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과학 기술 발전과 한국의 MZ 세대
중국의 과학 기술 발전과 한국의 MZ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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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02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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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과학 기술 발전이 놀랍다. 최근 발표된 한 언론 보도에 의하면, 중국의 과학 기술은 생명과학, 의학을 제외하면 과학 기술의 전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다. 양적인 차원에서는 이미 2016년을 기점으로 중국이 미국을 앞서고 있었는데 이제는 질적인 면에서조차 미국을 능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 논문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피인용 최상위 1% 논문 수를 국가별로 비교한 결과, 물리학, 수학, 공학 및 컴퓨터과학 등 과학, 기술 대부분 영역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섰다고 보고했다. 이는 충분히 예견된 것이다. 2016년 7월 과학 저널 네이처가 세계적 수준의 자연과학 학술지 68개에 우수한 연구성과를 발표한 국가와 연구기관을 분석해 순위를 매겨 발표하는 ‘네이처 인덱스’에서 중국이 1~9위를 차지했다. 또한, 컴공, 전자 분야의 최고 저널 중 하나인 IEEE 계통의 논문의 70% 이상이 중국의 대학이나 기관에서 출판된 것이다.

중국 과학 기술의 놀라운 발전 이면에는 시진핑 집권 후 그들이 추구해온 ‘과학 굴기’가 자리하고 있다. 즉, 과학 기술의 발전을 통해 중국을 일으켜 세우고 미중 다툼에서 패권을 잡겠다는 야망을 실현코자 ‘과학 굴기’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과학기술자들에 대한 보상 및 우대 등과 같은 정책을 실시했고 과학 기술 분야의 대학 졸업생을 대폭 늘렸다. 그런데 중국 과학 기술의 비약적 발전의 동인을 국가적, 정책적 차원에서만 찾는 것은 젊은 중국인들이 지닌 애국주의 혹은 민족주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1990년대 초반에 시작된 중국의 애국주의 교육은 젊은 세대에게 세계 속의 중국의 위상을 각인시키고 과거 중국이 겪었던 패배와 치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경제와 과학 기술 발전이 필수적이라는 로드맵을 제공했다. 현재 중국 과학 기술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20-30대 젊은 과학자와 연구자들은 과학 기술 발전이 곧 애국하는 길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애국주의 사상이 중국인 특유의 성취욕과 합쳐져 중국 과학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이뤄 냈다.

한국이 과거 이뤄낸 성과의 바탕에도 현재 중국의 애국주의 사상과 유사하게 개인보다 사회를 우선시하는 사회적 가치가 있었다. 예컨대, 1980년대 설립된 우리대학의 건학이념은 ‘우리나라와 인류사회 발전’이라고 명시돼 있다. 즉, 당시의 한국 사회에는 과학 기술의 발전이 국가에 기여하는 길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고, 우리대학과 같은 유수 대학에 입학한 학생과 교수진은 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깊이 자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이 우리대학을 단기간에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었으며 국가 전체 차원에서는 세계사에 전례 없는 경제성장의 밑바탕이 됐다. 

그런데 지난 세월과 비교해서 작금의 현실은 여러 면에서 우려스럽다. 첫째, 우리 사회가 정치적, 경제적, 이념적으로 발전 및 성숙함에 따라 국가 발전에 대한 열망이 옅어지고 있으며 이는 자칫 과학 기술 분야의 관심 결여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의 놀라운 발전과 일본의 장기 침체를 보면 한국이 어느 곳에 있는지,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사회 여러 계층 간의 극심한 갈등과 대립 그리고 이를 적절하게 조정하고 해소하지 못하는 국가에 대한 불신이 사회보다는 개인을 우선시하게 한다. 또한, 젊은 세대의 과도한 ‘욜로’에 대한 관심과 이에 대한 사회적 지지는 과학 기술계에 종사하는 젊은 연구자들의 의욕과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과학과 산업을 이끌어갈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시대착오적인 애국주의나 민족주의를 요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이 ‘사회적 책무’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한국의 과학 기술 발전의 밀알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특히, 최근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참극은 ‘부국강병’의 의미를 상기시키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며 획기적인 과학 기술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를 수행할 자원이 바로 우리의 MZ 세대 과학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