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토박이, 강남에 회사를 차리다
울산 토박이, 강남에 회사를 차리다
  • 심민섭 / 19 컴공
  • 승인 2022.03.2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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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00억을 벌 거야” 고등학교 때 주위 친구들에게 밥 먹듯이 했던 말이다. 어릴 때부터 남들은 상상도 못 할 큰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에 좋은 회사로의 취직보다는 회사를 차릴 생각만 했다. 뚜렷한 계획은 없었다. 그냥 내 회사를 차리고, 1,000억을 버는 것이 내 꿈이었다. 그리고 작년 11월에 내 회사를 차렸다. 창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이후로 거의 1년 만에 투자를 받아 법인을 설립했다. 테헤란로에 사무실을 구하고 직원들을 뽑아 월급도 주기 시작했다. 가끔은 이러다 정말 1,000억을 버는 것은 아닐까 행복한 망상에 잠긴 적도 있다.

행복한 망상도 잠시, 최근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살고 있다. 회사가 망하진 않을지, 아이템이 실패하진 않을지, 어렵게 뽑은 직원이 나가진 않을지 종일 끝없는 고민에 빠져 살고 있다. 또한, 투자사를 만날 때마다 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학교 복학 문제는 없는지, 공동 창업자가 도망갈 일은 없는지 매번 새로운 질문을 받고, 그럴 때마다 마음은 답답해지며 불안이 커진다. 사무실은 강남 한복판에 구해놓고 정작 나는 좁은 단칸방에서 1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고 지낸다. 회사에서 밤낮도, 주말도 없이 일하고 집에 와서는 바로 쓰러져 쉬는 삶을 반복하고 있다.

멋있어 보이기만 했던 창업의 과정은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일들이 대부분이라 모든 것을 새로 공부해야 했다. 특히, 아이템을 개발할 때는 처음 접한 내용을 공부해 적용하는 일이 대다수였다. 과정보다는 결과에 집중했기 때문에 공부하는 것이 시간 아깝고 귀찮다고 느껴져 창업에 재미를 붙이기 어려웠다. 그저 1,000억을 벌겠다는 목표만을 두고 일했기 때문에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니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주위 친구들이 청년 창업이 어떤지 물어보면 오직 결과만을 바라보는 청년 창업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스타트업은 투자 후 출구전략(Exit)을 보고 정말 긴 여정을 달리기 때문에 노력하는 만큼의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다사다난한 창업 과정 자체에 재미를 찾지 못하는 창업자는 오래 못 가 쓰러지게 된다.

그러던 중 나는 한 투자사와의 미팅 자리에서 창업의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에 대해서도 목적을 생각해보라는 말을 들었다. 내가 이렇게 힘든 과정을 겪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과정에서 나는 어떤 것을 얻고자 하는가? 나는 그 해답을 ‘성장’이라 결론지었다. 비록 매일이 힘들지라도 오늘보다 내일 더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기 위한 발판으로써 창업을 바라보게 됐다. 이런 마음가짐은 의미 없이 흘러가던 하루하루를 의미 있는 성장의 연속으로 바꿨고, 시간 아깝고 귀찮았던 공부를 성장을 위한 투자로 바꿨다. 창업이 나를 성장시키는 소중한 교육 현장이 되면서 나는 창업 과정 자체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과정에도 목적을 둘 수 있다면 청년 스타트업을 꼭 추천한다. 그 어떤 활동보다도 고되겠지만 동시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1,000억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걱정과 불안 속에서도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즐겁다. 내가 개발한 아이템을 수만 명의 사람이 이용하고, 반응하고 있다. 내가 직접 주식도 발행해보고, 직원을 채용하고 업무를 지시하고 있다. 창업이 아니라면 어디서도 해보지 못할 경험이다. 나의 창업 여정은 길고 힘들겠지만 두렵지 않다. 그 과정에서 내가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성장할 수 있기를, 그리고 이 창업이 나의 경력에 빛나는 한 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