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학기부터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됐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수업을 수강하고 학점을 취득해 졸업하게 하는 제도다. 이에 대한 기대와 불안의 시선이 공존하는 가운데, 2028년도부터 대학 입학 전형 역시 변화할 예정이다.
고교학점제란?
고교학점제는 지금까지의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수업을 듣는 방식과 달리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바탕으로 원하는 과목을 직접 선택해 수업을 듣는 제도다. 1학년 학생들은 현행 방식과 유사하게 △국어 △수학 △영어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비롯한 공통 과목 48학점을 이수한다. 공통 과목을 이수하며 선택과목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고, 과목별 수요 조사를 거쳐 2학년부터는 일반 과목을, 3학년에는 진로 과목 및 심화 과목을 개별적으로 선택해 수강한다. 더불어 학교에 학생이 원하는 과목이 개설되지 않아도 온라인학교 제도를 이용해 다른 학교의 수업을 정규 수업 시간에 실시간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다. 또한 정규 수업 시간 외에 온·오프라인으로 학교에 개설되지 않은 수업을 듣는 공동교육과정 제도를 운용해 학생들에게 더 넓은 선택지를 제공한다.
고교학점제에서 각 과목의 성적은 A부터 E까지 절대평가로 부여되며, 성취도가 하위 40% 미만인 학생들은 낙제점 I(Incomplete)를 받게 된다. 상대평가가 시행되는 공통과목은 절대평가 성적과 상대평가 성적이 같이 표시되며, 낙제점 I를 받은 학생들은 해당 과목 학점을 이수할 수 없다. 이때 학업성취율을 충족하지 못한 학생들은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를 통해 보충 지도를 받을 수 있으며, 최소 성취 수준에 도달하면 학점 취득 기회를 얻게 된다. 학생들의 졸업 기준 역시 바뀌었다. 현행 교육과정의 졸업 기준은 각 학년 수업의 3분의 2 이상 출석률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수업 별로 3분의 2 이상 출석과 학업성취율 40% 이상을 동시에 충족해 192학점을 채워야만 졸업할 수 있어 사실상 졸업 기준이 강화됐다.
이런 제도적 변화에 더해, 교실 풍경에도 변화가 생긴다. 우선 기존의 교실에 교사가 들어오는 방식이 아닌 학생이 선택한 수업이 진행되는 교실로 이동해 강의를 듣는 이동 수업이 진행된다. 또한 학생의 선택에 따라 시간표가 달라져 공강 시간이 생길 수 있다. 이에 공강 시간을 진로 설계 및 학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이 있지만, 공강 시간을 갖는 학생들의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와 책임 주체가 불확실하다는 지적 역시 제기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해당 시간에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교내 스터디룸을 확충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변화한 입시제도
교육부는 2028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고교 내신 등급 체계를 기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등급은 상위 4%에서 10%로, 2등급은 누적 11%에서 34%로 확대된다. 이로 인해 내신의 변별력이 떨어지고,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내신 등급과 함께 절대평가 점수를 병행하는 이유에 대해 ‘절대평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내신은 5등급제로 다소 완화됐지만 수능은 기존의 9등급 상대평가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두 평가 체계 간의 ‘미스매치’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이는 대학과 수험생 모두에게 수능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고교학점제 도입의 명암
고교학점제는 과목 선택의 자율성을 넓히고, 진로에 따라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교원대 김성천(교육정책학) 교수는 고교학점제가 고교체제 개편의 명분을 줄 수 있다며, 기존의 자사고·특목고가 ‘소수를 위한 수월성 교육’을 지향했다면, 고교학점제는 교육과정의 학교 간 연계를 통해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선택 과목 수가 늘어나면서 수업의 깊이가 얕아질 수 있고, 진로 변경 시 기존에 이수한 과목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수강생이 많은 과목을 위주로 선택하는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김 교수는 다양한 교과목을 개설하려면 교원 수급 문제가 불가피하며, 교사 1인이 여러 과목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교과 교사를 배치해 학교 현장을 지원하고, 학교 밖 학점제 기관을 지정해 개설이 어려운 과목은 교육청이나 지원청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교사 배치 기준도 학급 수가 아닌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진로 컨설팅과 입시 특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제도 변화로 인한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고교학점제와 새로운 대입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후속 대책 마련과 함께, △학생 △교사 △학교 모두를 위한 지원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