되는 양은 국내 전체 소비 규모에 비해 제한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를 극복하기 위한 구조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지정학적 위기를 줄이기 위한 장기적인 방책

그렇다면 국내 경제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미치는 타격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정책적 대안은 무엇일까? 정 교수는 △에너지 수입 구조 다변화 △에너지 전환 및 효율성 개선 △산업 구조의 고도화 △위기 대응 체계의 고도화를 제언했다. 다양한 국가와의 공급망을 구축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중동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신·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구조 전환을 통한 석유 의존도를 줄임으로 외부 충격에 대한 민감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콘텐츠·플랫폼을 활용하는 디지털 서비스 산업과 같이 에너지 투입 대비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는 것 역시 하나의 방법이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위기 상황 시 자원 배분과 민관의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대응 체계를 정교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은 기존 국내 경제의 취약점을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비축유 배출이나 차량 5부제와 같은 단기성 정책만으로는 만성화되는 지정학적 공급망 리스크에 더 이상 효과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다. 정 교수는 “향후 정책의 핵심은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에너지 △산업 △공급망 구조를 함께 개선해 지정학적 리스크에 덜 흔들리는 경제를 만드는 것에 있다”라고 역설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수입 구조 다변화와 산업 고도화를 위시한 경제 구조 재편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