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기적인 교육 봉사
나의 이기적인 교육 봉사
  • 홍나경 / 화학 18
  • 승인 2022.12.10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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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부터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을 이상하리만큼 좋아했다. 중학교 시절, 수학 선생님이 야심 차게 기획했던 ‘또래 멘토-멘티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그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중학교 때도 교육 봉사를 알아봤지만, 어느 누가 검증되지 않은 중학생에게 교육 봉사를 맡기겠는가. 폭풍 같은 과학고 생활을 지나, 어느덧 우리대학에 진학해 조금이나마 검증을 얻게 된 나는 본격적으로 교육 봉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 이후로는 우리대학 교육 봉사 자치단체 ‘가치배움’에서 활동하고, 교육혁신센터의 ‘포스텍 온라인 멘토링’에도 참여했다. 휴학 기간에는 집 근처 아동센터에서 학생들을 길게 가르치기도 했었다.

매주 아동센터나 인근 중학교에서 멘티들을 만나다 보면, 한국의 중고등학교 생활이 얼마나 고단한 것인지 다시금 놀라게 된다. 고입 혹은 대입과 직결된 시험 대비, 이른 등교 시간, 방과 후 활동이나 학원 일정에 이르기까지… 불과 몇 년 전 내가 겪은 생활임에도 불구하고 멘티들을 보면 안쓰럽고 애틋한 마음이 든다. 그 마음 뒤에는 9시 반 수업도 힘들어서 조는 ‘나’, 듀 이펙트를 쓰겠다며 과제를 한계에 치달을 때까지 미루고 또 미룬 ‘나’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된다. 공부하느라 바쁜 와중에 금전적 보상이 없는 교육 봉사가 꽤 부담스럽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나는 깊은 반성 덕인지, 멘티 친구들에게 에너지를 받아서인지는 모르지만 나태하게 허비하는 시간이 줄어서 오히려 학교 공부에 더 도움이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봉사가 완전히 불가능해지면서 멘티들과 만날 기회를 잃었다가, 교육혁신센터의 프로그램을 통해 영일중학교 멘티 2명과 1년째 온라인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비대면 봉사인 만큼 거리감이 느껴지진 않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수업할 때 카메라와 마이크를 켜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려 노력하니 그 부분은 많이 개선된다. 또, 네이버 밴드와 같은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숙제 검사도 정말 빡빡하게 했다. 멘티와 의논해 하루에 공부할 분량을 정하고, 매일 11시까지 업로드하지 않으면 개별 전화로 경고하기도 한다. 매주 1회 찾아가던 교육 봉사 때보다 멘티들의 성적은 훨씬 많이 올랐다. 한 멘티는 이번 중간고사 때 시험 점수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예전보다 2배로 올랐다며 나에게 전화로 자랑했다. 멘티가 너무 귀엽고, 뿌듯하고, 고맙고, 내 점수가 아닌데도 기쁜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나는 종종 ‘봉사’라는 단어가 너무나 거창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봉사는 이타적이고 자기희생적이라 주체자가 손해를 감수하며 타인을 위한다는 느낌이 너무 강한 단어이다. 내게 봉사는 그렇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열심히 사는 중고등학생들의 삶을 관찰하고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기회였기에 내 봉사는 차라리 이타적이기보다는 이기적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마음만 먹는다면 학교에 봉사할 기회가 널려 있다! 내가 속해 있는 가치배움 말고도 다솜이라는 봉사 동아리도 있는 데다, 교육혁신센터에서는 온라인 멘토링이나 D.I.Y 봉사와 같이 한 학기짜리 프로젝트형 봉사도 많이 진행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도 누구보다 이기적인 봉사를 해본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감히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