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식용견, 양립할 수 있을까
반려견과 식용견, 양립할 수 있을까
  • 조민석 기자
  • 승인 2022.06.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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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약 150만 년 전부터 육식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소, 돼지, 닭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장 많이 먹는 육류다. 이외에도 말, 양, 토끼 등 다양한 고기가 있지만 유독 개 식용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개고기 식용 문화의 역사는 굉장히 오래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구려 벽화에서 개를 도축하는 모습이 그려진 것이 발견됐고, 로마인들도 개고기를 먹은 기록이 있다. 19세기까지는 서양에서도 개고기 식용이 터부시되지 않았다.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에서 현재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있는 사람은 약 14% 정도로 많지 않지만, 동물보호단체와 개고기 식용에 찬성하는 사람들 간의 논쟁은 지속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고기에 대해 보신탕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보신탕은 신장을 보호한다는 의미로 개고기가 몸보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개고기의 인식이 나빠지기 전에는 복날에 삼계탕 대신 보신탕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서울시 내 개고기 식용을 금지한 이후, 가게들은 보신탕 대신 영양탕, 사철탕, 보양탕 등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현 정부는 개 식용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개는 축산법 2조 상 가축으로 분류되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의 대상이 아닌 애매한 존재다. 판매될 때는 식품위생법을 따라야 하는데, 정작 식품 원료로는 인정받지 못한다. 도축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판매는 불법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법제화된 도축 방식은 없지만, 동물보호법을 위반하는 불법 도축도 문제다. 일반적으로는 전기로 기절시킨 뒤 도살하는 방법을 쓰고 있는데, 한 번에 의식을 소실시키지 못하는 것이 잔인하게 도살하는 행위에 해당해 불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 도살업자가 비전문적 기기로 불법 도축을 시행하고 있다. 좁은 공간에 개들을 몰아넣고 비위생적으로 관리하는 경우도 문제다. 일부 개 사육 농가에서는 바닥에 구멍이 뚫려있는 철장인 ‘뜬장’에서 개를 사육한다. 이는 배변 처리가 용이하지만, 작은 개는 힘들게 철장을 밟고 서 있어야 하므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개 사료로 잔반을 사용하고 항생제를 과다 사용하는 것도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개 식용을 반대하는 사람의 주요 근거는 개가 반려동물이라는 것이다. 처음부터 식용으로 길러진 돼지나 닭과 달리 개는 경비와 사냥을 목적으로 길러졌다. 국내에서도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이 1,500만 명에 달하며 개 식용에 대한 인식은 점점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현재 스위스 등을 제외한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개 식용을 금지하고 있다. 대만과 태국은 2017년 개고기 식용을 금지했고, 북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들에서는 개고기 문화가 사멸했다.

반려용 개와 식용 개를 구분하고 축산물위생관리법을 개정해 개고기 생산 및 유통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좌절됐다. 동물보호단체 입장에서는 개고기를 식품으로 여기는 것 자체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이에 개고기를 금지하자는 법안도 나왔지만, 국민의 행복추구권 및 개 사육업자의 직업 선택 자유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통과되지 못했다. 진퇴양난에 빠진 개 식용 논쟁에 대해 하루빨리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관련 법제를 마련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