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설치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설치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 황희성 기자
  • 승인 2004.03.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갈등과 불신 키운 채 ‘폐기’ 위기에 빠진 해법 찾기
지난 2월 14일, 부안에서는 약 8개월간 계속된 갈등 끝에 마침내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하 방폐장) 설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가 이뤄졌다. 약 72%의 투표율을 보인 주민투표는 91.8%의 압도적인 반대로 끝났으며, 부안 군민들은 ‘군민들의 하나된 뜻을 보여준 투표’에서 승리했다는 것에 기뻐하며 방폐장 설치 계획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당사자들인 위도 주민들이나 방폐장 유치를 찬성한 주민들의 참여가 없는 주민 투표가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방폐장의 지역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위도지역발전협의회는 ‘위도 주민들 만의 주민투표를 원한다’, 나아가 ‘위도를 군산시로 통합시켜달라’는 요청을 하는 등 주민 투표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극한의 대립상황은 부안을 한시적인 공권력 부재 상황으로 만들었고, 자의적인 상황 해석으로 방폐장을 유치했던 부안 군수는 유치를 반대하는 군민들의 손에 응징-폭행-당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유치에 반대하는 군민들의 ‘폭거’를 비판하며 부안 지역은 찬성과 반대 두 가지 목소리로 나뉘었다.

그렇다면 어쩌다 이러한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일까. 반핵 시민연대 등 방폐장 설치를 반대하는 단체에서는 ‘비밀주의적인 로비와 유치활동’을 제일 큰 이유로 꼽는다. 주민의 동의를 구하는 단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부터 이어져 온 향응 제공 등의 방법을 통한 로비가 이번 위도 방폐장 유치과정에도 있었으며, 제대로된 주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기에 큰 반발을 얻었다는 것이다. 각 시민단체에서는 이러한 방식은 주민들의 거부감을 키울 뿐이며, 이번 주민 투표의 결과가 시민사회가 성숙해지고 시민단체의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이러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작태는 더 이상 용서 받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 쾌거로 인식하고 있다. 정부측의 한국 수력 원자력 등 방폐장 설치를 추진하는 쪽에서도 전문가들이 위험성이 없음을 입증하고 있고 만의 하나의 사태에도 충분히 대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측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 것은 주민과 설치 추진 측의 의견 교환이 미진했기에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방폐장 설치, 나아가 핵에너지 사용을 찬성하는 측과 핵에너지의 사용을 반대하는 측 서로가 생각해야 하는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방폐장 설치를 찬성하는 입장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주민들의 거부감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미 유치를 찬성하는 주민들을 제외한 위도 주민들은 정부를 불신하기 시작했고, 지난 약 8개월간의 사태에서 보듯 ‘핵’자만 나와도 ‘학’을 떼는 상황에 이르렀다.

반대로 방폐장 설치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간과하고 있는 점은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에너지 사용량 중에 핵 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비슷한 경제규모의 영국보다 에너지를 사용비율이 높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구조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정도의 경제 규모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에너지 사용량을 지탱하려면 원자력 발전소의 사용은 아직까지는 필요악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현재 환경운동연합의 자문을 맡고 있기도 한 김무환(기계) 교수는 절차 확립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이러한 극한상황에 이른 큰 이유 중 하나는 ‘대화의 부족’임을 인식하고, 제대로 된 공청회, 제대로 된 정보전달, 제대로 된 투표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월 14일의 주민 투표 직전에 이루어진 토론회에는 찬성측 입장의 주민들이 참여하지 않는 등 제대로 된 규칙과 형태를 가진 토론회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와 시민들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공유하여 논리적인 협상으로 타협점을 이끌어 내야 하며, 이에는 과학 기술자들의 제대로 된 정보제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김무환 교수의 의견이다. 김무환 교수는 ‘이번 기회에 토론회, 공청회의 룰을 마련하여 시민사회가 한걸음 더 성숙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설사 보장되었다 하더라도 국민들의 거부감만이 커진 상태이기에 원자력 발전 대신에 다른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를 지탱하기 위해서 원자력 발전을 지금 당장 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지금이야 말로 국민적 합의와 타협이 필요한 때다. 정부는 원자력의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알리고, 이를 위해서 방폐장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숨김없이 알려야 한다. 또 여러 반대의견을 보이는 시민단체는 여론을 자극하여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분노를 일으키게만 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리 판단을 통해 상생하고 공존하는 시민 운동을 벌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과학 기술인 들은 사회에서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지식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