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말에 나무를 심는 데는 삼십년을 내다보고 사람을 기르는 데는 백년을 내다보고 계획하여야 한다고 하여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하였다. 우리에게 주어진 지난 20년이라는 세월은 이루어 온 교육과 연구 성과를 평가받기에 아직 짧은 기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0년을 지내며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성과도 나오면서 국제적인 인지도가 높아지고, 졸업생들도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까지 이루어온 성과만 해도 상당하다 할 수 있겠으나, 이제 향후 20년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나무가 그 열매로 평가받듯이, 우리대학의 교육과 연구는 결국 졸업생의 질과 대학이 이루어 놓은 연구성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우리대학이 소수 정예의 연구중심대학으로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발전하려면 지금까지 잘 이루어 놓은 우수교원과 우수학생 확보를 포함하는 대학 발전전략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하여는 다음 두 가지가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건실한 재정자립이 이루어져야 한다.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보듯이 든든한 재정 확보 없이는 우수한 교원을 유지할 수도, 대학의 발전도 바랄 수 없다. 성년이 되면 이제 어른이 되었다는 자부심도 생기지만, 한편 스스로 생존해야 한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생긴다. 대학이 자립할 힘이 없다면, 꿈을 펼치는 것도 불가능하다. 오늘날의 우리대학이 있기까지의 POSCO의 지원은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나, 성인이 된 우리대학이 다음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에 축적된 지식과 기술력,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대학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할 수 있는 재정자립 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책임과 권한이 분명한 대학의 자율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대학이 스스로 자율적 결정권을 갖지 못하면 책임과 권한이 동시에 사라져 지금처럼 대학 내에 혼란이 일어나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작금의 상호 불신과 이해 부족은 심히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서 대학 발전에 절실히 필요한 공감을 교수와 학생, 그리고 직원들에게서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대학의 교육과 연구의 목표가 약속한 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대학의 자율경영, 책임경영의 중심에는 총장이 있다. 따라서 총장은 교수들뿐만 아니라 법인과 대학 구성원 모두로부터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교수들 또한 마음의 벽을 허물고 대학의 진정한 발전을 위하여 누구와라도 대화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열린 마음과 솔직한 대화가 없이는 지금의 사태를 순리적으로 풀어나갈 수 없음이 너무도 분명하다. 한편으로는 설립 초기부터 대학 행정과 법인의 주요 자리를 전 POSCO 직원으로 임명해 온 관행에 대하여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초기에는 대학 자체의 행정 능력이 부족하고 POSCO와의 긴밀한 업무 수행을 위해 그러한 인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만큼 대학의 자율성 회복과 직원들의 사기 진작의 차원에서 과감한 내부승진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여 법인·교수·직원·재학생·졸업생 모두가 대학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우리의 갈 길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진지하게 서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지난 2002년 우리 국민을 하나로 묶었던 월드컵 때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았다. 세계적인 대학을 이루려는 우리대학의 꿈도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다. 성년을 맞이하여 지난 20년 동안 우리가 캠퍼스에 어떤 그림을 그려왔는지, 아무도 가보지 못한 숲에 어떤 발자국을 남겨 왔는지 한번 조용히 되돌아보고 향후 20년 우리대학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대학 설립 초창기에는 우수 교수와 학생의 유치, POSCO의 파격적인 지원 등으로 구성원 모두가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지만, 김호길 총장의 급서 등으로 대학이 크게 충격을 받은 때도 있었다. 그러나 세계 정상의 연구 성과를 내고, 국내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표는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이제 성년을 맞이하여, 앞으로 우리대학에서 세계를 놀라게 하는 결과가 나올 것을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 그때까지 정상을 향한 인고의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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