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발사 성공, 우주 강국으로의 길 열려
누리호 발사 성공, 우주 강국으로의 길 열려
  • 이재현, 조민석 기자
  • 승인 2022.09.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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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 발사 사진 (출처: 사진공동취재단)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 발사 사진 (출처: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6월 21일 오후 4시, 대한민국의 자체 개발 위성발사체인 누리호(KSLV-II)가 발사됐다. 같은 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호 장관이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음을 알렸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11번째로 자력 우주로켓 발사국이 됨과 동시에 1톤급 실용위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7번째 국가가 됐다. 지난해 10월에 누리호 1차 발사가 실패한 뒤 8개월 만의 재도전이다.

2010년부터 계획된 누리호 개발사업은 투입된 예산만 2조 원에 이르는 거대 프로젝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독자적인 우주발사체 기술로 누리호를 쏴 올렸다. 누리호는 설계와 제작, 발사까지 모든 과정을 외국의 도움 없이 수행한 첫 우주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누리호는 이미 이뤄진 두 번의 발사를 포함해 2027년까지 총 6회의 발사가 예정돼있다. 또한, 누리호 개발사업은 향후 개발할 한국형 중궤도 및 정지궤도 발사체 기술의 기반이 된다. 

대한민국의 로켓 개발 역사는 1987년 천문우주과학연구소(현 한국천문연구원)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항공우주연구소(현 항우연)가 설립되며 본격적인 개발이 진행됐다. 로켓 개발은 크게 KSR(Korea Sounding Rocket, 한국형 과학관측 로켓) 계획과 KSLV(Korea Space Launch Vehicle, 한국형발사체) 계획으로 이뤄졌다. KSR 계획은 관측용 연구 로켓으로, 대기 관측이나 실험 수행을 위해 준궤도 로켓을 발사하는 계획이다. 항우연은 △1993년 1단형 고체 추진 과학관측로켓(KSR-Ⅰ) △1998년 2단형 고체 추진 중형과학관측로켓(KSR-Ⅱ) △2002년 국내 최초의 액체 추진 과학관측로켓(KSR-Ⅲ)의 개발로 로켓 설계와 제작 경험을 축적했다. 

2002년까지 진행된 KSR 계획이 모두 마무리되며 본격적으로 우주 궤도에 로켓을 발사하려는 계획이 세워졌다. 따라서 100kg급 소형위성 발사부터 1.5톤급 실용위성 발사까지를 목표로 KSLV 계획이 수립됐다. KSLV 계획은 크게 4단계로 구성된다. 먼저 개발된 것은 나로호(KSLV-I)로, 2002년 개발에 돌입해 2013년 발사에 성공했다. 하지만 1단 엔진 기술이 러시아에 의해 개발됐다는 점에서 자체 기술로 발사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지금까지 쌓은 경험으로 개발한 것이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다. 이번 누리호의 성공을 바탕으로 한국형 중궤도 및 정지궤도 발사체(KSLV-III)와 한국형 대형 정지궤도 발사체(KSLV-IV)의 개발이 2040년까지 예정돼있다.

누리호는 3단 엔진 구성의 액체 로켓이며 △1단 75톤급 엔진 4개 △2단 75톤급 엔진 1개 △3단 7톤급 엔진 1개로 구성돼 있다. 2013년 발사된 나로호에 비해 진일보했는데, 100kg였던 탑재 중량을 15배인 1,500kg까지 향상했고, 1단 로켓의 추력도 1.7배 더 증가했다. 무엇보다 나로호는 1단 엔진이 러시아 기술로 개발됐지만, 누리호는 모두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첫 국산 우주로켓이라는 점이 뜻깊다. 누리호는 1차 시기에서 위성 모사체 분리에는 성공했으나 위성 궤도에 안착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목표 고도인 700km에는 도달했지만 목표 속도인 7.5km/s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는 실패 원인으로 3단 로켓의 산화제 탱크 내부 헬륨탱크의 고정 장치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비행 중 부력 증가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엔진이 조기 연소했다고 밝혔다. 우주산업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순수 우리 기술로 위성체를 발사해 궤도에 안착시켰다는 점은 그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는 300km 이상의 사거리와 500kg 이상의 탄두 중량을 가진 모든 미사일 및 무인기의 수출과 기술 이전을 규제하는 내용의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MTCR, 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에 가입돼 있어, 미사일 제작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우주 발사체 기술을 다른 나라로부터 이전받을 수 없다. 그런 가운데 자력으로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린 것은 국가 안보적 측면에서 가치가 있다. 또한, 누리호의 성공은 기술적 진보를 끌어냈다. 항우연은 누리호에 쓰인 75톤급 엔진을 개량해 88톤급과 100톤급 엔진을 개발 중이며, 이는 각각 한국형 소형 발사체(KSLV-s)와 한국형 중궤도 및 정지궤도 발사체(KSLV-III)에 사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누리호의 후속 사업인 차세대 발사체 사업에 내년부터 2031년까지 9년간 1조 9,33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며 설계 단계부터 민간 기업을 참여시켜 2030년 첫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달 5일, 다누리(KPLO)가 발사됐다. 다누리는 달 착륙지 선정을 위해 달 표면 촬영, 지질·자원 탐사, 자기장 지도 등을 목적으로 개발된 달 궤도 탐사선으로 한국형 중궤도 및 정지궤도 발사체(KSLV-III) 제작을 위한 밑거름이 될 예정이다. 오는 12월 17일 다누리가 달 궤도 진입에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은 7번째로 달을 탐사한 국가가 된다. 그러나 아직 한국형발사체는 경제성과 기술 측면에서 아주 부족하다. 누리호의 무게당 발사 비용은 32,595$/kg으로, 미국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 팰컨 헤비(Falcon Heavy)의 1,680$/kg보다 약 20배 비싼 데다 일회용이다. 또한, 누리호의 최고 속도는 7.5km/s로 지구 탈출 속도인 11.2km/s에 한참 부족해 달 탐사선으로 부적합하다.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언젠가 한국이 우주 강국이 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