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 나도 네 꿈을 꿔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 박지우 기자
  • 승인 2021.12.14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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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4 개봉감독: 임대형
2019.11.14 개봉
감독: 임대형

 

차디찬 바람에 마음마저 시린 겨울밤, 혼자 걷고 있노라면 영화 ‘윤희에게’가 떠오른다. 영화의 잔잔한 전개 속 계속해서 느껴지는 특유의 서늘하고 쓸쓸한 느낌이 꼭 겨울과 닮았다. ‘윤희에게’는 두 중년 여성의 사랑을 그리는 퀴어 영화다. 주인공 윤희는 이혼한 전 남편이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묘사하듯이, 웃음과 힘이 모두 빠진 외로운 사람이다. 하나뿐인 딸 새봄이 윤희의 옛친구이자 첫사랑인 쥰으로부터 온 편지를 읽고,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도록 일본 여행을 계획하며 영화가 시작된다. 사실 쥰은 늘 처음인 것처럼 편지를 여러 편 써왔지만 한 번도 보낸 적이 없었는데, 그중 한 통을 그녀의 고모가 몰래 보내게 되면서 두 사람은 결국 20년 만에 재회한다.
영화는 사회의 심한 부정과 눈초리에 끝없이 떠밀렸던 두 여성을 보여주며 가족의 의미, 소수자를 향한 사회적 배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또한, 관객은 과거를 간직한 채 잘 버리지 못하는 두 여성의 태도로부터 그와 비슷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위로받는다. 새봄은 엄마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어 하는 활기찬 소녀로, 스스로 벌을 주듯이 살아왔던 윤희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북돋아 준다. 더불어 그녀는 채도가 낮은 영화에 자신의 이름과 같은 생동감을 불어넣는데, 특히 그녀가 남자친구와 작당 모의하는 모습은 퍽 사랑스럽다.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와 편지 내레이션,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차분한 피아노 OST가 몰입도를 높여, 영화가 끝나고도 먹먹한 여운이 길게 남는다. 이 영화를 통해 어떤 유형의 사랑이든 위로받길 바란다. 세상의 모든 윤희에게 봄이 찾아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