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윤리 문제에 미리 대응하자
과학기술 윤리 문제에 미리 대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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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1.0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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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과학기술은 사회 여러 분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의학과 생명과학, 공학이 융합돼 과거에는 보지 못하던 새로운 분야가 나타났다. 생체 조직 공학의 발전으로 장기 이식 분야에서 지속적인 혁신이 이뤄졌고, 생체 소재 기술의 발달로 인공뼈, 임플란트, 인공 피부 등 다양한 인공 장기와 인공 조직들을 선보이고 있다. 로봇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수족과 오감을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의료 보조 기기의 개발로 이어졌다. 뇌과학과 첨단 로봇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다면 미래에는 영화에서만 보던 인간과 기계의 잡종 형태인 사이보그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충격적인 미래가 예측되면서 생명과학과 관련된 윤리적, 법적, 사회적 이슈가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다.

생명기술과 바이오산업은 성장 초기부터 윤리적, 법적 문제와 씨름해야 했다. 그 대표적인 예는 유전자변형식품과 줄기세포 치료 등을 들 수 있다. 생명기술의 연구 방식과 바이오산업에 대한 규제 방식은 각 나라 별로 시민 인식의 차이에 따라 다양하게 결정됐다. 영국에서는 공동체의 경험을 강조하며 합의를 통해 규제 방식을 정했고, 독일에서는 시민들의 전문가들에 대한 신뢰가 높은 까닭에 이해 단체를 대변하는 대의 기구들 간의 협상이 객관적 판단의 기초가 됐다. 미국에서는 시민들이 전문가를 신뢰하는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바이오산업의 규제에 대한 논쟁은 대개 법정 소송에 의해 결론을 맺었다. 결국 연구자들의 책무성과 신뢰 수준, 전문적 지식에 대한 대중의 기초 소양, 전문가 단체들과 대중의 소통 여부 등에 따라 생명기술과 연관된 연구 방식과 규제 방식 등은 다양하게 결정됐다.

시민 사회의 인식 차이에 따라 바이오 관련 산업의 규제 방식과 연구 방식에 커다란 스펙트럼이 존재했다는 연구 보고를 근거로 추정한다면 최근에 발전하고 있는 다른 분야에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날 것으로 짐작된다. 요즈음에는 인공지능과 연관된 법적 윤리적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커다란 관심 대상이 됐다. 전기차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와 관련된 법적 문제에 대해서는 학계뿐만이 아니라 자동차 생산 업계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드론의 군사적 이용을 비롯한 로봇 무기의 개발 등 과학기술의 군사적 응용에서 윤리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빅테이터 시대가 되면서 데이터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도 많은 데이터 윤리 문제가 나타났다. 정보 유통을 통해 침해될 수 있는 사생활 보호 문제, 정보 규제로 위축될 수 있는 인터넷 상의 알권리와 정보 자유권 논란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가짜 뉴스와 같은 허위 정보 유포 행위는 이미 사회 문제가 됐다. 개인 음성 및 개인 문서, 개인 작품의 사유 재산화도 심각하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예술 분야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몇몇 작가들은 자기 작품을 인공지능의 스타일 학습에 활용하지 말라고 주문하고 있다.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운영되고 있는 정보 시스템 속에서는 결과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어 머신러닝과 관련된 몇몇 시스템에서는 구현 과정 중 다양한 편향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 현상은 대개 사회적, 역사적인 편견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인공지능과 연관된 데이터 처리 방식과 알고리즘이 문제인 경우도 있다. 데이터 처리에서 편향의 문제는 빅데이터의 측정, 집계, 학습, 평가, 배포 과정에서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다. 구글의 물체 판별 서비스에서 흑인 여성을 고릴라로 잘못 분류해서 파문을 일으켰으며, 챗봇의 인종차별적 발언도 뉴스거리가 됐다. 간호사와 의사 구분하는 문제에서 야기된 성 편향 문제는 자연어 처리와 컴퓨터 비전 분야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됐다. 이미 데이터 과학자들은 데이터 윤리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공정하고, 책임성 있고, 투명한 데이터 사이언스를 위한 데이터 윤리 콘퍼런스까지 운영하고 있다.

우리대학에서는 곧 의과학대학원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이며, 생명공학, 의공학, 인공지능 관련 연구도 더욱 활발히 진행될 것이다. 이에 따라 생명공학, 의공학, 인공지능 관련 분야의 법적, 윤리적 문제도 우리대학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