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개교한 우리대학은 어느새 올해로 불혹에 접어들었다. 40년이라는 세월 동안 많은 사건과 역사가 쌓여온 만큼 우리대학의 역사가 담긴 자료들이 잘 보존되고 있는지, 현재 학생들은 이를 들춰보고 기억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사료는 단순한 과거가 아닌 발자취
대학의 역사를 기록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료는 단순히 ‘과거의 일에 대한 기록’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故 김호길 초대 총장(이하 김 초대 총장)의 서명이 있는 ‘해외 출장 계획도’에는 해외에 있던 저명한 과학자들을 우리대학 교수로 초빙하기 위한 과정이 담겨 있다. 초대 총장이 직접 세계 곳곳을 오가며 설득한 기록에서는 우리대학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개교 초기 90학번인 당시 익명의 새내기가 김 초대 총장에게 보낸 서신도 단순한 문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총장과 새내기의 대화에서 우리대학의 건학을 위한 노고를 느낄 수 있으며 새내기가 손글씨로 정성스레 쓴 편지의 뭉클함은 오늘날에도 생생하게 전해진다.
우리대학에서 과학사 연구를 이어오다 현재 카이스트에서 연구 중인 이종식 교수는 “어느 개인이든, 어느 조직이든 시간 앞에 장사 없다”라며 대학에서 기록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우리대학에서 재직했던 기간 동안 새터에서 우리대학의 역사에 대해 발표하는 등, 학생들에게 우리대학의 역사와 그 중요성을 설명해 왔다. “대단히 중요한 것 같았던 사건도, 충격적이었던 일도 시간이 흘러 구성원이 바뀌고 환경이 달라지면 쉽게 잊힌다. 현재 포스텍에 재학 혹은 재직 중인 구성원 중 10년 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얼마나 될지 생각하면, 현재 벌어진 일을 정확하고 풍부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충분히 남아있으리라 보장할 수 없다. 기록이 없으면 역사는 결국 휘발된다”라며 기록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우리대학의 사료와 기록물은 박태준학술정보관의 아카이브에 있으며 전문 기록물관리사가 관리하고 있다”라며 보통 국가기록원이나 대통령기록관 같은 정부 기관에 근무하는 기록물관리사를 자체적으로 채용해 관리한다는 점이 우리대학이 역사 보존에 큰 관심을 두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새터에서 학생들에게 제시한 자료들 역시 아카이브를 통해 확보했다며, 우리대학의 문헌 기록 시스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개선에 관한 의견 또한 전했다. “공식적인 기록은 체계가
잘 잡혀있지만 △비공식적인 자료 △과거에 사용한 학생증 △기계 설비와 같은 유물을 보존하는 시스템이 취약한 것 같다”라며 역사 자료의 범위를 더 넓게 정의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우리대학 사료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나
학술정보팀
한편, 기록물 관리에 대한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학술정보팀 이동은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재 우리대학의 기록물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이 씨는 사립대학인 우리대학 역시 기록관리의 책임 주체로서 기록을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어 대학 차원의 규정과 시행세칙을 마련해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특정 기록만을 별도로 ‘중요하다’라고 정해두지 않고 대학에서 생산되는 모든 기록을 관리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라며 모든 사료를 관리하고 있음을 밝혔다. 현재 우리대학은 30년 이상의 보존이 필요한 중요 기록물은 대학 아카이브에서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등 사료별 중요도에 따른 차이는 존재하지만, 전자문서까지 모든 기록을 보호 중이다. 아울러, 공식적인 행정문서가 아니더라도, 대학의 역사와 정체성을 보여주고 대체가 불가능한 자료라면 사료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함을 전했다. “△각종 홍보물 △신문 △기념품 △학생 활동 기록 등도 기준에 따라 함께 수집·관리하고 있다. 사료의 기준은 ‘형식’보단 ‘의미’에 있기 때문에 대학의 선택과 성장을 설명해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라며 우리대학의 사료로서의 의미를 설명했다.
또한 이 씨는 현재 관리 체제의 개선 방향에 대해 사료 기록이 특정 부서의 업무로 인식되기보단 구성원 모두가 만들어가는 자산으로 느껴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학생도 충분히 대학 사료의 주체가 될 수 있다. 특히 학생의 시선으로 담긴 기록은 공동체의 모습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기에, 의미 있다고 느낀 자료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라며 역사를 이어가는 과정 속 학생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함과 동시에 학생 참여형 기록 수집 창구 마련, 참여방법에 대한 안내 강화 등의 제도적 개선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대표적인 예시로 최근 새롭게 구축된 ‘POSTECH1986’ 홈페이지의 디지털 컬렉션 역시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시도였다”라며 기록을 쉽게 접하고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교지편집위원회
지난 2023년 해체된 교지편집위원회(이하 교편위)는 총학생회 소속 독립 언론 기구로, 해체 직전까지 일정 주기마다 교내 사건과 학생들의 의견이 담긴 교지를 발간했다. 현재는 교편위 사무실이 총학생회 서고로 사용되고 있으나 사무실 내에 남아있는 다량의 교지들은 우리대학 학생 사회를 보여주는 사료로서 기능한다. 교지들은 당시 학생 사회의 화두였던 사건들을 다루거나, 학생 사회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익명으로 싣는 등 정제되지 않은 학생들의 의견이 녹아들어 있다는 데에서 ‘학생 사회 사료’로서 그 가치가 크다. 특히 POVIS 전자게시 게시글들이 일정 주기로 삭제됨에 따라, 온라인으로는 당대 학생들의 이슈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교지라는 지면 매체를 통해 이를 보존하고 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학교 곳곳에 흩어진 사료들 파악 필요해
학교 곳곳에 흩어진 자료들도 있다. 포스테키안의 서가 및 학생회관 소재 동아리방 몇 군데에 흩어진 ‘총학 30년사’는 물론, 우리대학 ‘10주년 화보집’이 대강당 분장실B 옷장에 방치돼 있는 풍경은, 사료 기록 보존이 어디까지 이뤄져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유실된 ‘총학 10년사’와 ‘총학 20년사’에 대한 파악 또한 필요하다. 포스테키안의 서가에서 습득한 ‘총학 30년사’에 따르면 이전에 발간된 학생 사회 간행물이 존재하지만, 현재 ‘총학 30년사’만이 학교에서 발견될 뿐 이전 발간물에 대해서는 소재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본지 취재 결과 총학생회실을 비롯해 학내 여러 군데에 위치한 포스테키안의 서가 또한 해당 자료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 ‘총학 30년사’ 역시 단 두 권만이 확인됐다. 우리대학 사료들의 보관 환경 또한 논의돼야 한다. ‘10주년 화보집’ 수 권이 발견된 대강당 분장실은 거미줄과 곰팡이 등으로 인해 현재는 잘 쓰이지 않는다. 대강당 분장실이라는 곳에 우리대학의 사진 사료들이 고스란히 담긴 ‘10주년 화보집’이 방치된 상황에 대해서는 심층 취재가 필요해 보인다.
사료 정리, 다른 대학은 어떻게 하고 있나
작년 창립 140주년을 맞이한 연세대는 대학 학술문화처 산하 기록관을 통해 학생 사회는 물론, 학교의 역사를 담은 사료들을 정리하고 있다. △책임과 준수 △공유와 신뢰 △역사와 미래라는 세 가치 아래 △주제 콘텐츠 △기획 콘텐츠 △동영상 콘텐츠 등을 운영하며 학내 구성원뿐만 아니라 외부인에게도 학교의 기록물을 알리고 있다. 특히 ‘창립 140주년 기념 사진전-연세 교정의 옛 모습’을 통해 기록관이 소유한 기록물들을 외부인에게 공유하고 있다.
고려대는 1934년 개관한 ‘고려대학교박물관’을 통해 학교사 자료뿐 아니라 국가 지정 문화유산 또한 관리하고 있다. 특히 2025년엔 개교 120주년을 맞아 특별전 ‘120년의 高·動, 미래지성을 매혹하다’를 통해 대학을 관통하는 5개의 대주제를 설정해 대학의 역사를 드러내는 전시를 진행한 바 있다. 우리대학 또한 개교 4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기획하는 등 역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간다면 구성원들의 역사의식과 함께 외부인에 대한 우리대학의 브랜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세대 위해 사료 정리 체계화돼야
사료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닌 대학의 ‘비전’이자, 과거의 순간을 고스란히 담은 ‘흔적’이다. 특히 우리대학은 국내에서 몇 되지 않는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이라는 특성상, 사료에서 당대 국내 과학사에 있어 귀중한 정보 또한 찾을 수 있다. 즉 우리대학의 사료는 비단 ‘우리대학의 과거 여정’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우리나라의 과학 발전 과정’까지로의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불혹이라는 전환점을 맞은 만큼, 앞으로도 우리대학의 사료 정리가 잘 이뤄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