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인식 기술, ‘감시사회’ 향한 도화선 될까
안면인식 기술, ‘감시사회’ 향한 도화선 될까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9.10.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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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중국의 무단 횡단 적발 시스템(출처: VCG)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중국의 무단 횡단 적발 시스템(출처: VCG)

 

애플은 안면인식을 통해 기기를 잠금 해제할 수 있는 기능인 ‘Face ID’를 핵심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기자 역시 아이패드를 사용하면서 꺼져있는 화면을 쳐다보기만 하면 얼굴을 인식하는 것에 자주 놀라곤 한다. 이와 같은 기능이 탑재된 모바일 기기를 통해 안면인식 기술이 소비자와 가까워지는 계기가 돼 일상생활에 빠르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 사례로 편의점 GS25는 지난해 9월 마곡 사이언스 파크에 안면인식 인증 서비스가 구축된 ‘무인 스마트 매장’을 선보였다. 그러나 안면인식 기술을 통해 ‘디바이스리스(deviceless)’와 ‘무인 점포’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GS25의 시도는 실패했다. 이용자의 생체 데이터 수집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우려 때문이다. 기술 테스트를 위해 마련된 오피스 매장에서는 가능했지만, 실제 가맹점에 적용하기에는 문제가 많아 카드를 통한 인증 방식을 채택했다. 이런 우려 속에서도 최저시급이 상승함에 따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안면인식 결제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8월 국내 최초의 안면인식 결제 서비스인 ‘신한 페이스 페이’를 출시했으며, 실제 매장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안면인식 기술이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시작하면서 개인정보를 침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면인식 기술의 상용화에 가장 앞장서는 나라는 중국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CCTV에 등장하는 시민의 얼굴을 인식해 위법 행위를 한 시민들을 적발하는 ‘감시 네트워크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 타이위안 시는 지난해 5월부터 무단 횡단이 많아지자 그 대책으로 무단 횡단한 시민의 얼굴을 포착해 전광판에 일주일간 띄우기 시작했다. 신호 위반 당시 사진은 물론, 안면인식 기술을 통해 그 사람의 신상정보까지 알아내 신분증 사진까지 공개한 것이다. 해당 시 경찰은 무단 횡단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는 것이라며 교통질서 확립에 도움을 준다는 입장이다. 한편, 교통법규 위반만으로 얼굴을 제삼자에게 공개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비판 속에서도 중국은 이를 전국으로 확대해 2020년까지 모든 중국인을 대상으로 ‘사회적 신용 등급’을 매겨 ‘범국가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가가 모든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감시사회’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우려가 양산되기 무섭게 중국에서는 이미 일부 소수민족에 대한 감시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 2월, 로이터통신은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위구르족 약 260만 명에 대한 위치를 추적해왔다고 보도했다. 독일 컴퓨터 전문가 빅터 거버스는 “경찰 당국은 24시간 이내에 GPS를 이용해 670만 개에 달하는 좌표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이 데이터를 통해 위구르족의 이름과 주소,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폭로했다. 덧붙여 “이 위치 데이터가 몇 개월 동안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위구르족은 이슬람교를 믿는 터키계 소수민족이며 여러 차례 분리 독립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에 중국 정부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기 위한 집단 수용소를 설치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위구르족의 탄압에 현대 과학기술이 동원되고 있다는 사실에 지난 7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세기의 오점’이라며 맹비난하는 등 중국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안면인식 기술이 정부 기관에 활용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미국 샌프란시스코시의회는 미국 최초로 정부 기관의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을 옹호해왔던 시의원 아론 페스킨은 “소프트웨어와 카메라를 사용해 신원을 제대로 파악하는 기술을 공적으로 도입하기에는 이르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안면인식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는 페이스북과 아마존의 본거지인 만큼 상당히 중한 사안임을 시사한다.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오클랜드시의회 역시 지난 7월 시 정부 기관의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오클랜드가 미국에서 법안을 통과시킨 두 번째 도시가 됐다.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감시 카메라를 설치 및 운영하려면 더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 전체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안면인식 기술은 지금도 ‘디바이스리스(Diviceless)’ 결제 시스템과 범죄 예방 등 넓은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한편, 안면인식 과정에서 이용자의 생체 데이터를 수집해 ‘생체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는 점에 있어 개인정보 침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데이터베이스가 악용돼 ‘감시사회’와 같은 큰 사회문제로 번지지 않도록 우리나라도 이른 시일 내로 관련 법규에 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