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현재 우리의 모든 강의실은 아마도 19세기 때부터 있었던 전통적(?) 형태인, 칠판을 바라보고 모든 학생들의 책상을 차례로 배열한 모습이다. 이는 강의하는 교수와 학생들이 마주보며 교수에게서 학생에게로 지식이 전달되는 수동적인 수업에 적합한 형태일 것이다. 수업을 같이 듣는 학생들끼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기 보다는 앞에 앉은 학생의 등을 바라보고 있거나 뒤로 돌아야만 얼굴을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이것은 학생들끼리 이야기하는 것이 수업을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고등학교에서의 엄숙한 수업과 부정행위를 감시해야 되는 시험에서나 알맞은 상황일 것이다.
우리에게는 원형의 회의실과 같은 형태, 또는 수강생이 많은 경우 최소한 부채꼴 모양의 책상 배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수는 학생들 앞에 서기보다 학생들 가운데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학생들끼리 목을 돌리지 않아도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질문은 학생이 교수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학생에게 질문하고 대답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서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 때, 교수에게서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닌, 서로 주장하고 토론하여 무엇이 중요하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의 체계적인 사고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대개 이런 문제들은 현실적인 제한 상황, 예를 들어 현재 강의실들의 직사각형 구조에서 책상들의 배치를 바꾸었을 때 생기는 공간 이용의 비효율성이나 추가적인 재원 마련의 어려움 때문에 무시되기 쉽다. 그렇지만, 미래를 지향하는 창의적 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이런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할 시점이라고 본다. 시범적으로라도 각 건물마다 일부 강의실만이라도 이런 디자인을 적용하여 교수들에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효과가 좋으면 확대해 나가는 점진적인 변화를 제안한다. 우리대학은 우리 모두가 표방하듯이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다. 연구 뿐만 아니라 교육 방식에 있어서도 도전적인 시도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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