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혁명, 운명을 바꾸는 또 하나의 변곡점
AI혁명, 운명을 바꾸는 또 하나의 변곡점
  • 전상민 / 화공 교수
  • 승인 2025.09.0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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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 년 전, 고인류는 커다란 환경의 변화 앞에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 먹을거리가 풍부하던 울창한 숲이 점차 사라지고 초원이 확장하면서, 인류의 조상들은 두 갈래의 진화적 선택을 하게 된다. 하나는 강인한 턱과 큰 어금니로 단단한 식물을 씹는 데 특화된 파란트로푸스(Paranthropus), 다른 하나는 도구를 사용하는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였다.

파란트로푸스는 척박한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저작 기관과 소화 기관을 발달시켰지만, 에너지의 대부분을 생리적 소화에 쏟느라 두뇌 발달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진화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반면, 호모 하빌리스는 돌을 깨뜨려 날카로운 도구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음식을 자르고 가공함으로써 생존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이 기술적 진화는 두뇌의 발달로 이어졌고, 결국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로 이어지는 인류의 계보를 이끌게 된다.

이처럼 도구의 사용은 단순한 생존 수단을 넘어, 인류 문명의 방향을 바꾼 결정적 변곡점이었다. 이후에도 인류는 수많은 기술적 전환기를 경험했지만, 약 250년 전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꾼 또 하나의 거대한 전환이 일어났다. 바로 증기기관의 발명으로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이었다. 인간의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하며 생산성과 경제력, 그리고 사회 구조마저 뒤흔든 이 사건은 문명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18세기 유럽의 변두리 국가였던 영국은 증기기관을 활용하여 섬유, 운송, 제조업 전반에서 대대적 변화를 이끌었고, 세계의 패권국으로 부상했다. 반면 프랑스는 영국보다 인구도 많고 GDP도 세 배 이상 컸으며, 라플라스(수학), 라부아지에(화학), 앙페르(물리) 등 당대 최고의 과학자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변화에 지극히 보수적인 봉건체제 (앙시앵 레짐, Ancien Régime)로 인해 산업혁명에 뒤처지면서 주도권을 잃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명의 변곡점, 인공지능(AI)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AI가 가져올 변화는 산업혁명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고 광범위할 것으로 예측된다. 증기기관이 육체노동의 한계를 넘어섰다면, AI는 사고력과 창의력, 판단력 등 인간의 본질적 능력을 모방하고 대체하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도구를 실질적으로 활용하며 산업과 일상 전반에 스며들게 하는 사회는 미래 문명의 주도자가 될 것이며, 그렇지 못한 사회는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이 거대한 변화 앞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일부는 AI가 인간의 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고, 또 다른 일부는 AI의 파급력을 과소평가하거나 방관하고 있다. 그러나 변곡점이란 선택의 여지가 없는 흐름이다. 산업혁명 당시 그 흐름을 놓쳤던 오스만 제국과 청나라는 급속히 쇠퇴했고, 수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는 식민지로 전락했다. AI 혁명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혁명이 시작된 이상, 얼마나 빠르게 이 흐름에 올라타느냐가 국가와 사회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우리대학 역시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인식하고 AI의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GPU를 더 사고, 서버를 구축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마치 경운기를 산다고 해서 저절로 농업이 기계화되는 것이 아니듯, 중요한 것은 어떻게 AI를 활용해 대학의 교육과 연구, 나아가 사회 기여의 방식까지 바꿔 나갈 것인가이다. 걱정도 많고 기대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