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을 바라보는 원·달러 환율, 그 이유와 정부의 대응은?
1500원을 바라보는 원·달러 환율, 그 이유와 정부의 대응은?
  • 최진현 기자
  • 승인 2026.02.1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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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최고점인 1,483원을 기록했을 때를 표현한 일러스트(출처: ChatGPT 5.2로 제작)
▲원·달러 환율이 최고점인 1,483원을 기록했을 때를 표현한 일러스트(출처: ChatGPT 5.2로 제작)

 

지난해 12월 23일, 원·달러 환율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된 동년 4월 이후 최고치인 1,483원을 기록했다. 현재는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며 1,420~1,480원 사이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역시 특별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없는 현 상황에서는 이례적인 수치라는 반응이다. 이처럼 최근 원화의 가치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하락하는 상황이다. 눈여겨볼 만한 점은 달러화 역시 상대적으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6개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즉, 달러화의 가치가 낮게 평가받고 있는 와중에도 우리나라 원화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심하게 떨어졌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원화 약세의 원인과 현재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대응책은 무엇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본지는 우리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재영(인문) 특임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달러는 약세, 국내 증시는 강세, 그런데 환율은 왜 떨어지지 않는가?
과거에는 달러의 약세나 주가 상승은 환율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전통적인 공식이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의 추세는 다르다. 달러 인덱스가 하락하고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여도 원·달러 환율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그 이유로 크게 △해외 투자 확대로 인한 자본 유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외국인 투자자들의 환 헤지 전략을 들었다. 먼저 자본 유출과 관련해 김 교수는 “개인 투자자 및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가 외환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소위 ‘서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2024년에 이미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더해 국민연금 역시 해외 투자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려, 매달 조 단위의 원화가 달러로 환전돼 나가는 자본 유출 흐름이 굳어졌다”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관해서는 “한국 원화는 트럼프 시대의 관세 정책에 가장 취약한 통화 중 하나로 분류된다”라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상 관세 장벽은 치명적이다. 관세 장벽으로 인한 수출 둔화는 외환 시장 내 달러 공급의 감소 및 원화 가치 하락으로 직결된다. 또한 국내 주요 대기업들 역시 미국의 관세 장벽을 피하고자 해외 직접 투자를 늘려 국내 외환 시장에 달러 가뭄을 야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우에는 국내 기업의 성장성은 높이 평가해 주식을 매수하지만, 한국 원화의 가치는 신뢰하지 않아 선물 시장에서 미리 고정된 금액으로 원화를 거래하는 ‘환 헤지 전략’을 사용하기 때문에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수하더라도 환율이 하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딜레마에 빠진 통화 정책 속, 환율 방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 정부와 한국은행은 과도한 원화의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가능한 방법을 최대한 동원하겠다는 태도다. 실제로 작년 12월 9일, 국민연금은 전략적 환 헤지를 재가동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 자산을 미리 매도하고, 비슷한 금액의 원화를 매수함으로 원화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다. 또한 동월 15일에는 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과 650억 달러 규모의 외환 스와프를 2026년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위해 필요한 달러를 시장에서 매수하는 대신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에서 빌려 씀으로 달러 매수 수요를 억제해 환율 급등을 방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과 정부는 환율 정책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평이다. 김 교수는 가장 큰 원인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를 지목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고금리 정책을 펼쳤지만, 한국은행은 금리를 높이지 못해 더 높은 이자를 좇는 자본이 미국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금리 상승은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가계 부채 문제 및 부동산 문제와 직접적으로 얽혀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금리를 높이지 못하고 동결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으며, 결론적으로 환율 문제의 해결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떠나는 돈’을 잡기 위한 정부의 과제는 무엇인가?
김 교수는 환율 문제 해결을 위해 단기적인 시장 개입을 넘어 원화의 가치를 구조적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정책을 제언했다. 대내적으로는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국내로 들여와 원화로 환전하도록 해외 수익에 대한 세금 완화 정책인 ‘배당금 익금불산입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상속세 개편 등의 세제 지원을 통해 기업이 주주의 수익 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2개국에 집중된 수출 지형을 세계 여러 지역으로 넓혀 관세 충격을 완화하고, 산업에서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수입 부담을 줄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더해 김 교수는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과 일본의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환율의 변동성은 현재보다 증가할 수 있다. 달러와 엔화의 움직임에 따라 환율은 더욱 요동칠 것이다. 이에 따라 과거와 차원이 다른 변동 폭에 대비해 시나리오별로 정교한 리스크 관리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의 환율 급등은 △제도적 △구조적 △국제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단지 단기적인 시장 안정 조치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와 대외 경제 체질 개선 등의 정책을 동시에 추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