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서 떠올린 국가 과학기술 성장의 방향
상하이에서 떠올린 국가 과학기술 성장의 방향
  • 조유현 기자
  • 승인 2026.03.2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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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발전이 단적으로 드러난 황푸강 건너의 스카이라인
▲상하이의 발전이 단적으로 드러난 황푸강 건너의 스카이라인

 

중국은 신기술을 누구보다 빠르게 공개하며 세계를 놀라게 하는 기술 강국이 됐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중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과학기술 분야에서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본지는 기술의 허브, 국제도시 상하이로 해외 르포를 떠났다. 그러나 출국 직전, 사전에 연락이 완료된 푸단대로부터 갑작스러운 인터뷰 거절 통보를 받았다. 현지 도착 후 계속 연락을 시도했지만, 거절 사유조차 듣지 못한 채 학교 투어마저 불허됐고, 현지 재학생의 도움으로 신문사 인원의 일부만 학교에 출입할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현재 중국의 폐쇄적인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따라서 기술이 세계의 판도를 뒤흔들 만큼 중요한 열쇠로 작용하는 시대에서, 국가의 보호와 통제 아래 성장한 기술이 전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옳은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국가 주도형 성장의 명암: 과학기술은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가

중국이 큰 성장을 단기간에 이룰 수 있던 배경엔 국가 주도형 사업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의 국가 주도형 사업은 단순히 지원금을 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공산당 간부가 직접 작성하는 5개년 계획부터, 지도부와 실무자가 직접 소통하며 하나의 도시를 산업 특성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것까지 단기간에 이어지도록 체계가 이뤄져 있다. 이런 중국의 정책과 계획은 높은 효율성을 통해 두드러진 성과를 곧바로 창출하게 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폐쇄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국가 지도부의 결정이 즉시 실현되고 자원의 흐름이 결정되는 구조는 민간의 자율성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성과중심주의로 이어져 실제 시장의 수요와 괴리가 큰 과잉 설비 문제를 낳았다. 더군다나 중국은 2008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천인계획(千人計劃)’과, 현재까지 이어지는 ‘만인계획(萬人計劃)’으로 해외의 유능한 석학 및 엔지니어를 포섭하며 해외 기술을 흡수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 유출 문제는 국가 간 신뢰를 무너뜨리고 안보 위협으로까지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기술 유출 범죄의 절반 이상이 중국과 연계됐으며, 이 중에는 국가 핵심기술 유출 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학기술의 폐쇄성은 국가 안보, 국방 측면에서 일정 부분 필수적이다. 그러나 맹목적인 폐쇄성은 지식의 공유 및 연대라는 과학 본연의 가치를 위축시키고 자칫하면 국가 간 과열된 경쟁과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는 어디로?

그간 민간에 주도적으로 과학기술 투자를 맡겨왔던 기조와 달리, 지난해부터는 우리나라도 국가 예산을 과학기술 분야에 이례적으로 대거 편성하며 AI 강국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다지고 있다. 중국을 통해 알 수 있듯, 국가 주도형 투자가 과도해지면 맹목적인 폐쇄적 질주로 이어지거나 민간 산업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 주도의 효율성을 취하되, 동시에 개방적이고 윤리적인 기술 발전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기술 패권 전쟁 속, 아직 국가 주도형 AI 사업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실행되지 않은 시작 단계인 만큼, 우리나라가 해당 사업을 통해 어떤 과학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찰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