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이틀간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이하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대한민국에서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것은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이후 20년 만이다. 2025 APEC 정상회의의 주제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이었다. 이번 정상회의는 시작 전부터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만남,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여러 정상회담의 계기가 돼 큰 화제를 모았다. 회담이 개최된 경주시와 우리대학이 위치한 포항시 역시 정상회의에 발맞춰 시내 환경 및 관광 여건을 재정비하고 여러 행사를 개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APEC 정상회의란: 아시아 태평양의 협력과 성장의 무대
APEC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제적·정치적 상호 의존성을 강화하고, 회원국 간의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기구다. 1989년에 호주 총리 밥 호크(Bob Hawke)의 제안으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12개국이 모여 창설됐으며, 현재는 총 21개의 회원국이 속해있다. 1993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Bill Clinton)의 주도로 첫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됐고, 이후 매년 회원국의 정상들이 모여 경제 및 안보를 의제로 회담을 열고 있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제32차 정상회의로, 올해 정상회의의 의장국을 맡은 한국에서 개최됐다.
APEC 정상회담을 맞이한 포항시: 공항 확장·투자 유치에 총력
포항시는 경주에서 개최되는 이번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분주히 움직였다. 먼저 기존에 국내선만 운항하던 포항경주공항을 임시 국제공항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행사에서 포항경주공항은 엔비디아 젠슨 황(Jensen Huang) CEO, 존슨앤드존슨의 호아킨 두아토(Joaquin Duato) CEO 등 글로벌 CEO의 전용기가 이착륙하는 공항으로 활용됐다. 포항경주공항은 APEC 정상회의를 마친 후 국제선 운영을 대비한 경험을 바탕으로 부정기편 국제선 운항도 고려 중이다. 추가로 APEC CEO 서밋에 참여하는 경제인을 위해서 영일만항에는 해상 크루즈선을 정박시켜 해상 호텔로 운영했지만 실제 숙박자 수는 예상치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포항시는 지난달 29일 라한호텔 포항에서 2025 APEC 정상회의의 연계로 해외투자자와 외신 기자를 초청해 ‘Invest KOREA Summit 2025’ 지자체 간담회 및 산업시찰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에서는 이차전지와 수소 등 포항의 산업 인프라와 투자 환경을 소개했다. 또한 산업 현장 방문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투자기관·기업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투자 유치에 힘썼다.
포항시는 이번 APEC을 회의 참석자만의 모임이 아닌 시민과 관광객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10월 29일, 영일대해수욕장에서 ‘APEC 2025 정상회의 성공 기원 불꽃&드론쇼’가 열렸다. 본 행사의 드론쇼에서는 1,000대의 드론을 이용해 포항시와 APEC에 관련된 이미지를 그렸으며, 이어 영일만을 배경으로 불꽃놀이가 진행됐다. 이 외에도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11월 1일 포항시 송도해수욕장에서 포항 송도 낙화놀이 행사가 진행됐고, 동빈문화창고 1969에서 ‘빛과 쇠’를 주제로 한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10월 25일부터 11월 9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지속가능한 내일’을 향한 논의: AI·저출산·한미정상회담까지
2025 APEC 정상회의에서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이라는 대주제를 기반으로 △연결 △혁신 △번영이라는 세 가지 핵심의제를 다뤘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최초로 공식 논의됐으며,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 또한 주요하게 다뤄졌다. 회의 결과, 21개 회원 정상들은 지난 11월 1일 ‘경주선언’을 채택했다. 경주선언은 정상회의의 세 가지 핵심의제를 중심으로, 상호 연결된 지역 경제 구축과 산업의 디지털 및 AI 전환을 비롯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문화창조산업을 명시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 등 여러 외교적인 이벤트도 이뤄졌다. 본회의 전인 29일에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지난 3개월간 난항을 겪고 있던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고, 원자력 잠수함 승인 문제가 논의됐다. 이어 30일에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만남이 예고됐던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회담 결과 미국은 대중 관세를 10%p 인하하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이 외에도 한일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이 진행돼 여러 의제를 논의했다.
전문가가 본 APEC의 의미: 미·중 갈등 속 협력의 장
이번에 이뤄진 제2차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제주대 공민석(정치외교학과) 교수는 8월과 이번 한미 정상회담으로 일단 미국의 거센 압박을 피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추후 미국이 유사한 요구를 할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공 교수는 또한 군사·안보·경제적으로 미국과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해 온 기존 방식의 위험 커지고 있음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외교 다변·다원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고, 한국의 성장 모델이나 외교 노선 자체를 근본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APEC 정상회의에 대해 “미·중 갈등이라는 구조적인 추세를 한 번의 이벤트로 역전하긴 쉽지 않지만, 미·중 전략 경쟁의 첨예화나 자유주의 질서의 위기가 가속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과 갈등의 와중에도 최소한의 협력 지점을 모색하기 위한 장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