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의 대변신, AI 시대 의료 탐지견의 미래는?
강아지의 대변신, AI 시대 의료 탐지견의 미래는?
  • 양지윤, 한정우 기자
  • 승인 2025.09.0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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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후각으로 질병 신호를 포착하는 의료 탐지견(출처: Chat GPT 5로 제작)
▲민감한 후각으로 질병 신호를 포착하는 의료 탐지견(출처: Chat GPT 5로 제작)

흔히 그저 귀여운 반려동물로만 생각하는 강아지의 변신, ‘의료 탐지견’에 대해 들어본 경험이 있는가? 개는 사람보다 대략 10,000배 더 뛰어난 후각을 갖고 있어 다양한 냄새를 감지할 수 있고, 아주 낮은 농도의 냄새까지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사람보다 후각 수용체의 수와 종류가 압도적으로 많고, 사람에게는 흔적만 남아 기능하지 않는 ‘보습코 기관’이라는 보조 후각기관이 있어 페로몬과 같은 비휘발성 물질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개의 민감한 후각을 활용해 질병을 진단하고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되며 의료 탐지견이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과학 저널 ‘The Journal of Parkinson’s Disease’에 개의 후각을 이용해 파킨슨병을 조기 진단하는 방법을 제안한 논문이 게재됐다. 연구진은 리트리버 2마리에게 200개 이상의 표본을 학습시킨 결과 파킨슨병 환자를 80%의 민감도로 식별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실험에서 비환자를 식별하는 특이도는 98%에 달했다. 파킨슨병은 신경세포들이 소멸해 뇌 기능의 이상을 일으키는 신경퇴행성 질환의 일종으로, 중뇌 흑색질에 존재하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돼 운동 기능이 저하되는 증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도파민은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에서 생성돼 세포 간의 화학적 신호를 전달하는 데 이용되는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이다. 도파민이 줄어들면 체온과 혈압 등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 기능이 저하되고, 정상 상태에 비해 피지의 양이 증가하게 된다. 연구진은 탐지견이 감지한 냄새가 파킨슨병 환자의 피지 분비 시 나타나는 특이한 화학적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증상의 강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적시에 병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재 파킨슨병은 조기 진단법이 없는 상태다.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인 떨림 및 자세 불안정 등은 도파민이 많이 소실된 뒤에 나타나기에,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으며 노화나 다른 질병의 증상과도 겹쳐 더더욱 판별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파킨슨병과 같이 조기 진단이 어려운 질병의 경우, 의료 탐지견을 이용한 진단은 인체에 무해하며 비침습적인 방법이라서 효율적인 동시에 저비용 해결책이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나아가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료 탐지견의 활약상은 AI의 발전과 함께할 때 더욱 큰 효과를 내고 있다. 이스라엘의 AI 기반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스포잇얼리(SpotitEarly)는 의료 탐지견과 AI의 하이브리드 암 검진 방식을 개발해 암 조기 발견에 성공했다. △유방암 △폐암 △전립선암 △대장암 의심 환자가 착용한 마스크를 수집해 밀봉하고, 수집한 호흡 시료의 냄새를 탐지견이 맡고, 신체 동작으로 진단 결과를 표현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를 사람이 판독하는 과정에서 정확성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탐지견의 신호를 AI가 분석할 수 있도록 모델을 학습시켰고 그 결과 탐지견이나 AI 단독 검진보다 정확도가 크게 향상됐다. 이처럼 의료 탐지견을 이용해 비침습적 방식으로 질병 진단법을 개발하고, 이에 AI 기술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활용할 때 더욱 빠르고 효율적인 진단 체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 탐지견의 활약이 다양한 질병에서 나타나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은 틀림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탐지견의 동물 복지, 스트레스 문제 등 윤리적 측면과 탐지견의 오진 가능성, 개체별 차이에 따른 재현성 문제 등 과학적 측면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우려된다. 이에 개의 후각 구조를 모방해 전자 코 센서를 개발하고, 이를 실제 진단에 적용하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관해 우리대학 에너지 및 지속가능성 지향 나노과학연구실(Lab of Nanoscience for Energy Technology and Sustainability)의 박형규(기계)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해당 연구실은 의료 탐지견의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생체 모사형 인공광후각 센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연구에서 개의 후각 구조를 모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해당 구조에서도 특히 어떤 부분을 기술적으로 재현하고자 했는가.

자연의 정교한 후각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센싱 기술에 적용하고자 개의 후각 구조를 모방했다. 특히 개의 후각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룬 이점은 ‘포집’ 능력이다. 민감한 후각을 가진 개의 비강 구조는 들숨과 날숨의 유로 분리가 가능해 냄새 분자가 오래 머물며, 와류 형성으로 냄새 입자와 점막의 상호작용 빈도를 높이는 동시에 킁킁거리는 호흡 패턴까지 더해 미량의 냄새도 감지할 수 있다. 개의 포집 능력을 재현해 냄새 분자 탐지 성능을 향상하고자 했으며, 현재도 인공 코 구현 과정에서 효과적인 기체 분자 포집을 위한 방법을 연구 중이다.

의료 탐지견과 더불어 생체 모사형 센서를 실제 진단 환경에 적용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

실제 진단 환경에서는 개별 환자와 환경이 달라져도 동일한 결과를 내는 재현성과 장기적 안정성이 중요하다. 특히 인공 코가 맡을 수 있는 냄새의 종류를 다양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나 인간의 코가 수많은 냄새를 맡고 구분할 수 있듯, 현재 직면한 기술적 과제는 현재 기술보다 다양한 냄새를 더욱 민감하게 탐지하는 것이다. 한편, 제도적 과제로는 인공 코가 식별한 냄새에 관한 신뢰성 입증 문제, 후각 식별 환경 모니터링 등의 문제에 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의료 탐지견의 가능성은 생체 모사형 센서와 AI의 발전과 결합하며 더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술은 단순한 의료 진단을 넘어 환경·군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정될 수 있다. 탐지견과 센서를 함께 활용하거나 AI를 접목한 하이브리드 진단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한층 더 신뢰성 있는 탐지와 진단 기술이 마련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