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보와 소통, 그 미묘한 경계를 넘어
통보와 소통, 그 미묘한 경계를 넘어
  • 박준현 기자
  • 승인 2018.05.3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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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그 의미를 찾아보면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라는 뜻이다. 교내외 구성원들에게 있어, 기사를 통해 ‘소통’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바로 포항공대신문의 가장 큰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기자 생활을 2년 반 가까이하면서, 구성원들의 불만을 조사해보면, 그 불만은 대부분 이 소통의 가치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을 때 발생했다.

실제로 우리대학의 정책 진행 과정은 소통이라기보다는 통보일 때가 자주 있다. 보통 어느 정도 정책이 결정된 상태에서 학생들에게 알려지며, 때로는 대학 당국이 아닌 외부 언론을 통해 학내 결정사항을 접하기도 한다. 즉, 학생들이 정책을 접했을 때는 이미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이 형성된 이후인 것이다. 일례로 2016년, 18학번 신입생들의 무학과 모집이 결정됐을 때도 그랬고, 올해 연세대와의 공유 캠퍼스 협약이 체결됐을 때도 그랬다.

대학 당국도 과거와 비교하면 학생 사회와 소통하고자 더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아쉬운 점이 많다. 대학 당국에는 ‘학생은 교육 서비스의 수혜자이고, 당국은 수여자’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수혜자는 아무래도 정책을 수용하는 데 있어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학생은 교육 서비스의 구매자이고, 당국은 판매자’라는 생각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매자가 없는 판매자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무학과 모집이나 공유 캠퍼스 등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에는 좀 더 근본적인 단계에서부터 학생들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돼야 한다. 대학 당국도 이미 결정을 내린 후에 피드백을 받기보다는 여러 안들 사이에서 학생 사회와 함께 고민해 결정을 내린다면 좀 더 소통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한다.

학생 사회도 소통을 위한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정책이더라도 반대의견이 없을 수는 없다. 무학과 모집, 공유 캠퍼스 결정 때도 학내에 분명히 반대의견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의견들이 학생 사회에서 제대로 된 공론화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대단히 회의적이다. 당시 내가 느낀 학생 사회의 주류 의견은 “이미 결정돼서 어쩔 수 없다” 등의 소극적인 의견이었다. 그보다도 더 큰 문제라고 여겼던 것은 “우리는 신입생이 아닌데 무슨 상관이냐”, “연세대 공유 캠퍼스는 주로 대학원생 대상 정책이라 학부생은 상관없다” 등의 학부 재학생과 다른 구성원을 구분 짓는 의견이었다.

KAIST의 경우는 총학생회가 △융합기초학부 설립 △4년 무학과 제도 △AI 과목 필수화 등의 정책에 대해 강력히 반대했고 그중 AI 과목 필수화는 총장과 총학생회의 면담을 통해 정책이 무산됐다. 세 정책 모두 표면적으로는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신입생은 입학 후 재학생이 되고, 재학생은 진학 후 대학원생이 된다. 대학 사회의 문제는 곧 구성원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내 문제가 아니야’라며 하나둘씩 입을 닫으면 학생 사회의 목소리는 점차 힘을 잃고 소통의 가치도 빛을 잃는다. 그러므로 학생들 모두가 대학 당국의 정책과 대학 사회의 문제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갖고, 다양한 목소리를 당당히 내는 것이 소통으로 가는 중요한 발걸음일 것이다.

현재 우리대학 당국과 학생 사회 모두 서로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는 나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정책을 진행할 때, 예전보다 많은 수의 간담회가 개최되고, 보직교수들이 직접 나서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학생 사회에서도 자유게시판이나 SNS 등에서 학내 이슈에 대한 토론이 늘고 있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당국의 학생 사회에 대한 인식, 학생 사회의 공론화 부족 등 아직 아쉬운 모습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박수도 손뼉이 맞아야 소리가 난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대학에서는 대학 당국과 학생 사회의 손뼉이 살짝 엇나갈 때가 간혹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양쪽 모두 열심히 손을 휘두르고 있는 만큼 서로가 조금씩 맞춰 손뼉이 부딪힌다면 소통이라는 큰 박수가 우리대학에 울려 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