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202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경기 국가대표 마운드 위에 41세의 투수가 올라왔다. 역대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최고령 선수, 노경은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는 선발 투수의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올라왔음에도, 좋은 타격을 선보이던 호주 국가대표 타선을 2이닝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아냈다. 이에 힘입어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역시 WBC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베테랑 투수 노경은의 야구 커리어에는 ‘풍운아’라는 수식어가 따라온다. 이에 걸맞게 그의 야구 인생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는 2003년, 두산 베어스에서 야구 선수로서의 첫걸음을 뗐다. 시작은 미미했다.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유망주로 살았으며, 팬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는 2012년이 돼서야 그를 믿어주는 감독을 만나며 첫 번째 꽃을 피워낼 수 있었다. 2년 동안 규정이닝을 채우고, 매년 10승을 웃도는 성적을 거두며 기량을 뽐냈다. 그러나 첫 번째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버팀목이 됐던 감독이 경질되고, 새로 부임한 감독과 갈등을 겪으며 그의 경력은 위기를 맞았다. 결국 2016년, 노경은은 두산과의 결별을 택했다. 팀에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롯데 자이언츠에서 두 번째 기회를 맞이했다. 그러나 롯데에서도 풍파를 겪었다. 구단과 계약 금액의 이견으로 1년을 날리기도 했으며, 최종적으로는 성적 부진으로 롯데에서 방출당했다. 그때 그의 나이는 37세. 대부분의 야구 선수가 은퇴하고, 제2의 인생을 계획하는 나이였다.
그러나 노경은의 야구 인생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SSG 랜더스가 그를 불렀다. 부족한 투수진을 채워 전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SSG와, 선수 생활을 연장하고자 하는 노경은의 목표가 부합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제2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2022년 이후, 그는 SSG의 핵심 투수로 활약했다. 팀의 우승을 이끌었으며, 2024년과 2025년에는 홀드왕을 차지해 KBO리그 최고령 타이틀홀더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올해는 마침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말 그대로 불혹의 나이에 선수 생활의 황금기를 맞이한 것이다.
노경은은 엄격한 자기 관리로도 유명한 선수다. 힘든 경기를 마치고도 유산소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빼놓지 않았다. 식단 관리 역시 철저했다.
모든 꽃이 봄에 피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남들보다 늦게 피는 꽃이 있다. 적절한 때가 올 것을 믿고, 자신의 최선을 다하며 기다리면, 언젠가는 화려한 꽃이 만개하리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