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뇌 모방한 실리콘 소자 기반 뉴로모픽 반도체
인간 뇌 모방한 실리콘 소자 기반 뉴로모픽 반도체
  • 최양규 / KAIST 전기 및 전자 공학부 교수,한준규 / KAIST 전기 및 전자 공학부
  • 승인 2021.12.14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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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상용화된 CMOS 공정으로 제작된 단일 트랜지스터 기반 뉴런과 시냅스. 이를 동일한 8인치   웨이퍼에 동시 집적한 뉴로모픽 반도체의 3차원 및 실사 이미지
▲그림 1. 상용화된 CMOS 공정으로 제작된 단일 트랜지스터 기반 뉴런과 시냅스. 이를 동일한 8인치 웨이퍼에 동시 집적한 뉴로모픽 반도체의 3차원 및 실사 이미지

 

인공지능의 발전과 한계
4차 산업 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 기술은 △자율주행 자동차 △로봇 △IoT 센서 △스마트 팩토리 등 산업계 전반에 걸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데 기존의 폰 노이만 컴퓨팅을 그대로 사용하면, 메모리와 프로세서 간의 수많은 데이터가 반복적으로 이동하면서 큰 전력을 소비한다. 인공지능이 발전함에 따라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므로, 전 세계적으로 전력 소비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소비 증가는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및 환경오염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의 인공지능 구현이 필요하다.

뉴로모픽 하드웨어
기존 인공지능의 에너지 소비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의 뇌를 하드웨어적으로 모방하는 뉴로모픽 하드웨어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인간의 뇌가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약 20W의 낮은 전력만을 소비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뉴로모픽 하드웨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뇌와 동일하게 일정 신호가 통합됐을 때 스파이크를 발생하는 스파이크가 발생하는 뉴런과 두 뉴런 사이의 연결성을 기억하는 시냅스가 필요하다. 뉴런과 시냅스는 일반적으로 복잡한 디지털 및 아날로그 회로로 구성돼 있어 하드웨어 면적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궁극적으로 인간의 뇌가 약 1,011개의 뉴런과 1,014개의 시냅스로 구성되기 때문에 모바일 및 IoT 장치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집적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소자 기반 뉴런과 시냅스가 활발히 연구되고 있지만, 대부분 상용화된 CMOS 공정 기술로 제작되기 어려워 양산에는 문제가 있다.

단일 트랜지스터 기반 뉴런-시냅스 동시 집적 기술을 이용한 고집적 뉴로모픽 하드웨어
본 연구팀은 플로팅 바디(Floating Body)와 전하 포집층이 존재하는 MOSFET(Metal-Oxide-Semiconductor Field-Effect Transistor)을 이용해 뉴런과 시냅스 동작을 구현했다. 플로팅 바디에서 나타나는 단일 트랜지스터 래치(Single Transistor Latch) 현상을 이용하면 일정 신호가 통합됐을 때 스파이크가 발생하는 뉴런 동작을 구현할 수 있다. 또한, 전하 포집층에 전하를 저장함으로써 두 뉴런 사이의 연결성을 기억하는 시냅스 동작 또한 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뉴런과 시냅스를 동일한 8인치 웨이퍼에 동시 집적해 그림 1과 같이 전체 뉴로모픽 하드웨어를 만들었다. 연구팀의 기술은 복잡한 디지털 및 아날로그 회로를 기반으로 구성된 뉴런을 단일 트랜지스터로 대체 구현해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높였고, 더 나아가 같은 구조의 시냅스와 함께 동시 집적함으로써 공정 단순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했다. 연구팀은 제작된 뉴로모픽 반도체를 바탕으로 증폭 이득 조절, 동시성 판단 등의 뇌의 기능을 일부 모방했고 글자 패턴(그림 2) 및 얼굴 이미지 인식(그림 3)이 가능함을 보였다. 
제작된 뉴로모픽 트랜지스터는 현재 양산되고 있는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용 트랜지스터와 같은 구조로, 메모리 기능 및 논리 연산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제3의 기능으로 새로운 뉴로모픽 동작이 가능함을 실험적으로 보여준 것에 큰 의미가 있다. 100% 실리콘 기반 소재 및 공정으로 뉴로모픽 시스템을 구현하므로 50조 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로 새로운 Fab 시설을 구축하지 않고 기존 생산 시설을 활용해 양산할 수 있어 신규 투자에 따른 위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현재 양산되는 트랜지스터에 새로운 동작 원리를 적용해 구조는 같지만 기능이 전혀 다른 뉴로모픽 트랜지스터를 제작하는 것이 핵심 기술로, 대규모 반도체 생산기술을 갖춘 국내 반도체 기업에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비약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렇게 제안된 뉴로모픽 기술 연구는 뉴런과 시냅스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야누스(Janus)적인 기능이 하나의 트랜지스터 내에서 구현 가능함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
본 연구는 상용화된 실리콘 공정 기술을 이용해 두뇌를 모방한 뉴런 및 시냅스를 높은 집적도로 구현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세계적 과학 학술지인 Science Advances에 발표됐다. 기존 뉴런 회로 구성에 필요한 평면적이 21,000단위인 반면, 새로 개발된 뉴로모픽 트랜지스터는 6단위 이하이므로 집적도가 약 3,500배 이상 높다. 따라서 집적도가 중요한 모바일 및 IoT 장치 또는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 기술에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 또한 상용화된 CMOS 공정을 이용하기 때문에 아직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던 뉴로모픽 반도체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2. 개발된 뉴로모픽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글자 패턴 인식
▲그림 2. 개발된 뉴로모픽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글자 패턴 인식
▲그림 3. 개발된 뉴로모픽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얼굴 이미지 인식
▲그림 3. 개발된 뉴로모픽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얼굴 이미지 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