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세계로의 도약을 꿈꾸며
작지만 큰 세계로의 도약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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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11.0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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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대학을 다녔다면 더 행복했을까”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서울권 대학과 포항에 위치한 우리대학을 비교하는 글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우리 사회에서 서울은, 단순한 수도를 넘어 대중의 꿈이자 성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을 거점으로 추진된 개발 정책이 모든 자원과 네트워크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악순환을 고착화했기 때문이다. 이런 ‘서울 중심주의’는 어느새 우리의 무의식 속에 내면화된 지 오래다.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예외는 아니다. 대학의 가치는 ‘공간’이 아닌 ‘학문적 성취’로 평가받아야 함에도, 여전히 서울 중심주의는 대학의 자율적 성장과 다양성을 가로막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진정 우리는 학문의 중심인 대학의 가치를, ‘공간’이 아닌 ‘성취’로 보고 있는가?

QS(Quacquarelli Symonds), THE(Times Higher Education) 세계대학평가에서 기록한 높은 순위가 입증하듯, 우리대학은 연구 성과 측면에서 이미 세계적 수준의 입지를 다져왔다. 그러나 학문적 성취와 별개로, 포항이란 지리적 한계가 구성원들에게 고민을 안기고 있다. 지난 3년간 우리대학 학부 졸업생 중 약 21.6%가 타 대학원으로 진학했으며, 서울권 대학원 진학을 결심한 학생들은 그 이유로 △연구 이외 분야를 살피고 소통할 수 있는 다양성의 부족 △서울에서 누릴 수 있는 더욱 많은 기회와 선택지 △문화 인프라의 부재 등을 꼽았다.  ‘소규모 연구중심대학’이란 우리대학만의 강점은, 포항이라는 지역성과 맞물려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우리대학은 오롯이 연구에만 집중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이지만, 다양한 관점과 목표를 가진 동료와 소통하며 시야를 넓히기엔 한계가 있다. 또한 학부에서 대학원까지 이어지는 소규모 공동체는 끈끈함을 형성하지만,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확장하기엔 제약이 따른다. 더불어 포항의 한정된 문화 인프라는 학생들이 경험의 폭을 넓히거나 심리적 여유를 얻기 어려운 제약으로 작용한다. 결국 우리대학 구성원이 체감하는 아쉬움은 지리적 여건과 맞물린 ‘시야를 넓히기 위한 기회의 제약’과 ‘소통을 위한 다양성의 결여’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우리대학 구성원들이 더욱 행복해지고, 우리대학이 더욱 높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 필요한 것은 서울과 우리를 단순히 비교하고 경쟁 상대로 삼는 것이 아니라, 포항에서 ‘작지만, 큰 세계를 위한 중심’을 세우는 일이다. 우리대학의 연구 깊이와 기술 혁신 역량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제는 ‘수치’로만 드러나는 성취가 아닌, 학생들의 시야 확장과 다양성으로부터 비롯되는 성취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와 학생 모두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학교의 측면에서는, 학생들이 연구실 안의 전문성을 넘어 △사회 △산업 △문화 전반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교양 교과 및 융합 교육의 체계화가 요구된다. 이공계 연구의 연장선에 불과한 융합 교육이 아닌, 학생들의 수요에 맞춰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교과목 개설과 교수진 초빙이 필요하다. 또한 문화생활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위해, 문화 인프라를 확대하고 패스파인더 제도 등을 통해 문화비나 교통비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학문적 깊이와 사회적 다양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교육이야말로 진정한 연구중심대학의 미래다.  학생들 역시 용기를 가져야 한다.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서울보다 선택지의 개수가 적고 경험의 접근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공간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연구중심대학에서 대다수의 학생이 연구의 길을 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그 선택이 단지 ‘모두가 그렇게 하니까’란 관성에서 비롯돼선 안 된다. 새로운 시각에 도전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기 위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야말로 학문이 지향해야 하는 본질이다. 이를 위해 단기유학 및 오프캠퍼스 제도 등 이미 마련된 기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실험실 밖의 세상과 맞닿고 세계로 나가기 위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포항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도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기 위한 길은 분명히 존재한다.

결국 우리대학이 지향해야 할 경쟁력은 단순히 지리적 여건으로부터 비롯하는 것이 아니다. 중심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다. 시야를 넓히고 다양성을 확장하기 위한 첫걸음은, 우리대학이 서울이 아닌 포항에서 만들어 갈 진정한 ‘작지만 큰 세계로의 도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