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 회복 국면의 대학 교육
단계적 일상 회복 국면의 대학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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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2.2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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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2월 초순에 오만 명을 넘고는 중순 들어서는 10만 명을 넘나드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2020년 1월 국내에 코로나19가 처음 등장해 소수 확진자의 동선이 전 국민의 주목을 받았던 때나 대구 신천지 교인의 집단감염 사태로 여론이 시끄러웠던 때와 비교하면, 최근의 감염 양상은 과거에 상상하지 못했던 규모로 전개되고 있어도 국민과 언론 모두 차분한 상태다. 이러한 안정 상태는 K-방역의 성공 경험과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에 대한 정보의 확산 덕분이라 하겠다. 널리 알려진 대로 오미크론 변이의 감염력은 매우 높지만 치명률은 그렇지 않은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백신을 맞았고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인 방역 규칙을 준수하는 한 따로 걱정할 일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신규 확진자의 대부분을 재택 자가 관리로 돌림으로써 방역 당국 차원에서 사실상의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행하는 것도 이러한 판단에 따른 일이다.
요컨대 코로나19 사태가 변화하고 있는 것인데, 이와 관련해 우리대학의 교육 방침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2년간 우리대학은 학부 교육을 사실상 전면적인 비대면으로 시행해 왔으며 학교 교정은 코로나19 청정 지대에 가까운 놀라운 방역 성과를 보여 왔다. 이 두 가지가 원인과 결과로 나눌 수 없을 만큼 긴밀히 관련됨은 물론이며, 이의 바탕에 대학 당국과 학생, 직원, 교수 모두의 노력이 깔려 있음도 명확하다. 이러한 방역 성과는 자축할 일이지만, 대학 본연의 과제인 교육의 충실성을 고려하면 그럴 수만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가르치는 교과 내용에 부족함이 생기지 않도록 대학과 교수들이 다각도로 노력했고 그 결과 비대면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도 좋은 편으로 나타났지만, 대학의 교육이 지식과 정보의 전수로 충분한 것은 못 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교육이 선생과 학생의 직접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이뤄져야 하는 이유는 매우 많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반응을 적확하게 포착해 교육 효과가 제고되도록 세부적인 조정을 그때그때 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수강생 전체의 분위기나 학생 개개인의 반응을 모두 포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비대면 수업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대면 수업이 필요한 근본적인 요인으로,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배우는 것이 교과 내용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의 언행은 물론이요, 연구자로서의 태도나 교수로서의 품격 같은 언어 외적인 요소 또한 의미 있는 교육 효과에 해당한다. 막 성인이 된 학부생들에게는 이런 효과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는 그냥 간과할 수 없는 요소이다. 이상의 교육 효과들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대학 자체가 존립할 이유도 크게 줄어든다. 지식과 정보의 습득으로 대학 교육이 충분한 것이라면 각종 연구기관이나 MOOC 프로그램 등에 의해 대학 상당수가 대체돼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의실에서의 대면 수업이 갖는 교육적 효과와 오미크론 변이에 따른 코로나19 방역 정책의 변화를 함께 고려하면, 2022년 1학기 우리 대학의 수업 방침에 대해 좀 더 전향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의 방침은 비대면 수업의 기조 위에서 구체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 대면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는 것이다. 이 기조를 바꿔서, 대면 수업을 기본으로 하되 방역 지침상 불가피한 경우에만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떨까 한다.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는 20만 명을 정점으로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데, 신규 환자의 수만 바라보고 있으면 교육 방침의 전환은 엄두가 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단계적 일상 회복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추세에 맞춰 좀 더 적극적으로 교육의 문제를 사고해야 한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국내 유수의 대형 대학들이 전면 대면 수업으로 2022년 1학기를 열고자 하는 점도 우리 대학의 교육 경쟁력 강화 면에서 진지하게 고려해 볼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