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평균의 개념
사라지는 평균의 개념
  • 이재현, 조원준 기자
  • 승인 2022.12.10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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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현대 사회(출처: 경향신문)
▲평균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현대 사회(출처: 경향신문)

우리 사회에서 전형성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껏 평균이란 이름으로 사회를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사회의 여러 지표는 정규분포의 모양을 따른다. 이는 집단 내에서 평균에 속하거나, 그에 근접하는 사람이 대부분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점점 사회가 더 이상 정규분포를 띠지 않아 평균이 사회를 대변하지 못하는 시대가 찾아오고 있다. 이런 변화를 △양극화 △N극화 △단극화로 분류할 수 있다.

양극화는 집단에서 중간 계층이 줄어들고 양극단의 계층이 증가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우리 사회는 경제·정치·사회적인 측면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빈익빈 부익부’로 일컬어지는 경제적 양극화가 있다. 부유한 사람들이 더 큰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자본주의의 속성상 경제적 양극화가 진행됐고, 코로나19 사태는 이를 가속했다. 특히 청년층에서 양극화 현상은 도드라진다. 재작년 상위 20%와 하위 20%의 자산 격차는 약 39배에 달했다. 또 경기가 위축되며 젊은 층 사이에선 절약 중심적인 소비의 ‘짠테크’ 트렌드와, 자신이 좋아하는 작지만 예쁜 물건의 소비로 행복감을 느끼는 이른바 ‘스몰 럭셔리’ 트렌드까지 대비되는 트렌드가 공존하기도 했다. 정치·사회의 경우, SNS가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 SNS가 사용자의 성향에 부합하고, 자극적인 게시물만을 보게 만드는 반향실 효과를 일으켜 양극화를 부추기는 것이다.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대한민국 국민의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이런 경향은 젊은 층에서 성별에 따른 지지 집단 차이로 나타난다. 성별에 따른 양극화는 향후 사회 통합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외에도 교육, 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과거에는 대중이 특정한 유행에 휩쓸리고 공통된 취향을 따라가려 했다면, 오늘날에는 개개인이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각자의 취향이 다양하게 갈리는 현상을 ‘N극화’라고 한다. 이를 겨냥해 최근 많은 식당이 맛보다 개성 있는 분위기 연출에 더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손님들에게 공개해 시각적 강렬함을 보여주거나, 다른 가게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개성을 다각화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생활 양식의 N극화도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직장을 구하고 가정을 이뤄 사는 것이 평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젊은 나이임에도 적성에 맞지 않는 직장은 과감히 그만두거나, 가정을 이루지 않고 혼자 사는 등 삶의 방식이 다변화했다. 이에 몇몇 기업은 생활 방식의 N극화에 맞춘 적극적인 복지 제도를 만들려는 모습을 보인다. 일례로 LG유플러스가 내년 1월 1일부터 비혼을 선언한 직원에게 결혼한 직원과 같은 혜택을 주기로 했다. 삶의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모두가 전형적인 삶을 추구하기보다는 개성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하나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마지막은 단극화 현상이다. 요즘 우리는 어느 집단을 가도 카카오톡을 이용하지 않으면 불편함을 겪곤 하는데, 이는 대다수가 카카오톡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누군가의 소비가 타인의 소비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네트워크 효과’라고 한다. 카카오톡과 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의존하고 있는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를 유발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게 되고, 결국 한 분야의 소비가 특정한 곳으로 쏠리게 되는 단극화 현상이 발생한다. 단극화는 절대 우위를 가진 한 곳에 세력이 집중되는 현상으로, 플랫폼 시장의 승자 독식이 대표적이다. △메신저 플랫폼 ‘카카오톡’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배달 플랫폼 ‘배달의 민족’ 등이 그 예이다. 이 현상은 이미 형성돼 있는 거대한 네트워크로 인해 쉽게 해결하지 못한다. 최근 카카오톡은 데이터 센터 화재 사고를 겪고 약 200만 명의 소비자가 이탈되는 위기를 겪었지만 이미 형성돼 있는 네트워크로 인해서 하루 만에 소비자를 회복했다. 이는 단극화 현상이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임을 보여주며,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하고 있는 단극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큰 노력이 필요하다.

시대는 빠르게 다각화하고 있고 △무난한 상품 △보통의 의견 △통상적인 개념에 대한 기준이 사람마다 달라지고 있다. 따라서 평균적인 것과 평범한 것은 수치로만 존재하고 평균에 해당하는 혹은 선택되는 사례는 점점 적어질 것이다. 유튜브 채널 ‘1994’에서는 서울대 졸업생과 대한민국 표준 29살 여자와 30살 남자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보여준다. 이 영상은 표준에 대한 사람들의 가치관이 모두 다르고, 스스로가 표준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제 평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은 평균에 의존하지 않은 대체 불가능한 차별성과 다양성을 창출해야 하며, 개인은 자신이 평균에 속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벗어나는 순간 삶이 풍요로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