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블라인드 챌린지 영상을 본 적이 있는가? 해외에서 유행한 이 챌린지는 무작위로 배치된 색색의 점들로 팔레트를 만든 뒤, 흑백으로 전환해 색의 명도만을 기준으로 그림을 채우는 과정이다. 처음 이 챌린지를 접했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해 끝까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흑백 반전을 해제하는 순간, 예상치 못한 완성도에 감탄했다.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었고, 미지의 영역이 주는 설렘이 묘하게 매력적이었다.
이는 추리소설에서의 쾌감과도 닮아있다. 어릴 적부터 나는 추리소설 특유의 몰입감에 매료돼 결말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책을 덮지 못하곤 했다. 주인공은 알리바이를 분석하고, 단서를 조합해 트릭을 풀어내며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 용의선상에 오른 모든 인물이 범인일 수 있다. 심지어 용의선상에 오르지 않은 인물이 범인일 수도 있다. 우리가 추리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느끼는 전율은 단순히 ‘범인을 맞혔다’는 만족감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말, 반전이 만들어낸 짜릿한 충격에서 비롯된다. 이 반전의 묘미는 단순한 서사적 장치에 그치지 않는다. 반전이란, 우리가 멋대로 정해놓았던 한계와 결말을 깨뜨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반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결말을 성급히 단정하거나 한계를 정해버리는 것은, 어쩌면 가능성에 대한 무례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종종 자신이나 타인에게 ‘이건 불가능해’라고 단정하곤 한다. 하지만 반전은 그런 단정을 가볍게 뒤집으며,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이끌어 준다.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서 이렇게 말했다. “불가능한 일은 일어날 수 없다. 따라서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그것은 가능해야만 한다” 이 말은 단순히 소설 속 트릭을 푸는 방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때때로 우리의 삶 속에서도 불가능해 보이던 일이 어느새 현실이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마치 우리가 보지 못한 색이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짓듯, 예상치 못한 가능성이 우리의 삶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너무 성급한 결론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자. 우리가 상상조차 못 한 반전이,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