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식’에서 ‘소식’으로... 변화하는 식습관 트렌드
‘대식’에서 ‘소식’으로... 변화하는 식습관 트렌드
  • 소예린, 이재현 기자
  • 승인 2023.02.17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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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좌들이 출연하는 웹 예능 ‘밥맛없는 언니들’ 포스터(출처: 샌드박스네트워크)
▲소식좌들이 출연하는 웹 예능 ‘밥맛없는 언니들’ 포스터(출처: 샌드박스네트워크)

과거에는 유튜브 등지에서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는 ‘대식 먹방’이 인기였다면, 이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식(小食)’이 대세가 되고 있다. 자극적일수록 대중의 시선을 끌기 쉬운 만큼, 먹방은 평소 잘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먹거나 상상을 뛰어넘는 양의 음식을 먹는 것이 트렌드였다. 

자극적인 먹방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대중들은 점차 이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실시한 ‘한국인의 식습관 및 대식 vs 소식’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3.1%가 단순히 많이 먹기만 하는 대식 먹방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끼며, 47.5%는 소식 콘텐츠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대식가에 대한 인식으로는 건강이 염려된다는 반응이 64.2%로, 많이 먹는 것에 대리 만족감이나 대단하다는 감정을 느끼기보다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 같다는 반응이 높았다. 대식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함께 최근 들어 TV 예능, 유튜브 등에서도 소식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명 ‘소식좌’들의 식사를 보여주는 ‘밥맛없는 언니들’ 시리즈는 최고 조회수 470만을 돌파했으며, 소식으로 유명한 연예인들의 MBC 유튜브 예능 클립은 700만 조회수를 넘겼다. 

먹방은 많은 양의 음식을 소리 내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런 점에서 먹방을 좋지 않게 보는 시각 역시 존재한다. 과장되게 소리를 내며 먹는 것이 젊은 세대의 식사 예절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비판이다. 또한, 몇몇 방송인들이 단순히 많이 먹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먹은 음식물을 뱉거나 토한 후 먹는 장면만 편집해 올린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중의 공분을 샀다. 일부는 식당에서 먹방 방송인임을 밝히며 무료로 음식을 제공해달라는 무리한 요구로 민폐를 끼치기도 해 대중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건강과 환경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소식 열풍의 한 원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외부 활동의 감소로 확진자와 살찐 사람의 합성어인 ‘확찐자’가 됐다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비만에 관한 관심이 증가했고 건강을 중시하는 식문화로 소식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환경에 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성 식품보다 식물성 식품, 즉 채식이 온실가스 감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소식 선호에 영향을 줬다. 옥스퍼드 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육류 소비를 하며 채식 위주의 식사인 ‘플렉시테리언’이 대중화돼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육류를 위해 가축을 기르는 것이 △메탄가스 배출 △물 부족 △가축 사료로 인해 자연 파괴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의 여파도 소식 열풍에 영향을 끼쳤다. 전쟁과 신냉전 구도로 인해 서민들의 식자재 가격과 에너지 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고정 지출의 증가로 소비의 여력이 줄어들었고, 평균 식사비의 증가로 인해 적은 양의 음식의 섭취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금리로 가계의 부담이 가중된 상태에서 식품업계의 먹거리 가격 인상으로 물가 상승의 부담까지 더해진 결과, 식비를 줄이는 쪽으로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변화한 것이다.

소식 열풍에 발맞춰 유통업계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이마트24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사이 이마트24의 조각과일 매출은 직전 동기 대비 46% 상승했다. 이처럼 소포장·소용량 제품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작으면 작을수록 좋은 음식을 의미하는 신조어인 ‘소소익선 푸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

1인 가구를 겨냥한 간편식을 선보여왔던 편의점 브랜드들은 소식 트렌드에 발맞춰 소용량 제품 출시에도 열을 띄고 있다. GS25는 소식자를 위한 도시락인 ‘쁘띠 컵밥’ 제품 두 종류를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기존 도시락 메뉴의 절반 이하의 중량으로, 출시 한 달 만에 3만 개 이상이 판매되며 인기를 얻었다. 또한, 작년 9월 CU는 혼술족을 위한 1인용 데일리 와인인 ‘와인 반병 까쇼’를 출시해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30만 병을 기록했다. 소소익선 푸드는 편의점 브랜드에 국한돼서 나타나지는 않는다. 피자알볼로는 1인용 피자인 ‘퍼스널 피자’를 출시했으며, 청과 브랜드 ‘돌 코리아’는 열대 과일을 과즙 주스와 함께 컵에 담은 제품인 ‘후룻컵 플러스’를 출시했다.

소식 열풍에 대한 분석과 홍보가 다방면으로 이뤄지는 중이지만, 과도한 소식은 충분한 영양소 섭취가 불가능하므로 건강을 해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특히 단식이나 절식 등에 가까운 ‘극단적 소식’은 거식증 등의 소화장애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단순히 적게 먹는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하면서도 환경에 부담 주지 않는 음식 섭취가 권장된다. 대표적으로 환경과 건강 모두에 긍정적인 연구 결과를 보여준 ‘플렉시테리언’과 육식을 적게 섭취하고 식물성 제품을 선택하는 ‘리듀스테리언’ 식단을 예로 들 수 있다.

개인마다 식사 습관과 식사량은 천차만별이다. 기존의 먹방은 과도하게 많이, 그리고 맛있게 먹는 것에 치중돼 있었으나, 소식 열풍을 통해 먹방은 무조건 대식해야 한다는 틀에서 벗어나게 됐다. 소식 자체에 얽매이기보다는, 소식 열풍을 계기로 다양한 식사 형태를 인정하고 자신만의 건강한 식단을 꾸려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