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이란 우리가 선조로부터 물려받아 오늘날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앞으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산을 의미한다. 유네스코는 1972년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 협약’을 채택한 뒤,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지닌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발굴 및 보존하고 있다. 세계유산은 총 14단계의 절차를 거쳐 등재되며,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경우 국제기구와 단체의 기술적,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문화유산 15건과 자연유산 2건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경주시에는 △석굴암과 불국사 △경주역사유적지구 △양동마을 △옥산서원이 자리 잡고 있다. 그중 양동마을과 옥산서원은 우리대학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지만,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기자가 직접 양동마을과 옥산서원에 방문해 경관을 마주했다.
전통을 품은 자연 속 양동마을
양동마을은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가 모여 살아왔던 양반 집성촌이자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민속 마을이다. 손씨 가문과 이씨 가문이 혼인을 계기로 처가 쪽으로 차례로 이주했고, 초기부터 뛰어난 인물을 배출하며 번창했다. 조선시대에는 과거급제자가 116명이나 나왔고, 우재 손중돈 선생과 회재 이언적 선생 등 명망 있는 관료를 배출했다. 주요 고택으로는 회재 이언적 선생에게 왕이 하사한 집인 ‘향단’, 경주 손씨의 큰 종가인 ‘서백당’ 등이 있다. 또한 양동마을은 풍수지리의 전형을 띄고 있으며, 조선시대 초기의 살림집, 정자 등 건축물과 유학자들의 고문헌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을 대표하는 씨족 마을로 불린다. 양동마을은 이런 역사성을 바탕으로 하회마을과 함께 지난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기자는 학교에서 차를 타고 10분 남짓한 시간을 이동해 양동마을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내리면 양동마을문화관이 보이는데, 양동마을의 역사와 문화가 벽면에 잘 정리돼 있어 마을에 들어가기 전 양동마을의 배경을 훑는 데 도움이 된다. 이후 길을 따라가면 매표소가 나온다. 대학생의 경우 성인 요금인 4,000원을 내야 하지만, 포항에 주소지가 있는 사람은 반값에 입장할 수 있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해설사와 함께 양동마을을 돌아볼 수 있다. 마을을 관람하던 중 만난 해설사는 △관과정 △무첨당 △서백당을 포함한 코스를 돌아보도록 추천했다. 해설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도 진행돼 외국인 관광객도 다수 보였다. 마을 안은 기와집들이 가까이 모여 있어 집성촌 특유의 끈끈한 유대를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초입에서 산 중턱에 있는 마을을 올려다보면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집들이 조화를 이뤄 정겨운 풍경을 보여준다. 다만, 양동마을은 현재도 여러 주민이 거주하고 있어 관람 시 큰 소음을 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옥산서원에 깃든 조선 학자의 삶
서원은 조선시대에 성현에 대한 제사를 지내고 학자를 키우기 위해 전국 곳곳에 설립한 사설 교육기관이다. 그중 옥산서원은 1572년 경주 지역 주민들이 회재 이언적 선생의 깊은 학문과 올곧은 정신을 기르고자 세웠다. 회재 이언적 선생은 조선 전기 예조판서와 형조판서 등을 역임한 학자이자 정치가로서 조선시대 성리학의 방향과 성격을 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옥산서원은 앞쪽에 학문 공간인 구인당을, 뒤쪽에 제사 공간인 체인묘를 배치한 ‘전학후묘’ 구조를 갖추고 있다. 구인당은 헌종 5년(1839)에 화재로 사라졌다가 다시 지어진 건물이며, 체인묘 안에는 이언적의 위패가 있다. 서원 동남쪽에는 1972년에 후손들이 세운 청분각이 있는데, 이언적의 ‘수필고본’과 김부식의 ‘삼국사기’ 완본 9권 등 많은 서적이 보관돼 있다. 옥산서원은 조선 후기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서 제외된 47개의 서원 중 하나로, 추사 김정희 등 역대 명인들의 글씨가 잘 보존돼 있다. 지난 2019년 빼어난 경관과 우수한 선현과의 연관성을 인정받아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9개 서원 중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기자는 양동마을에서 서쪽으로 10분간 차를 타고 이동해 옥산서원에 도착했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었고, 한산한 분위기였다. 주차장에서 서원으로 걸어가는 길에는 계곡과 초록빛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세심대’란 이름을 가진 너럭바위는 계곡에 넓게 걸쳐진 동시에 마치 책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세심대’는 ‘마음을 씻고 자연을 벗 삼아 학문을 구하라’라는 뜻으로, 물과 나무 곁에서 공부하던 성현의 풍류가 한껏 느껴졌다. 옥산서원 안에 들어서면 반듯하게 세워진 건물에서 옛 선비들의 기개를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서원 안에 유산 설명이나 안내가 부족해, 방문하고자 할 경우 사전에 옥산서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뒤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역사학자 토머스 칼라일은 “역사는 모든 과학의 기초이며 인간 정신의 최초 산물이다”라고 강조했다. 우리 선조들이 살아온 환경과 그 속에 담긴 지혜를 발견하다 보면 현대의 경험으로는 떠올리기 어려운 아이디어들이 우연처럼 다가올 수 있다. 경주시를 비롯해 우리대학 주변에는 곳곳에 문화유산이 숨겨져 있다. 경주시는 △경주시티투어 △경주남산유적답사 △경주여행 등 다양한 테마의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포항시의 경우, 포항시청이 운영하는 ‘퐝여행 레시피’ 웹사이트(https://pohang.go.kr/phtour/wmap/smartTour/index.do)에 접속하면 역사 탐방 코스를 자유롭게 짤 수 있다. 포항 보경사와 분옥정 등 자연과 어우러진 문화유산에 방문해 우리 역사의 발자취를 느껴보고, 그 속에 담긴 선조의 하루를 체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포항과 경주에 숨겨진 유산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