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0호 ‘2차 성장기에 접어든 중고 거래 시장’을 읽고
제430호 ‘2차 성장기에 접어든 중고 거래 시장’을 읽고
  • 정노아 / 무은재 21
  • 승인 2022.02.2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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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벼룩시장에 장난감과 책을 들고 나가 1,000원, 2,000원에 팔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다. 요즘에는 이런 대면 벼룩시장이 사라져 가는 대신 여러 중고 거래 사이트가 생겨나며 어느 때보다 중고 거래가 쉬워졌다. 오직 중고나라만이 널리 알려져 있던 전과 다르게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 여러 플랫폼이 생겨났고, 한정판 거래 플랫폼인 KREAM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중고 거래 플랫폼이 생겼다. 이런 변화의 긍정적인 점이 많지만, 부정적인 면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기사에도 언급됐듯이 변질한 리셀(Resell) 문화가 대표적이다. 현재 리셀 시장은 33조 원 규모에 달하고, 이는 2025년까지 75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힘입어 리셀 문화는 하나의 보편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희귀한 물품에 대해 프리미엄이 붙는 것은 마니아들에 의해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것이 전문적인 재테크로 변질해 투자수단이 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리셀의 유행으로 명품 매장 앞에 텐트를 치며 기다리고, 달려가서 가방을 집어오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렇게 명품을 얻은 사람들은 그 제품을 소유하고 싶어서 산 것이 아니라 리셀을 통해 몇백만 원의 시세차익을 벌기 위해 산 것이다. 가방이나 옷이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만 사용됐다. 돈은 물건을 쉽게 매매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해왔는데 돈을 목적으로 물건이 희생되고 있는 현상은 선후 관계가 뒤바뀐 것이다.
중고 거래는 필요한 물건을 경제적으로 구하고 싶은 마음과 구하기 힘든 물건을 어떻게든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모여 생겨났다. 그러나 더 이상 물건이 주인공이 되지 못한 거래는 투기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우리는 비슷한 사례를 P2E 게임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P2E 게임은 플레이하면서 돈을 번다는 뜻으로 게임 아이템 등을 현금화할 수 있는 게임 방식이다. 하지만 수익성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오락성이 부재한 상황이 됐고 이는 기존 게이머들의 반감을 불러왔다. 리셀도 마찬가지다. 시세차익을 통한 수익도 좋겠지만 그 물건을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얻는 행복이 중고 거래의 본질이 아닐까.
물론 기사에 나온 대로 필자의 호불호와는 상관없이 리셀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해나갈 것이다. 하지만 거래가 그 본질을 지키기를 바라는 것은 과한 바람일까. 구매자는 설렘을 얻고 판매자는 조금의 이득과 함께 자신의 경험이 담긴 물건을 나누는 중고 거래, 과거의 벼룩시장에서 느꼈던 중고 거래의 순수함이 사람들의 욕심에 밀려 사라지지 않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