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블루오션 위해 전 구성원이 매진해야
새로운 블루오션 위해 전 구성원이 매진해야
  • 채 헌 / (재)포항테크노파크 사업지원팀장
  • 승인 2006.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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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POSTECH의 부족한 2%
POSTECH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학기 초부터 여러 가지 행사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비전선포식을 했고, 5월 20일에는 ‘홈커밍데이’행사를 가졌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지나온 날들을 반추하면서 자세를 가다듬는 모양새다.
한국적 풍토에서 20년 만에 대학이 특정분야에서 ‘최고’의 수준을 달성했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로 평가된다. 그것도 궁벽한 포항에서. 이는 설립자의 비전과 작고하신 김호길 전총장의 리더십, 열정적인 교수들과 직원들의 헌신, 지곡골에서 젊은 한때를 책과 논문으로 밤새 씨름한 동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람도 20년이 되면 성년식을 치르고 어른노릇을 해야 하듯이 이제 POSTECH도 새로운 비전을 통해 스스로의 힘으로 또 다른 20년을 준비하는 기로에 서 있다. 아마 ‘비전2020’도 그런 맥락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간의 일들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 아쉬운 대목이 있어 몇 가지 생각을 두서없이 전하고자 한다.
테크노파크에는 50개의 업체가 입주해있다. 이 중에 POSTECH 학부 출신이 창업한 업체는 한군데도 없다. 물론 대학원 출신 등 POSTECH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은 업체가 있긴 하지만, 다섯 손가락을 넘지 못한다. 그리고 2000년 초 벤처바람이 불었을 때 POSTECH에도 창업투자회사가 생기고, 일부 창업한 교수들은 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창업한 업체 중 포항에 있으면서 제대로 매출을 올리는 업체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코스닥 상장, 벤처자금 회수 등은 아직은 요원한 이야기이다.
산학협력단이 만들어지고 학교기업이 처음 발족되었다고는 하지만 명색이 공학을 하고 첨단 과학을 하는 최고인재들이 모인 집단에서의 성과치고는 너무 초라하다. 학교에서는 이제야 R&BD에 주력하고 ‘산업적으로 임팩트가 큰 연구결과’를 강조하지만 구체적이지 못하다. 중국의 청화대학이 학교기업을 만들어 수조원의 매출을 발생시키며 북경대학을 압도하는 장면과, 실제 졸업생 절반 이상이 ‘기업체’에 취직을 하는 현실은 대학이 어느 곳에 보다 중점을 두어야 할지를 직시하게 해준다.
연구중심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마인드 고취가 필요하다. 모든 대학구성원이 노벨상에 도전하고 네이처 논문게재, 유수공대 유학에 몰입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다양성이 필요하다. 50% 이상이 기업에 취업한다면 그들에게는 경영학 교육이 필요할 것이고, 다양한 산학프로그램과 창업자 지원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아울러 수요자(기업)가 원하는 맞춤형 프로그램 등도 이제 낯선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작년 말에 경북 동해안 지역에는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다름 아닌 ‘방폐장 유치’ 건이다. 우여곡절 끝에 경주시가 선정되어 방폐장 유치, 양성자가속기 유치, 한국수력원자력공사 본사 이전, 3000억원 지원 등 나열하기도 힘든 선물보따리들을 얻어냈다. 방송을 통해서 방폐장 건설의 안정성을 피력하던 몇몇 POSTECH 교수의 노고가 눈에 선한데 아쉽게도 돌아가는 상황이 호의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포항이 내심 눈독을 들여 손에 잡힐 듯 같던 양성자가속기는 건천으로 가버렸다. 아마 POSTECH 구성원들은 못내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입지해주기를 바랐을 것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POSTECH에서는 이런 시설물들의 근접 유치에 얼마나 실제적인 노력을 기울였을까. 경주시청을 방문하고 지역민들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양성자가속기를 POSTECH의 인프라로 만들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POSTECH이 포항을 넘어 경주에서도 이 지역의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구심점이라는 인식을 얼마나 심어왔나 라고 되묻고 싶은 대목이다. 그냥 공부 잘하는 대학, 우리 자식은 못가는 대학으로 멀게만 느끼게 하지는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주체할 수 없는 보따리를 확보하고 어떻게 쓸지를 고민하고 있을 경주에 그간에 축적된 인프라를 제공하고 아이디어와 길을 제공하여 서로가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POSTECH’에는 아직 지역명칭인 ‘포(PO)’자가 앞에 붙어 있다. 기업체는 사업범위가 바뀌면 본사를 이전하고 세계로 거점을 옮겨갈 수 있지만, 아직 유수의 대학이 지역을 이전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하이델베르그대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고 POSTECH이 모델로 삼고 있는 칼텍이나 MIT도 여전히 캘리포니아와 메세추세츠주에 그대로 있다. 보다 더 지역의 현안과 문제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불루오션이라는 경영이론이 있다. 한마디로 유혈이 낭자한 레드오션을 떠나 신천지인 새로운 시장으로 가자는 내용이다. POSTECH은 올해에 2차 BK21사업에서 신청한 전분야가 선정되는 쾌거를 이룩하였다. 축하할 일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POSTECH만의 장점이었던 ‘전체 학생들 장학금 지급’이 큰 메리트가 되지 않아 우수학생 모집이 어려워질까 걱정스럽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20주년을 맞은 POSTECH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20년 전 불루오션을 위해 전 구성원이 매진해왔듯이, 지금 다시 그런 정신이 필요한 때이다.
다시금 개교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