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6일, 대한민국 외교부가 캄보디아의 △보코산 지역 △바벳시 △포이펫시에 여행 금지령을 발령했다. 해당 지역의 대규모 범죄 시설로 인해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취업 사기 및 감금 피해 사례가 급증한 데 따른 조치다. 소위 ‘범죄단지’로 불리는 이런 범죄 시설은 캄보디아를 비롯해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운영된다. 범죄단지에서는 취업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현지로 유인해 감금한 뒤 보이스 피싱이나 로맨스 스캠과 같은 범죄 행위에 가담시켜 추가 피해자를 낳고 있다. 캄보디아 범죄단지는 단순히 ‘캄보디아는 위험하다’로 결론 내려지는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와 청년층의 불안이 결합한 복합적 문제다. 이에 따라 우리는 ‘왜 청년들이 캄보디아로 향했는가’를 짚어봐야 한다.
캄보디아 범죄단지의 실태
캄보디아 범죄단지는 외관상으로는 일반적인 빌라 단지와 유사하다. 그러나 단지 외곽은 감금된 피해자들의 탈출을 어렵게 하기 위해 철조망이 쳐진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내부는 세탁소, 이발소 등 생활에 필요한 시설을 마련해 범죄단지 내에서만 생활이 가능한 하나의 큰 감옥 같은 구조를 갖췄다. 우리나라 국민의 캄보디아 내 납치, 감금 신고 횟수는 2023년 21건에서 2024년 221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는 330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 8월에는 우리나라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폭력 조직에 의해 사망해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캄보디아 범죄단지 사태에서 한가지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피해자의 대다수가 청년들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청년층이 범죄단지의 주된 피해자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년층이 범죄단지의 피해자가 되는 이유
우리대학 배영(인문) 교수는 청년층이 주요 피해자가 된 이유에 대해 “20대가 갖는 세대적 특성의 영향”이라 답했다. 20대는 사회 초년생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며, 경력을 쌓기 위해 다양한 기회를 찾고 있다. 사회 진입에 대한 압박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청년층의 심리적 불안이 증가하며, 범죄단지의 취업 사기에 충분한 고려 없이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청년층이 처한 사회적, 경제적 환경 역시 중요한 요인이라 설명했다. 배 교수는 “현재의 청년들은 이전 세대보다 경쟁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한정돼 있어, 아무리 노력해도 비정규직과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실은 청년층에게 노력만으로는 안정된 미래를 보장받기 어렵다는 인식을 주며, 범죄 조직들이 제시하는 ‘단기간 고수익’과 같은 미끼에 더욱 쉽게 반응하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채용의 허점” 범죄단지 성장시켰다
배 교수는 디지털 채용 환경도 범죄단지 취업 사기 증가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디지털 채용 환경은 정보의 진위 파악에 매우 취약한 구조적 특성을 갖는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활용된 SNS 채널은 범죄 조직이 가짜 구인 광고를 등록하거나 허위 계정을 운영하기 용이하며, 구인·구직 절차가 온라인으로 신속하게 진행돼 채용 과정에서 상호 검증이 어렵다. 이에 더불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많은 사람을 유인할 수 있으며, 피해자들이 스스로 해외로 이동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적발을 피하기 쉽다는 특징도 있다. 배 교수는 이에 덧붙여 “범죄단지는 범죄 이익으로 얻은 자금을 다시 디지털 채용에 투입해 조직이 더욱 정교해지고, 현지 공공기관과 유착해서 하나의 범죄 산업으로까지 자리매김한다”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범죄단지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와 해결 방안
동남아 지역 정치 전문가인 전북대 이진영(국제인문사회학부) 교수는 국제 사회에 범죄단지의 실상이 널리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근본적으로 쉽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캄보디아 내 범죄단지가 사실상 비공식적인 대형 산업 구조로 일부 고위층에게 이윤이 돌아가는 구조라며, 근절을 위한 캄보디아 내 노력 자체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하더라도 △막대한 경제적 이익 △부패하고 취약한 구조적 거버넌스 △보여 주기식 단속 △사회적 취약성이 모두 결합된 결과라는 것이다.
또한 이 교수는 우리 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되, 캄보디아와의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며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는 캄보디아 경찰과 공동대응팀을 운영해 사기 조직 대응에 협력하고 있다. 동시에 외교부와 경찰은 한국인 안전 확보를 위해 여행경보 강화 및 현지 대응팀 파견과 같은 독자적 보호 조치도 병행 중이다. 이 교수는 이런 대응 방식이 상대국에 대한 전면적인 압박보다는 협력 기반의 구조 개선을 촉진하는 접근법이라 평가했다.
한편 이 교수는 캄보디아에 지속적으로 제공해 온 공적개발원조 중단 논의에 대해서는 단순 중단이 아닌 현실적이며 효과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공적개발원조 일부를 범죄 피해 대응 체계 강화 분야로 확대해 양국 관계에서 제도적 협력의 기회를 늘리는 등의 전략적 조정, 또는 조건부 재배치와 같은 방식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