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잠식된 사회
불안에 잠식된 사회
  • 김태린 기자
  • 승인 2025.09.02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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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138쪽값 8,000원민음사 (2009)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주인공 블로흐의 말처럼 경기장을 활보하는 공격수와 달리 골문을 지키고만 있는 골키퍼가 주목받는 일은 어려운 일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한낱 관찰자인 우리가 과연 공이 골문 근처에 가기 전까지, 슈팅이 되기 전까지 감당해야 하는 골키퍼의 불안을 감히 짐작할 수 있으랴.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은 비단 축구 경기 속의 불안만을 담고 있지 않다. 한때 꽤 유명한 골키퍼였던 블로흐는 건축 현장에서 일하던 도중 현장감독의 눈빛 하나로 자신이 해고됐음을 지레짐작하고 일터를 떠난다. 동시에 그는 무형의 불안에 시달린다. 더 이상 사회와 상호작용을 하기 어려우며, 사회와의 교류 수단인 언어조차 낯설게 느껴진다. 저자 페터 한트게의 실험적인 서술 방식으로 이런 블로흐의 고립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어느 순간부터 블로흐는 ‘인간’보다는 사회 속의 ‘사물’이 돼간다. 감정적인 면도 보이지 않는다. 블로흐는 그저 톱니바퀴처럼 사회의 기계적인 구성 요소로 존재할 뿐이다. 그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블로흐의 언어는 서서히 붕괴하고, 마침내 사물과 언어의 경계를 잃어버린다. 불안에 잠식돼 버린 블로흐는 더 이상 온전한 인간이라고 보기 어려워 보인다.

누구보다 공이라는 불안에 가까이 노출된 골키퍼야말로 현대인의 초상이라 볼 수 있다. 그 누구도 목표를 설정해 주지 않았음에도 무언가를 좇으며 불안에 떠는 이들, 우리는 인식하지 못한 채 이미 불안에 중독돼 버렸을지도 모른다.

골키퍼는 공이 라인 위로 굴러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이 만연한 불안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