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여러분의 행복한 삶을 위하여
졸업생 여러분의 행복한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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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5.18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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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이 꽃만큼 아름다운 5월에 741명의 학생이 교정을 떠나 사회로 나아간다. 모든 졸업생들에게 진심에서 우러난 축하의 마음을 표한다. 자랑스러운 포스텍 졸업생들의 부모님들께도 경하의 말씀을 올린다. 고등학교를 갓 마친 어린 학생들을 의젓한 청년으로 배출하고 국내외로부터 모여든 학생들을 전도유망한 연구자로 키워낸 동료 교수님들께도 그간의 노력에 감사를 전한다.
지난 2월에 열렸어야 할 졸업식이 오늘 거행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듯이,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근래 보기 드문 글로벌 사태 때문이다. 100년 전 스페인 독감에 의해 전 세계가 초토화되다시피 했던 데 비할 바는 아니지만, 국가 사회의 여러 기능이 위축되고 우리들의 일상에 큰 속박이 가해진 것은 오래 잊히지 않을 만한 상처라 하겠다. 지난 한 세기 동안 과학기술의 발전이 급속히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류의 문명이 바이러스의 공격에 여전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우리를 겸허하게 만든다. 이런 겸허함의 공유를 근간으로 해서, 졸업생 여러분께 몇 가지 당부를 표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먼저, 항상 자신을 성찰하는 삶을 살자는 말을 전한다. 졸업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잘 안다. 시작이 주는 설렘과 두려움 또한 초중등 과정을 마쳐본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업 후 사회로 나아가는 청년들에겐 이러한 심정이 한층 강하게 느껴질 법하다. 학교가 아닌 낯선 사회에서 다소 생소한 방식으로 새로운 일을 하게 될 때 마음이 뛰면서도 조심스러워지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회생활의 시작을 좋게 만들고자 한다면, 새로운 출발의 자리에서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업무와 상황, 사람들 등에만 눈을 팔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다.
사회에서 일을 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은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학업과는 다르다. 본인은 열심히 했어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이런 경우를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주어지는 일이라 해도 정도가 있는 법이니, 자신의 역량을 돌아보고 그에 맞는 정도를 고를 수 있어야 한다. 소극적으로 임하라는 말이 아니다. 책임을 다하지 않는 꼼수를 찾으라는 말은 더욱 아니다. 눈앞의 일을 스스로 다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일 뿐이다. 주변의 동료들과 힘을 합쳐서 일을 잘 해내는 수련을 쌓아야 한다. 협력적인 태도를 길러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을 돌아보는 일의 또 다른 의미는, 여러분들의 삶의 질에 관련된다. 졸업생 여러분이 새로 맡은 일이 여러분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지 가끔씩이라도 생각해 봐야 한다. 젊어서는 경력을 쌓고 경제적 안정을 취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고 시급하지만, 앞으로 60년은 더 살아야 하는 여러분들의 미래를 생각해서 지금 하는 일의 의미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자리에서는, 미래의 과학기술계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 목표를 가진 포스텍의 졸업생다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개인의 안녕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지 정하고 그러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살피기 바란다. 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자신도 행복해지는 삶, 포스텍 졸업생답게 미래를 열어가는 그런 삶이야말로 국가와 사회를 고려하는 넓은 의미에서 질적으로 가치 있는 삶이라 하겠다.
끝으로,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기를 희망한다. 성과주의에 매몰돼 일만 하는 삶은 끝이 불행하다. 행복은 뒤로 미뤄둘 만한 것이 아니다. 현재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일과 문화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하기 바란다. 문화생활을 다변화해 시민다운 교양을 쌓으며 인격적으로 성숙해지는 것은,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 뿐 아니라 일도 더 잘할 수 있게 해 준다. 포스텍을 나온 덕택에 이러저러한 일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졸업생 여러분 모두가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런 바람을 보태 졸업생 여러분께 다시 뜨거운 축하와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