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해지면 보이는 것
조용해지면 보이는 것
  • 유영주 기자
  • 승인 2025.09.02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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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 여름 3개월간의 방학을 모두 포항에서 보냈다. 계절학기 수강과 연구 참여, 동아리 합숙으로 나름의 부지런한 생활을 유지했다. 처음으로 방학을 포항에서 보내는 동안 느낀 가장 큰 점은 캠퍼스의 분위기가 매우 달랐다는 것이다. 학기 내내 북적북적하던 지곡회관과 도서관도 하루 종일 한산한 것을 보니 기분이 이상하기도 했고, 심심하지는 않을지 걱정도 됐다. 개강이 가까워지거나 동아리 합숙들이 진행되는 기간에는 사람들이 조금 더 모이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에서 각자의 할 일을 하는 기간이었다.

하지만 캠퍼스가 조용해지니 비로소 보이는 모습들이 있었다. 6월부터 7월 중순까지는 영어 수업이 진행돼 연구 참여를 같이하거나 과외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덕분에 식사 시간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생각보다 지인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계절학기가 끝난 이후 동아리 합숙이 시작되기 전에는 적막한 공기 속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본가로 돌아가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이 또한 익숙해졌다. 규칙적이고 건전한 생활패턴을 유지하려 노력했고 게임이나 늦잠으로 시간을 쓰기보다는 운동과 독서를 하며 자기 계발을 하고 기타라는 새로운 취미도 시작했다. 낮에는 연구 참여를 하며 공부에 집중하고 저녁에는 취미에 몰입하니 금세 시간이 지났고 방학 동안 얻어가는 것들도 많아졌다. 무엇보다도 혼자 시간을 보내는 재미를 알게 됐다. 누군가 주변에 없으면 허전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 자신에 집중해 볼 수 있었다. 편안함을 주던 무리에서 벗어나 불안의 영역에서 새로운 안락함을 찾고 성장할 수 있었던 세 달이었다.

또한 방학임에도 예외 없이 캠퍼스에서의 업무를 이어가는 분들이 많았다. 특히 이번 여름 연구 참여를 진행하며 교수님 한 분 한 분의 고생과 열정을 알게 됐다. 대부분의 교수님은 자신의 연구실을 운영하신다. 학생을 받아 지도하고, 계획한 연구를 총괄하는 등 정말 학부생을 가르치는 일은 덤에 가까울 만큼 바쁘게 개인의 연구를 이어간다. 그 와중에도 대학원생 모두에게 열정적으로 피드백하시고 함께 고민하시는 모습을 볼 때면 존경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종강을 맞아 학부생들이 떠난 조용한 캠퍼스에서도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학기 중의 포항이 사람들과 교류하는 장소라면 방학의 포항에서는 조용히 혼자 자신과 씨름하며 성장할 수 있다. 동아리 합숙이나 계절학기와 같이 방학에만 할 수 있는 활동을 하며 조용해진 포항의 재미를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