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7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우주 발사체인 누리호가 네 번째 발사에 성공했다. 이번 발사는 다수의 위성을 목표 고도에 안정적으로 투입하며 국내 항공우주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누리호는 우리나라 최초의 실용급 발사체로 지구 저궤도에 약 1.5톤급 위성을 수송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앞선 1·2차 발사를 통해 기본 성능을 검증했고, 3차 발사에서는 실제 위성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시키며 기술적 완성도를 입증한 바 있다. 이번 4차 발사는 누리호를 일시적 성공이 아닌 반복 운용 가능한 발사체로 자리매김하게 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현재 누리호 발사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통해 6차 발사까지 계획돼 있다. 해당 사업의 첫 번째 목적은 누리호의 반복 발사를 통해 발사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며, 두 번째 목적은 국내 우주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데 있다. 발사 물량이 끊길 경우 개발에 참여한 기업과 연구 인력은 업무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되고, 이는 기술 축적의 단절뿐만 아니라 연구 인력의 생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누리호의 반복된 발사는 업무 공백을 방지하는 기본적인 수요를 형성해 산업 현장을 유지하고, 축적된 기술과 인력이 차기 발사체 개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누리호 4차 발사의 시사점
이전에 진행된 누리호의 1차 발사부터 3차 발사까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이 전 과정을 담당했다. 반면 4차 발사부터는 민·관 협력이 이뤄져 발사체 제작을 담당하는 체계종합기업을 선정했다. 설계·발사의 최종 책임은 항우연이, 전체적인 관리는 우주항공청이 맡되, 제작을 중심으로 민간이 참여하는 단계적 기술이전이 적용된 형태다. 다만 여전히 설계와 발사 운용은 항우연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4차 발사는 사업 체계 전환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발사로, 발사가 성공하면서 항우연이 구축해 온 발사체 설계와 기술 체계의 타당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으며, 해당 기술이 민간 기업으로 안정적으로 이전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발사를 총괄한 인물은 항우연에서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이끌고 있는 박종찬(기계·학92·석96)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단장이다. 박 단장은 2005년 항우연에 입사해 20년간 근무한 발사체 분야 전문가다. 발사체 개발이라는 고도의 기술 집약적 프로젝트를 조율하는 동시에 수많은 연구자와 기업, 그리고 국가 정책이 맞물린 대규모 시스템의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본지는 지난 12월 22일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의 주역이자 우리대학 동문인 박 단장을 만나 △그의 학부 시절 이야기 △발사체 개발 현장의 현실 △누리호 이후 한국 우주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우리대학에서 로켓 관련 진로를 결정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소개 부탁한다
사실 학부 때 로켓 관련 업무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뚜렷한 계기는 없었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것은, 대학 입학 후 맞이한 첫 생일에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인 우리별 1호가 발사된 것이다.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그 사건이 우주와의 첫 접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학부 졸업 이후 석사 과정에서 피로파괴(Fatigue Failure)를 전공했다. 관련 연구 분야에 TMF(Thermo Mechanical Fatigue)라는 분야가 있다. 저온과 고온에 반복 노출됨으로써 구조물에 문제가 되는 것들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다. 관련 논문을 보며 TMF가 인공위성 쪽에도 적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공위성이 궤도를 돌면 태양을 접하는 면과 지구 그림자에 들어가는 면의 온도 차이가 100도 이상, 크게는 200도까지 차이가 난다. 대학원을 다니며 처음으로 피로파괴를 통해 우주 분야에 관한 일을 할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이때부터 졸업 후 인공위성 업무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Q. 학부 시절 활동 중,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들려달라
고등학교 때까지는 조용한 우등생이었다. 대학에 진학해 그동안 내가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이 과정에서 학업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다양한 경험에 도전하는 것에 집중했다. 동아리 회장이나 과 대표 같은 리더 역할에 욕심이 있었으며, 실제로도 경험해 봤다. 이런 경험들이 현재 업무를 할 때 다양한 사람들과 의사소통하고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태도의 배경이 된 것 같다. 로켓같이 대규모 시스템으로 이뤄지는 업무가 많은 분야에서는 소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하고 있는데 학부 시절의 열정이 밑거름이 됐다.
Q. 누리호 발사 준비 중 힘들었던 경험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이번 4차 발사에서 힘들었던 부분은 기술이전을 위한 계약 체결 과정이었다. 항우연은 완전한 기술이전을 꺼렸고, 반대로 민간기업은 합리적인 가격에 최대한 많은 기술을 얻고 싶어 했다. 이 과정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항우연 내부에서도 연구자마다 기술이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랐고, 이를 종합해 기술이전을 끌어내는 것이 어려웠다.
업무 전체에서 힘들었던 점은 나로호 1차, 2차 발사 실패 경험이다. 이때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실패검증위원단으로부터 자료 제출 및 해명 요구를 처음 겪었다. 일례로 페어링이 분리가 안되는 문제가 발생해 이에 대한 실험을 지시받아 수행했는데, 발사에는 크게 중요치 않은 부분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실패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그로부터 얻은 것이 많았고, 내부자들끼리도 다시 실패를 경험하지 말자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Q. 이번 발사에서 모든 큐브 위성이 교신에 성공했다. 누리호에 탑재되는 위성을 소개해달라
6차까지의 누리호 발사 과정에서 여러 대학과 연구 기관들은 ‘큐브 위성’을 이용해 과제를 수행한다. 큐브 위성에는 유연한 구조의 태양전지를 말아서 탑재한 후 우주에서 펼치는 기술을 구현한 경우(인하대)도 존재하고, 대기 관측을 목표로 탑재된 경우(서울대)도 존재한다. 특히 여섯 번째 누리호 비행모델(FM6)에는 우리별 위성 중 하나에 가까이 접근해 궤도를 내리는 역할을 하는 포집 위성을 탑재할 예정이다.
Q. 민간 주도 우주 개발의 전망과, 미래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방향성은 무엇인가
전 세계적으로 뉴스페이스(New Space)로의 산업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번 4차 발사를 통해 항우연-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관계가 민간 우주 개발로 가는 교두보가 됐으면 한다. 더불어 국내 스타트업들이 본인들의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독자적인 발사체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많아져야 한다. 특히 이노스페이스 같은 민간 스타트업에서 독자 개발 발사체를 이용한 발사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많은 민간 기업에서 이런 시도가 이어져 우주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스페이스X처럼 뉴스페이스를 선도하게 되면 좋겠다.
*뉴스페이스(New Space)란?
정부 주도의 전통적 우주 개발이 이뤄졌던 시대를 의미하는 ‘올드 스페이스(Old Space)’에서 탈피해 스페이스X를 비롯한 민간 기업이 혁신을 주도하며 우주 생태계를 상업적으로 발전시키는 새로운 우주 시대를 일컫는다.
Q. 20년의 연구 기간 동안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2018년 11월 28일 오후 4시에 발사한 누리호 시험발사체(KSLV-Ⅱ TLV)의 성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당시 담당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TLV 총괄, 누리호 2단 총괄을 담당하며 체계에서의 많은 부분을 책임졌기에 발사가 성공했을 때 너무 기뻤다. 특히 시험발사체가 발사 일정 연기 없이 한 번에 성공했다는 점이 인상 깊다. 해당 발사체는 2013년 나로호 발사 이후 5년의 공백기를 겪고 발사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의 지연 없이 발사에 성공했다. 큰 노력 끝에 최종적으로 첫 시도에 발사를 성공한 것을 눈으로 지켜본 감격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앞으로는 발사 책임자로서 누리호를 볼 것인데, 역설적이게도 발사 책임자가 된다면 맨눈으로 발사체를 바라볼 기회가 없다. 만일 맨눈으로 관람석에서 발사를 지켜보게 된다면, 3km 떨어진 관람석에서도 발사 시 발생하는 엄청난 음압과 진동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발사 현장을 보길 바란다.
Q. 항우연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항공우주 분야를 꿈꾸는 모든 학생들에게 꿈을 단순히 ‘명사가 아닌 동사’로 키워나가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항공우주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좋겠다.
더불어 많은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추천한다. 공학 연구를 진행하며, 연구는 나 혼자만 진행하는 것이 아닌 여러 사람과 어울려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 어떤 일을 진행할 때 다른 사람의 입장도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의 자세를 가진다면 어떤 분야에서든 ‘일을 잘하는 연구자’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