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왜 주목받을까?
요즘 광고에서도 흔히 들리는 말이 바로 마이크로바이옴과 프로바이오틱스다.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는 우리 몸에 사는 세균뿐 아니라 곰팡이, 바이러스까지 포함한 미생물 전체를 뜻한다. 그중 장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장내 마이크로바이오타’라고 부른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이 미생물과 그들의 유전정보, 기능까지 포괄하는 더 큰 개념이다. 또한 ‘프로바이오틱스’는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는 미생물을 의미하며, 대표적으로 우리가 잘 아는 유산균이 여기에 속한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건강의 열쇠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유전적 요인보다 환경(△식이 △약물 △생활 습관 등)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비만 △당뇨 △치매 △파킨슨병 △아토피 △천식 등 다양한 질환을 가진 환자로부터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변화가 관찰됐고, 일부에서는 인과관계까지 밝혀졌다.
특히 식이는 장내 미생물의 구성에 큰 영향을 줘 장내 미생물을 분석하면 며칠 전 무엇을 먹었는지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장기간 식이섬유가 부족한 식단을 유지하면, 섬유소를 분해하는 특정 미생물이 사라지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즉, 우리의 똥은 과거의 식습관 기록이자 오늘의 건강 지표, 그리고 미래 질환의 위험 신호라 할 수 있다.
무균 마우스와 질환 연구
마이크로바이옴과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무균 마우스’를 활용하는 것이다. 유전적으로 동일한 쌍둥이 중 한 명이 비만일 때 각 쌍둥이의 장내 미생물을 무균 마우스에 이식했을 때 비만인 쌍둥이의 미생물을 받은 쥐만 살이 찌는 것을 무균 마우스를 통해 알 수 있다. 또한, 파킨슨 환자의 분변을 무균 마우스에 이식해 운동 장애가 유도되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즉, 무균 마우스를 통해 환자에서 변화한 미생물이 각각 비만, 파킨슨병의 원인 인자임을 증명할 수 있다.
장내 미생물이 전신에 미치는 힘
장내 미생물은 질병과 관련이 깊을 뿐만 아니라, 사람 세포보다 훨씬 큰 대사적 잠재력을 가진다. 우리가 소화하지 못하는 영양소를 분해하고, 새로운 대사산물을 만들며, 약물도 변형시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생성된 대사산물은 혈류를 타고 전신으로 퍼져나가며, 일부는 뇌혈관 장벽을 넘어 뇌에 도달해 뇌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 즉, 장내 미생물의 대사산물은 장에서 전신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메신저라고도 볼 수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 전략
현재 연구는 단순히 ‘어떤 미생물이 병을 만든다’라는 차원을 넘어, 어떤 대사산물·단백질·효소가 병을 유발하는지를 규명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미생물이 만든 물질이 질환을 일으킨다면 그 효소를 저해하는 약물을 개발할 수 있고, 특정 물질이 증상을 완화한다면 이를 치료제로 직접 활용 가능하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 치료 반응에도 마이크로바이옴이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특정 미생물 혹은 그 대사산물을 조합해 기존 항암제 반응을 높이는 임상 연구도 시도되고 있다.
미래의 나를 바꾸는 연구
우리 몸의 미생물은 상황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본 연구실에서는 다음과 같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첫째, 생애 초기 개입 연구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미숙아의 경우 장이 덜 발달한 채 태어나며, 성장 과정에서 대사질환이나 뇌 질환이 생길 위험이 큰 경향성을 가진 채 출생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서울병원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미숙아 장을 모사한 모델을 만들고, 산모에게서 유래한 마이크로바이옴 물질을 활용해 미숙아의 장 발달을 촉진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는 생애 전주기에 걸쳐 미숙아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로는 대사질환 치료 연구가 있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대사질환 치료제는 식욕 억제가 주된 원리지만 우리 연구실의 연구 목표는 사람들이 맛있게 먹으면서도 장내 미생물을 활용해 혈당을 더욱 건강하게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세 번째로는 약물 반응 개선 연구가 있다. 같은 약을 먹어도 사람마다. 효과와 부작용이 다른 경우가 많다. 이는 장내 미생물이 약물을 어떻게 대사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 연구실은 미생물의 약물 대사 과정을 밝혀내 부작용은 줄이고, 약효는 높이는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호 교란 차단 연구가 있다. 일부 미생물은 자신이 만들어 낸 산물을 전신으로 퍼뜨려 우리 몸의 세포 신호전달 체계를 방해한다. 우리 연구실은 이러한 교란 물질을 직접 표적으로 삼아 차단하고, 동시에 숙주와 미생물을 함께 조절함으로써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더 이상 단순한 ‘장 속 세균’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의 과거를 기록하고, 현재의 건강을 결정하며, 미래 질환의 가능성까지 열어주는 존재라는 점에서 이 분야의 연구의 가능성과 잠재성은 무궁무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