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를 에너지원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에너지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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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9.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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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수급의 불안정과 기후변화 우려에 따른 환경친화적 방안으로 유기성폐자원을 활용해 바이오에너지를 얻는 기술이 국내외적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유기성폐자원은 가축의 분뇨, 생활하수ㆍ폐수처리 공정에서 발생하는 유기물, 주거ㆍ사무활동에서 발생하는 폐종이류나 음식물 등 다양한 형태의 생활ㆍ산업활동에서 발생하는 높은 농도의 유기물을 포함한 폐기물을 지칭하는데, 과거 단순‘폐기물’이라는 개념에서 재활용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요즘은 재생 가능한‘폐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재활용 가능한 자원의 개념으로 발전했다고 해도, 여전히 활용되지 못하고 단순 폐기된다면 하천 및 지하수 오염으로 인한 음용수 활용의 문제가 발생하고, 방치돼 썩는 과정에서 대기 중으로 많은 양의 메탄가스가 발생해 지구 온난화 등 환경파괴의 주범이 될 수 있다.

이런 유기성폐자원 중 일반인이 조금만 더 신경 쓴다면 우리와 후대의, 보다 나은 환경을 위해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음식물 쓰레기의 관리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사실 식탁에 오르는 다양한 음식물류는 상상만으로도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음식물 쓰레기(전문적 용어로는 ‘음식물류폐기물’로 칭함)를 상상할 경우 우리는 악취, 침출수가 흘러나오는 좋지 않은 미관, 봉투에 담아서 처리해야 하는 귀찮은 물질 등 매우 유쾌하지 못한 그림이 떠오를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주거지 엘리베이터 등에서 재활용 장소로 음식물 쓰레기를 담아가는 분들과 마주칠 경우(사실 환경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하시는 중인데도), 많은 경우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최근의 통계에 의하면 1인당 하루에 평균 약 300g 정도 음식물류폐기물이 발생하는데, 인구이동이 많은 관광지(제주, 속초 등) 및 포항, 울산과 같은 산업도시는 특히 1인당 발생량이 평균보다 높다. 밥 한 공기 분량인 300g이 많지 않게 생각될 수 있으나, 우리나라 인구수로 환산하면 이는 일일 약 1만 5천 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이며 이는 10톤 규모 탱크로리 1,500대에 해당하는 매우 막대한 양으로 정부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환경분야이다.

현재까지 주로 퇴비화, 동물사료화의 과정을 통해 이런 음식물 쓰레기가 재활용돼 왔으나, 침출수 발생,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학계와 정부에서는 다른 대안을 찾아왔다. 그 중 무산소 조건에서 생장하는 다양한 미생물을 활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으로 전환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바이오가스화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학문·산업적으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요즘 우크라이나 사태로 여러 유럽 국가의 일반가정용 천연가스 가격이 10배까지 급등할 것으로 예상돼 바이오가스 기술과 보급 선진국인 독일에서조차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현 정부에서도 해당 기술이 120대 국정 과제 중 두 분야에서 바이오가스 확대로 언급될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현재 이와 관련된 법 제정도 추진되고 있다. 기술과 학문발전에 필수적인 많은 요건 중 산업생태계에서의 자연적인 필요성, 정부의 강력한 정책추진, 그리고 세계적 추세 흐름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갖춰지는 것은 흔치 않은데 바이오가스화 기술은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학술성, 산업생태계 확장, 정책적 유도라는 전문적인 분야 외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일반인의 생각과 자세의 변화이다.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일단 더 이상 파괴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생존과 기쁨을 위해 음식 섭취를 안 할 수는 없으니, 남는 음식물의 양을 최소화하고, 남은 음식물의 분리수거에 개개인이 최선을 다하며, 수거된 음식물 쓰레기의 에너지화를 위한 환경기초시설 설치 및 운영에 대해서도 현재보다 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미술시간이나 소풍에서 검은 구름을 뿜어내는 높은 굴뚝과 공장을 그리는 것을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생각하고 교육받았던 세대의 필자는, 가끔 요즘 초등학교의 과학반 또는 고학년 학생들이 환경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솔선수범 행동하는 것을 느낄 때마다 “이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라 일반인으로서 나는 환경보호를 위해 이런 아이들처럼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작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대한민국은 세계10위의 경제 강국이며 문화적 영향력 또한 급부상한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다. 최고의 지성을 갖춘 우리대학 구성원 모두와 주변 분들도 재생 가능한 자원과 소중한 에너지원이 낭비되지 않도록, 오늘 우리의 식단과 남은 음식물 활용에 적극적인 마음을 가지는 선진 사회의 품격 높은 일원이 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