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MBTI는 무엇인가요?
당신의 MBTI는 무엇인가요?
  • 김현지 / 화공 20
  • 승인 2022.01.07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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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튜브나 SNS에서 MBTI 관련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MBTI별 특징을 다룬 영상에는 같은 MBTI를 가진 사람들끼리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댓글이 많은데, 나와 비슷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한번은 룸메이트가 내 MBTI의 특징을 찾아서 보여줬는데, 내 단점과 특징이 꾸밈없이 그대로 적혀있어서 뜻하지 않게 정곡을 찔리기도 했다.
내 MBTI는 ISFJ이다. 친구들과 서로의 MBTI를 이야기하면 예상외라며 놀라곤 한다. MBTI에서 가장 앞 알파벳은 에너지를 얻는 방향을 설명하는데 주로 내향적인 사람들은 ‘I’, 외향적인 사람들은 ‘E’로 표현된다. 나는 새로 만난 친구들에게 낯가림 없이 쉽게 말을 걸고, 친화력 있게 다가가 분위기 메이커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친구들은 도저히 내게서 내향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며 잘못 검사한 건 아니냐고 반문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티를 안 냈을 뿐이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걸 더 좋아한다며, 친화력은 노력해서 얻은 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난 방학이면 혼자 방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몰아봤고, 퍼즐이나 레고 같은 정적인 취미를 즐겼다.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고 노는 것도 좋아했지만, 친구들을 먼저 불러서 만나는 일은 적었다. 나는 내가 혼자 있는 걸 즐기는 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MBTI 검사 결과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 결과를 의심하게 된 건 한 선배의 말 때문이었다. 일전에 친한 선배에게 MBTI가 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선배는 자신의 MBTI를 이야기해주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MBTI는 본인이 생각하는, 혹은 본인이 되고자 하는 모습일 뿐이지 진짜 내 성격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말에 나는 과연 ISFJ가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내가 나를 생각하면 △내향적 △이성적 △부정적 등 차분하고 현실적인 단어가 떠오른다. 반면 주위 사람들은 오히려 정반대인 △외향적 △적극적 △긍정적 등의 단어가 떠오른다고 한다. 어떻게 나라는 한 사람을 두고 이렇게 정반대의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친구들 앞에서 활발한 척 연기를 하고 있지도 않았다. 웃음이 많고 밝은 모습과 차분하게 사색을 즐기는 모습 모두 자연스러운 내 모습이다. 지금껏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가졌음에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건 스스로 소극적이라 정의했기 때문이다.
사람의 성향은 ‘내향적·외향적, 부정적·긍정적, 적극적·소극적’과 같은 단어로 양분할 수 없다. 누구든 두 가지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 혹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이 모습은 쉽게 변하기도, 더욱더 단단해지기도 한다. 우리는 MBTI 결과가 진정한 내 모습인지, 아니면 내가 만든 틀 속에 갇힌 모습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니 MBTI나 심리 테스트는 어디까지나 재미로만 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끊임없이 고민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