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식사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새로운 미식의 흐름을 살피다
단순한 식사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새로운 미식의 흐름을 살피다
  • 양지윤 기자
  • 승인 2024.11.2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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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열풍을 불러 일으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리즈의 포스터(출처: 넷플릭스)
▲미식 열풍을 불러 일으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리즈의 포스터(출처: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12부작 오리지널 시리즈 ‘흑백요리사’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시청자들을 매혹했다. 흑백요리사는 80인의 ‘흑수저’ 셰프와 20인의 ‘백수저’ 셰프들이 요리 대결을 펼치며 최고의 요리사 1인을 뽑는 경연 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넷플릭스 비영어권 프로그램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성황리에 방영됐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수많은 유행어가 탄생하고, 방영된 요리를 직접 만들어 보거나 출연 셰프의 식당에 방문하는 등 ‘흑백요리사 열풍’이 한창이다.

이런 흑백요리사의 인기는 대중들 사이에서 요리, 맛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고 새로운 ‘미식의 흐름’을 선도하며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오마카세, 파인다이닝 등이 유행하며 새로운 미식 흐름이 등장한 바 있지만, 고물가 시대에 식비 지출 절약을 이유로 잠시 주춤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다시 집 안팎에서 미식 문화의 변화가 시작됐다.

집 밖에서, 파인다이닝의 폭발적인 인기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셰프들의 프로그램 출연으로 이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급 식사’라는 뜻의 파인다이닝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선 예술 작품과 같다. 신선한 제철 재료로 만든 요리에 셰프 본인만의 이야기를 담아 접시라는 도화지 위에 아름답게 올려내는 작품인 것이다. 파인다이닝은 한 끼에 40~50만 원을 호가하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최상급 재료들과 고급 인력의 투입으로 실질적 이익이 크지 않아 ‘낭만 사업’으로 불리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 당시에는 해외여행 대신 소비력이 몰려 호재를 누렸지만, 코로나의 종식과 치솟는 물가가 맞물리며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다. 그러나 ‘흑백요리사 효과’로 출연 셰프들의 레스토랑 및 여러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들은 일제히 예약이 불가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온라인 플랫폼에선 해외 업장까지 찾아다니는 대중들을 심심찮게 살펴볼 수 있다.

또한 파인다이닝 사업에 대한 여러 기업의 높아진 관심도 눈에 띈다. 레스토랑에 투자 하거나 협업을 통해 기업 이미지의 쇄신을 이루고 마케팅에 활용하며 부수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신세계, 풀무원 등은 일제히 파인다이닝 사업에 뛰어들어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할 계획을 밝혔으며,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미슐랭 3스타를 획득하고 흑백요리사의 심사위원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안성재 셰프의 ‘모수 서울’ 또한 CJ제일제당의 투자로 운영된 바 있다. 이는 막대한 초기 자본에 비해 낮은 이익률을 보이며 한때 ‘대기업의 무덤’으로 불리기도 했던 사업이다. 하지만 현재 미식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지속적으로 상향 평준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무궁무진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집 안에서, 유통업계 트렌드를 바꾼 미식 열풍

미식에 대해 높아진 관심은 외식업계에서 파인다이닝 열풍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추가로 집 안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바로 고물가 시대 외식이 부담스러운 대중을 겨냥해 편의점 간편식, 밀키트 등 유통업계에서 새로운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간편식과 밀키트는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성행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외식이 불가한 상황 속에서 간편식과 밀키트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다면, 이제는 △치솟은 물가 △복잡한 예약 절차 △긴 대기 시간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이에 유통업계는 유명 셰프와의 협업을 통해 인기 맛집의 메뉴를 집에서도 간편한 조리 과정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든 레스토랑 간편식 출시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원재룟값의 상승으로 외식 물가가 고공 행진하고 있는 현시점,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의 음식을 실제로 접하기 어려운 대중들은 편의점 간편식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게 됐다. GS25의 ‘흑백요리사 만찢남 중식 시리즈 2종’, CU의 ‘흑백요리사 나폴리 맛피아 밤 티라미수’와 같은 제품은 출시와 동시에 완판되며 품귀 현상을 일으켰다. 단 몇 분의 조리 시간으로 ‘우리 집 식탁’ 위에서 유명 레스토랑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된 지금, 집 밖에서는 파인다이닝의 유행으로, 집 안에서는 간편식의 유행으로 어디서나 뜨거운 우리나라의 미식 열풍을 엿볼 수 있게 됐다.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미식’, 국경을 넘어 세계로

대중은 흑백요리사 열풍뿐만 아니라 다양한 뉴미디어를 통해 맛집 방문 영상을 접하고, 블로그와 숏폼 등 플랫폼을 통해 유명 셰프들의 레시피를 접하며 나날이 미식에 대한 관심과 수준을 높이고 있다. 단순히 ‘생존을 위해 먹는 밥’이 아니라, 언제, 어디를 가도 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경험과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더불어 K-푸드 문화에 열광하는 해외 대중을 통해, 우리의 미식 문화는 국경을 초월해 전 세계인이 하나로 화합할 수 있는 언어가 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식사 문화의 질이 더욱 높아지는 동시에, 한 끼 한 끼를 통해 서로 더욱 가까워지며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