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대학은 대입 면접 방식에 의미 있는 변화를 도입했다. 개별 면접에 더해 그룹 면접 방식을 새롭게 적용한 것이다. 이는 지원자의 지식이나 문제 해결 능력을 중점으로 보던 과거의 틀을 넘어, 타인과 협력하고 소통하며 공동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역량을 평가하겠다는 대학의 명확한 의지를 보여준다. 단순히 ‘누가 더 많이 알고 있는가’를 묻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대학 입학 후 어떤 태도로 학습하고, 공동체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맺으며 성장할지를 살피려는 요구가 제도적 변화로 나타난 것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6학년도 대입부터 학교 폭력 조치 사항을 모든 전형에 의무 반영한다’라는 원칙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이는 더 이상 개별 대학의 선택이나 정책 실험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공식적으로 ‘학업 성취만으로는 인재를 평가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공고히 한 것이다. 이처럼 ‘성적이 전부’라는 낡은 기준에서 벗어나,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교육 현장의 공통된 방향이 되고 있다. 우리대학의 그룹 면접 도입도 이런 사회의 흐름을 반영한다. 그룹 면접은 단순한 협동 문제 풀이가 아니라, 타인의 의견을 어떻게 수용하고 충돌을 어떻게 조율하는지를 평가하는 장치다. 이는 지식보다 태도, 경쟁보다 협력, 개별 능력보다 관계 속에서 발현되는 역량을 중시하는 방향 전환이다.
그렇다면 왜 인간관계 역량이 이토록 중요할까. 과거에는 오랫동안 누구보다 빠르게 이해하고, 더 많은 문제를 풀고, 높은 성적을 받는 것이 능력의 전부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복잡하게 얽힌 사회에서 혼자 잘하는 사람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연구도, 업무도, 그리고 사회의 거의 모든 문제 해결은 협력과 조율, 소통과 신뢰를 전제로 한다. 개인의 재능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인과의 관계가 그 바탕에 자리해야 한다. 개인의 지식은 고립된 상태에서 완성되지 않으며,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기능한다. 그러나 인간관계를 강조한다고 해서 학업적 성취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학문을 위해선 끊임없는 탐구와 노력이 필요하며, 대학은 그 기반을 다지는 곳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학이 묻는 질문은 이전과 다르다.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에서 ‘그 지식을 가지고 어떤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국가, 대학, 학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는 인간관계 역량을 측정하려는 평가 체제를 사교육 경쟁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 대학의 역할은 단순히 평가 방식만 바꾸는 데 그치지 않아야 한다. 중요한 것들 중 하나는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그룹 면접은 지원자의 실제 태도를 관찰한다는 강점을 가지지만, 평가 기준이 객관적으로 정립되지 않으면 주관적 인상 평가로 흘러갈 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대학은 구체적이고 공개적인 평가 기준과 피드백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선발 철학이 실제 교육과 조직문화로 이어지도록 내부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선발 단계에서 드러난 우리대학의 철학이 학교생활 곳곳에서 실천될 때, 면접 방식의 변화는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 공동체의 방향을 바꾸는 힘이 된다. 입시에서 협력과 인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대학 안에서는 경쟁과 고립이 일상이라면 모순이다. 갈등이나 학내 소통 문제 등을 개선하고,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만드는 노력이 뒤따라야 우리대학은 진정으로 변화할 것이다. 학생들 역시 인간관계 역량을 ‘입시에서 보여줄 기술’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대학이 찾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협력 과제에서 잘 맞춰주는 사람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살아가고 일할 수 있는 성숙한 인격을 지닌 사람인가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대화를 통해 생각을 조율하는 소통 능력,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감정과 생각을 조절하는 자기관리, 갈등 상황에서도 상대를 공격하기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 같은 보다 근본적인 역량이다. 이런 능력은 단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관계 속에서 반복적으로 학습되고 다듬어진다. 그룹 활동에서 역할을 끝까지 책임 있게 수행하는 경험, 의견이 달라도 상대의 말을 들어주려는 인내, 누군가 고립되거나 주눅 들지 않도록 분위기를 살피는 배려는 모두 좋은 인간관계를 만드는 방식을 학습하는 과정이다. 이런 태도는 모든 공동체에서 중요한 핵심 자질이며, 면접장에서는 물론 대학 이후의 삶 전체에서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역량일 것이다. 인간관계 역량이 부족한 사람은 아무리 뛰어난 지식이나 능력을 갖추고 있어도 집단 속에서 제 몫을 다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나만 잘하면 된다’라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의 사회는 다양한 배경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협력하고 충돌을 조정하는 능력을 필수로 요구한다. 자신만의 성장을 홀로 추구하는 태도는 겉으로 보기엔 독립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는 길이다.
이제 대학이 던지는 질문은 한층 분명해졌다. ‘얼마나 많은 지식을 쌓았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지식을 누구와 함께, 어떻게 확장해 나갈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우리는 이제 이 질문 앞에서 어떤 답을 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