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보는 안녕하신가요
당신의 정보는 안녕하신가요
  • 소예린 기자
  • 승인 2021.11.14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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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느 곳에서나 쉽게 사용자 맞춤형 광고와 추천을 받을 수 있다. 구글, 카카오 등의 기업에서는 사용자 정보와 검색 기록을 바탕으로 최적의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들 기업에 정보를 제공한다고 동의한 적이 없는데도 어제 검색한 내용이 바로 광고에 나타난 것을 보면 때론 소름이 돋기도 한다. 최근에는 개인화를 넘어서 고객이 현재 상황에서 원하는 구체적인 서비스를 추천해주는 개념인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라는 말이 대두된다.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업들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더 많이, 세밀하게 수집해야 한다. 빅데이터의 분석 결과와 활용 가치는 의심할 여지 없이 유용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의 개인정보는 너무 쉽게 수집 당하고 노출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준다.
오늘날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과 모바일 간편 시스템이 주를 이루면서, 몇 가지 정보만 있으면 누구나 내가 될 수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2’에는 ‘T-1000’이라는 로봇이 등장한다. T-1000은 다양한 사람으로 모습을 바꿔 가며 마치 본인인 척 행세한다. 현실에서도 누군가가 내 신분증과 핸드폰을 사용해 계좌를 개설하거나 결제를 해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한 사례로, 유출된 개인정보로 누군가 휴대전화를 개통해 대출을 받았으나, 은행은 사칭범이 아닌 해당 정보의 주인에게 빚을 갚으라고 통보해 최근 논란이 됐다. 이처럼 비대면 시대에서는 수많은 T-1000이 우리를 위협할 수 있다.
개인정보와 관련해 일어나는 가장 많은 범죄는 단연 보이스피싱이다. 보이스피싱 수법은 나날이 진화하고, 이에 따른 피해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검찰을 사칭해 당신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며 겁을 주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으나, 요즘에는 핸드폰 액정이 깨졌다며 자녀인 척 부모에게 돈과 신분증 등을 요구하는 방식이 성행한다. 이런 금융 사기가 성행하는 이유 중 하나는 유출된 개인정보를 인터넷 공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4월에는 페이스북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해당 정보는 해킹 포럼에서 무료로 공개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한국 사용자 데이터를 타 사업자에 제공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이런 사건들을 보면, 기업이 책임감을 느끼고 개인정보에 대한 보안 강화와 함께 사후 대책을 세우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개인정보 활용은 다양한 이점을 가져다준다. 기업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데이터의 수집 및 가공을 통해 서비스 제공과 경영전략 개발에 힘쓴다. 수집한 정보들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며, 정부 또한 새롭고 효율적인 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개인정보를 유용하게 활용하면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할 수 있기에 개인정보의 이용과 보호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정부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과 같은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강화해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정책을 세운다. 하지만 기업은 정보 수집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기술 개발과 경영에 차질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관련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입장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풍자 작가이자 교육자인 라블레는 “양심이 없는 과학은 영혼의 파괴자일 뿐이다”라고 했다. 과학자, 더 나아가 과학기술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은 윤리적 책임 의식을 지니고 기술을 적절히 제어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빅데이터의 발전 속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잃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