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일부개정 법률안(이하 개정상법)이 같은 달 22일 자로 공포됐다. 이번 개정상법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명문화 △상장회사 전자주주총회 도입 △사외이사 명칭 변경 및 비율 확대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이와 유사한 상법 개정안이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으나,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함에 따라 재표결을 거쳐 자동 폐기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여야의 공감대가 형성되며 상법 개정에 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여야 1호 합의 법안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상법은 향후 기업의 지배 구조와 경영 전략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기업과 주주의 대응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명문화 (2025.07.22. 시행)
이번 개정상법의 핵심 쟁점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 전체로 확대되는 것이었다. 기존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며,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로 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개정상법은 이를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이사가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 보호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이사의 의무를 추가했다. 이번 개정에 따라 소액 주주와 기관 투자자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법적 분쟁이 증가할 수 있다. 특히 물적분할 또는 인수합병과 같이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익이 상충할 수 있는 자본거래 시 이사의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소액주주의 소송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이사회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체 주주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했음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하고, 주주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 주주총회 제도 도입 및 대규모 상장회사의 병행 개최 의무화 (2027.1.1. 시행)
개정상법에서 신설된 제542조의14 및 제542조의15는 전자주주총회 개최 근거를 마련하고, 일정한 규모 이상의 상장회사는 현장주주총회와 전자주주총회를 병행해 개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조항은 현장총회 출석이 어려운 경우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신설됐다. 이번 개정에 따라 전자주주총회 참석자들도 실시간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주요 안건에 대한 논의에서 소액 주주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주주총회 병행 개최가 의무화되는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시행 시기인 2027년 1월 1일에 맞춰 제반 사항을 준비해야 한다. 주주의 신원을 확인하고 의결권 행사를 보장하는 IT 설비 등 하드웨어 인프라와 주주총회 운영에 관한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동시에 정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상장회사 사외이사의 명칭 변경 및 의무 선임 비율 상향 (2026.7.23. 시행)
개정상법 제542조의8에서는 기존 상장회사 ‘사외이사’의 명칭이 ‘독립이사’로 변경됐고, 독립이사의 의무 선임 비율이 이사 총수의 1/4에서 1/3로 상향됐다. 이사회의 독립성과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개정됐으며, 인적 준비와 제도적 준비 등을 고려해 1년의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 기존 사외이사와 비교할 때 선임의 요건과 결격사유는 동일하지만 향후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추가적인 요건이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상장회사 감사위원 선임 및 해임 시 합산 3% 룰 확대 적용 (2026.7.23. 시행)
기존 상법에서는 대규모 상장회사에서 감사위원 선임 및 해임 시 감사위원이 사외이사인지 아닌지에 따라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제한 방식이 달랐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 각자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을 합산해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정상법 제542조의12에서는 이를 일원화해 모든 감사위원 선임 및 해임에 대해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을 합해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통일했다. 개정된 조항은 감사위원 구성에 있어 최대 주주 측의 영향력을 축소해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개정상법으로 인해 비교적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의 경영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 안희철(산경) 교수는 “개정상법에 따르면 스타트업이 신주를 발행하면서 이를 외부 투자자에게 배정하거나 규모가 큰 거래를 할 때 소액 주주가 결정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 투자자나 액셀러레이터의 경우 기존에는 투자 계약에 따른 책임만 스타트업과 창업자에게 주장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상법에 근거해서도 적은 지분으로 더 많은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끝으로는 “소액 주주들이 전자주주총회 등을 통해 이전보다 강력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에 이사회는 의사결정 시 소액 주주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았다는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