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온라인 커뮤니티는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은 △시간표 확인 및 공유 △강의평가 조회 △익명 게시판 등을 지원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빠르게 ‘대학생 필수 앱’으로 성장했다. 에타의 가장 큰 특징은 재학생 인증을 받은 후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게시글을 익명으로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학생은 소속감과 유대감을 느끼며 자유롭게 일상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하지만 익명이 보장되는 만큼 불건전한 게시물이 올라오거나, 상호 비방에 가까운 언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본지는 우리대학 에타에서 나타나는 혐오·불만·비방의 형태를 알아보고, 우리대학 학부생 4명과 인터뷰를 진행해 각 주제에 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참여자에게 각 글에 공감하는 지와 여론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고, 필요에 따라 질문을 추가하는 반구조화 형태로 진행됐다. 인터뷰 주제는 우리대학 에타의 자유·비밀·새내기 게시판의 1년 치 글을 토대로 선정했다. 다른 대학의 에타와 타 온라인 커뮤니티와 중복되는 주제는 제외하고 우리대학에서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주제에 주목했다. 또한 주제 조사는 △김진희(인문) 교수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연구원 조아라 씨 △연세대 최영준(행정학과) 교수에게 글 분석 및 조사 방향 설정에 대한 조언을 구한 후 진행했다. 조사 결과, 우리대학 에타에선 △대학 서열화 및 입시 결과(이하 입결) 집착 △보상·인정 욕구 △포항이란 위치에 대한 불만 △출신 고등학교에 따른 혐오 △다른 대학 학부 출신 대학원생에 대한 혐오가 특징적인 주제로 나타났다.
대학순위와 ‘입결’
에타에는 우리대학을 KAIST, 연세대와 비교하는 글이 많았다. 특히 합격생의 성적인 ‘입결’과 대학 평가 순위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른 대학 에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분교나 ‘입결이 낮은’ 다른 대학에 대한 직접적인 혐오 발언이 눈에 띈 것과 달리, 우리대학 에타에는 다른 대학과 비교했을 때 우리대학을 향한 실망감이 섞인 자조적인 글이 많았다. ‘내 친구는 포스텍 버리고, OO대 가더라’와 같은 발언도 자주 보였다.
A 학우는 “입결은 대학 선택 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글은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자극적으로 쓰인 글처럼 보인다”라고 밝혔다. B 학우는 “대학 선택 시나 1학년 때는 입결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4학년인 지금은 입결 같은 것들과 상관없이 본인의 능력을, 대학을 통해 갈고 닦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대학 가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는 말에 꾹 참고 이겨냈는데…”
그와 반대로, 다른 대학을 포기하고 우리대학에 왔는데 실망스럽다는 글도 있었다. 우리대학의 인지도가 높지 않아 주변 사람들에게 학교 이름을 얘기해도 모른다는 글이 적지 않게 보였다. 특히 학업 스트레스에 대한 언급이 많았는데, 한 글에서는 “다른 대학 간 친구를 보면 시간표가 여백이 많고 5시 넘으면 거의 수업이 없던데 속이 꽉 찬 내 시간표 볼 때마다 한숨밖에 안 나온다”라며, 고등학교 때 기대한 것과 다른 우리대학 생활에 고충을 토로했다.
C 학우는 “에타에서 자주 보이는 글이다. 새내기 때부터 학업 강도가 높고, 서울권 대학보다 전통적인 인지도가 낮을 수 있다. 다만 이런 글이 실제 여론을 대변하지는 않는다”라고 답했다. B 학우 또한 여론이 아닌 하나의 의견 정도라고 답하며 “이런 의견이 없지는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학교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과 노력이 더 필요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D 학우는 오히려 면학 분위기와 높은 학업 강도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해외 유명 대학은 잘 놀고 유쾌하다는 점 대신 높은 수준의 교육과 학술적 분위기를 홍보한다. 학생의 열정적인 모습과 면학 분위기가 대학의 자랑이 될 수 있다”라며 타대와 차별되는 우리대학의 장점에 주목했다.
“수원에만 있었어도…”
포항에 대한 불만도 자주 보였는데, 서울에서 멀다는 점과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이 자주 언급됐다. ‘우리대학이 수원에만 있었어도 입결이 더 높아졌다’라는 식의 글도 존재했다. C 학우는 “공감한다. 인프라 차이는 유의미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D 학우도 글에 공감하며 특히 교통 인프라에 대해 “SRT 배차 횟수도 적고 버스나 지하철이 아닌 택시를 이용해야 될 때가 많다”라고 덧붙였다. B 학우는 “지리적 인프라 차이가 입결에 주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라며 총장 장학생 제도를 확대하거나 우리대학만의 풍부한 학생 지원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방식으로 우수한 학생을 데려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방 일반고 출신인데 수업 따라가기 힘들까요?”
학업적인 부담은 출신 고등학교에 따른 혐오 발언으로도 나타났는데, 특히 신입생에게서 두드러졌고 대학 서열화에 관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조적인 글이 많았다. 주로 일반고 출신 작성자가 스스로를 자조하는 등 불리한 위치에 놓인 당사자가 혐오 표현을 사용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D 학우는 “과학고·영재고·자사고 출신 학생들이 많이 진학하고 이에 맞춘 커리큘럼이 진행돼 일반고 출신에게 불리한 점이 존재한다”라며 출신 고교에 따른 학교생활 적응의 차이에 동의했다. C 학우 역시 “장학금 유지를 위한 학점 관리도 필요하고 기숙사 생활도 처음일 수 있어 일반고 출신 학생의 고충에 공감한다”라고 답했다. 노골적으로 출신 고등학교에 따라 ‘열등감을 가진다’, ‘우월감이 심하다’ 등을 언급한 글도 있었는데, 이 글에 대해선 인터뷰 참여자 모두가 공감하지 않았다. B 학우는 “출신 고등학교로 학우에 대한 선입견을 품는 것은 전혀 공감이 안 된다. 일반고를 나온 친구만 봐도 높은 학점을 유지하며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마찬가지로 C 학우도 새내기 때는 차이가 있었을지 몰라도 학년이 높아질수록 큰 차이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학부는 어디 출신이세요?”
일부 표현이 혐오에 다소 가까웠던 글의 대상은 타대 출신 대학원생이었다. 입결이 떨어지거나 대학 평가 순위가 떨어지는 것이 타대 출신 대학원생 때문이라고 비난하는 글들이 보였다. A 학우는 “소위 막말이다. 타대생 출신분께 도움도 많이 받아 봤고 재밌는 주제로 논문도 잘 쓰시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B 학우 또한 글에 공감할 수 없다며 “연구적인 측면의 실력은 출신 대학과 큰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유학을 준비 중인 D 학우도 최근 국가 지원 심사에서의 일화를 예로 들며 “심사에서 우리대학 대학원도 충분히 해외 대학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데 왜 유학을 준비 중이냐고 물었다. 우리대학 대학원이 이만큼의 위상을 지니는데 소수의 근거 없는 불만을 타대 출신 대학원생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라고 답변했다.
‘익명’이라는 양날의 검을 쥐고…
에타는 우리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빠르게 파악하고 관심사를 알아보는 데 유용하지만, ‘익명’ 커뮤니티 특성상 소수의 과격한 의견이 ‘과대표’될 수도 있다. 조지아텍(Georgia Tech) 스리잔 쿠마르(Srijan Kumar, 컴퓨터공학과) 교수 외 3인이 2018년에 글로벌 익명 커뮤니티 레딧(Reddit)을 연구한 결과, 1% 미만의 이용자가 전체 갈등의 74%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심리학에서는, 같은 양의 정보더라도 부정적인 정보를 더 크게 느끼게 되는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라는 현상도 존재한다. 우리대학 에타에서는 익명성에 기인해 일부 사용자들의 차별적 발언과 편향적 의견이 나타나고 있었다. 에타는 실명 기능도 지원하지만, 1년 치 글을 조사한 결과, 실명으로 쓰인 글에는 그런 요소를 찾아볼 수 없었다. 사용자의 경우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차별적 발언과 편향적 의견을 여과 없이 표출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수용자의 경우 익명성에 기인한 특수한 형태의 의사소통임을 인식하고 비판적인 자세로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에타의 여론은 실제 구성원의 여론과 다를 수 있고, 에타에서 부정적인 글만 보이는 것 같아도,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였다. 인터뷰에서도 각 글이 우리대학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냐고 묻는 질문에 모든 참여자가 ‘대부분의 글이 그렇지 않다’라고 답변했다. C 학우는 열 몇 개 정도의 ‘좋아요’만으로도 ‘인기글’이 될 수 있으므로 소수의 학생이 여론을 조성할 수 있어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D 학우는 “시간표 확인이나 정보 수집을 위해 거의 매일 에타를 방문했지만, 인터뷰에서 처음 접하는 공격적인 내용들이 있어 당혹스러웠다”라고 답했다. 덧붙여 “이런 글에 영향을 받아서 각자의 주관과 자부심을 잃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라며 에타를 현명하게 이용하기를 당부했다.
그러나 에타의 모든 의견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비록 어조가 부정적이고 내용이 옳지 않더라도 학생의 마음이 솔직하게 담긴 글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대학에 실망했다는 글로부터는 개선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B 학우는 “소수가 쓰는 익명 커뮤니케이션에 휘둘리기보다는 ‘그런 의견이 없지는 않음’ 정도로 인식하고 총장과 학생, 학교와 학생사이의 더 적극적인 실명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필요하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익명성에 일부 기인한 차별적·편향적 의사소통을 비판적인 자세로 인식하되, 논의의 여지가 있는 일부 주제는 건전한 의사소통의 장으로 끌고 나가 우리대학 발전을 위한 ‘진정한 대화 문화’가 활성화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