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를 위한 글의 여백
독자를 위한 글의 여백
  • 조준혁 기자
  • 승인 2026.04.2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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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 돌아보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책과 함께 살아왔던 것 같다. 독서 자체를 순수하게 좋아했으며, 면식조차 없는 타인이 자신의 존재를 눌러 담아 쓴 글을 마음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글이라는 매체에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글에는 글밖에 담지 못한다. 작가가 머릿속에 그리던 푸른 하늘 아래, 번지는 은은한 꽃의 향기와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누군가의 뒷모습. 작가가 많은 것을 포기한 담담한 글에서 독자는 그 모든 것들을 겨우 짐작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속 아쉬움의 응어리를 해소하고자 계속해서 글을 읽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왔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아쉬움 위에 올라타 글을 읽는다. 글밖에 없는 종이 위에 작가의 모습을 떠올린다. 자그마한 글씨에 찰나의 느낌과 상상력을 담아 나만의 장면을 그려본다. 장면이 매끄럽게 이어질 때면, 책을 덮고 가만히 눈을 감아 나만의 이야기를 이어가 보기도 한다. 그렇게, 작가가 글로써 완성하기 위해 덜어내고 덜어낸 것을 내 나름대로 다시 글에 주워 담는다. 글밖에 없었던 아쉬움은 글로부터 시작하는 기대감으로 바뀌었고, 글이 미처 채워주지 못한 공간은 나를 위한 광활한 여백으로 남았다. 그 끝없는 여백을 나로 물들인 순간, 그 글은 나의 감정과 이상을 담은 나의 글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독자를 위해 넓은 여백을 남겨야 할 필자가 됐다. 내가 글로써 못다 채운 신문 속 공간을 독자가 마음껏 채워주면 좋겠다. 단조롭고 여백으로 충만한 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 이 글을 읽고 누군가는 여백에 조심스레 뛰어들어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독자들이 티 없는 여백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글을 보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신문을 독자의 생각을 담을 그릇으로 만드는 기자가 되고자 하는 다짐으로 첫 발걸음이 될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